메뉴 건너뛰기

close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국정원법·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8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구치소로 향하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국정원법·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8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구치소로 향하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MB국정원'에서 민간인 댓글부대를 관리하고 '유령팀'을 만들어 국고를 빼돌린 국정원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사이버 동호회'를 만들어 퇴직 국정원 직원들을 댓글 활동에 동원한 양지회 전직 간부 등도 함께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진재선)·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은 12일 "외곽팀 담당 국정원 직원 2명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이와 관련된 외곽팀 활동 관계자 8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은 민간인 댓글 부대(외곽팀)에 '주요 이슈와 대응 논지'를 전달하며 온라인 공간에서의 불법 정치·선거 개입 활동을 지시했다. 지침을 하달 받은 외곽팀은 대통령과 여당을 찬양하고, 야당과 그들이 추진하는 정책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조직적으로 게시하는 방식의 활동을 이어갔다. 국정원 직원들은 이들의 활동실적을 취합해 내부에 보고하고, 국정원 예산으로 불법 행위의 대가를 지급했다.

이 과정에는 국정원 직원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도 있었다. 당시 심리전단 사이버팀 파트장으로 근무한 장아무개(53)와 황아무개(50)씨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팀을 만들어 허위로 보고하고 약 10억 원의 국고를 빼돌렸다.

장씨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 기간 전반에 걸쳐 심리전단에 근무하며 다수의 외곽팀을 관리하는 동시에 수만 건의 불법 댓글을 직접 게시한 인물이다. 황씨는 심리전단에서 최장 기간 일하며 외곽팀 업무를 담당했다. 검찰은 외곽팀을 담당한 국정원 직원 중 이들의 역할과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보고 구속 기한에 맞추어 우선 기소했다.

컴퓨터 설치하고 격려금 지급하며 '댓글 활동' 독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전직 국정원 직원 모임 양지회의 사무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전직 국정원 직원 모임 양지회의 사무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퇴직 국정원 직원 모임인 양지회는 심리전단의 핵심 파트너였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직후 '퇴직 직원을 활용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린다. 이후 원 전 원장은 서울시 근무 시절부터 각별했던 전직 양지회장 이아무개(81)씨와 만났고, 이씨는 기획실장 노아무개(63)씨에게 사이버 대응 활동을 지시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양지회 사이버동호회에서 많게는 150여 명의 회원이 국정원 직원과 협력해 불법 댓글 활동을 벌였다.

이런 일은 양지회의 공식 업무 차원에서 진행됐다. 이씨는 양지회 회장으로 재임한 2009년 4월 이사회에서 "노인이라고 가만히 있지 말고 얼마든지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할 능력이 있다"라며 "기본계획을 어떻게 하고 발전시키는지 하는 문제는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부분이고, 국정원과 협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2011년에 회장을 맡은 또다른 이씨는 원 전 원장 초청으로 국정원에 방문해 사이버 동호회 150여 명이 심리전단과 긴밀히 협의해 다음 아고라 등 정부 비판 성향 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실장 노씨는 '다음 아고라 활동'을 본인의 공적으로 과시했고, 그 결과 양지회는 사이버동호회에 연말 포상을 수여했다. 

국정원도 외곽팀 중 가장 중추적 역할을 했던 양지회에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활동비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 수십 대의 컴퓨터를 설치해주고, 중간 간부를 보내 동호회 회원들을 상대로 교육도 실시했다. 총선 직후인 2012년 5월 양지회 행사에 강사로 참석한 한 심리전단 중간간부는 회장 이씨와 기획실장 노씨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수백만 원을 건넸다.

검찰은 "수사 결과 일부 회원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양지회' 최고위 관계자들이 국정원과 연계하여 대규모로 계획적, 조직적인 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라며 "현재 나머지 외곽팀들 및 담당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수사도 상당 부분 진행되었으므로, 추가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조만간 신속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양지회, #댓글부대, #사이버외곽팀, #MB국정원, #민간인댓글부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