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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7회 통일서원제 당시 모습. 김관용 경북도지사, 장대진 경북도의회 의장,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황부기 통일부 차관, 허준영 한국자유총연맹 회장, 최양식 경주시장 등이 참석한 모습.
 2015년 37회 통일서원제 당시 모습. 김관용 경북도지사, 장대진 경북도의회 의장,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황부기 통일부 차관, 허준영 한국자유총연맹 회장, 최양식 경주시장 등이 참석한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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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일 경주 남산동 통일전(統一殿)에서 열리는 제39회 통일서원제(경상북도 주관, 경주시 주최)를 두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관제동원' 논란이 일고 있다.

<오마이뉴스>에 제보된 내용을 기반으로 취재한 결과, 통일서원제 행사에 실무를 담당하는 통일전관리사무소가 경주 시내 초·중·고·대학교에 행사참여 추천 협조 요청을 보냈고, 일부 학교가 이 협조를 따르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평일 수업을 미뤄가면서까지 이런 행사에 학생 인원을 할당해 협조를 구해 행사를 강행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다, 학생들의 수업권·자율성 침해"라는 문제제기가 뒤따른다. 통일전관리사무소는 "학생들이 행사에 참여해 현장을 보는 것은 통일 교육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라면서도 "수업권·자율성 침해라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개선책을 찾겠다"라고 밝혔다.

"참가 협조라지만 억지로 학생 관제동원 하는 셈"

통일서원제는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통일전이 세워진 이후 1979년부터 매년 10월에 열려왔다. 1회부터 6회까지는 경상북도가, 7회부터 36회까지는 경주시가 주관해왔다. 그러다가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 대박' 발언을 내놓은 이후 경상북도가 이 행사를 다시 주관하고 있다. 37회 통일서원제(2015년)부터 국가 행사로 승격돼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신라가 매초성 전투에서 당나라 군대를 격파한 일을 기려 신라의 삼국통일을 기념하고, 나아가 남북통일을 염원하기 위해서 열린다. 매년 행사 때마다 정부 부처 장·차관급 인사를 비롯해 통일단체 인사들이 참석한다. 올해 행사에는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이 참석해 헌화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행사에 주최 측이 학생들을 동원했다는 점이다. 경주시 통일전관리사무소는 올해 3~4월께에 경주 시내 각급 학교를 순방하면서 학생 참여 협조 요청을 진행했는데, 계획된 인원을 채우지 못하자 지난 9월 경주 A여고에 "여자고등학교 학생 200명 상당의 행사 참가 학교가 부재하다"라면서 참가를 요청했다. 결국 A여고는 이번 통일서원제에 한 학년 학생들을 참가케 했다. 

<오마이뉴스>에 이 사안을 제보한 이는 "경주시가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사실상 매년 모든 학교들을 대상으로 돌아가면서 억지식으로 관제동원을 강요하는 셈"이라면서 "행사의 성격을 긍정적으로 보고 학생들의 교육적 효과를 강조할 수도 있겠지만, 평일 수업을 미뤄가면서 이런 행사에 참가케 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통일서원제의 예상 참가 인원은 2000명이다. 이 중 '참가 협조' 형식으로 동원된 학생 수는 600명가량이다. 이중 남녀 각각 30명씩의 학생들이 화랑(남)과 원화(여)의 역할을 맡게 된다. 원화는 신라 화랑의 전신인 청소년 수련단체로 단체의 장에 여성을 임명했다. 

주최 측 "교육 차원에서 기회 제공이라 생각, 개선책 찾겠다"

통일전관리사무소는 문제제기는 이해하지만, 의미를 봐달라는 입장이다. 통일전관리사무소 관계자는 1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통일 교육 차원에서 기회 제공이 될 것 같았다"라면서 "각급 학교에 행사 참여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학교들이 어려움을 표한 걸 알고 있다. 내년부터는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라고 해명했다.

이번 통일서원제에 학생들을 보내게 된 A여고도 난처하다는 반응이다. A여고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부터 학생 참가 협조 요청이 왔을 때 난색을 표했다"라면서 "하지만 통일전관리사무소에서 재차 양해를 구해왔다. 학교 입장에서 공공기관의 요청을 딱 잘라 거절할 수 없어서 올해까지만 응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선 학교는 이런 식의 인원 동원을 원하지 않는다"라면서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당했다.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이런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하나"라고 비판했다.

A여고는 학생들의 통일서원제 행사 참여 시간을 학생활동 등으로 변경해 수업손실이 없게끔 조처할 방침이다.

한편, 학교 차원에서 통일서원제에 참여할 경우 참가비가 지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전관리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참가 학교당 30만 원가량이 참가비 명목으로 지급된다"라고 설명했다. 제보자는 "시민들의 세금이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데 쓰이는 것이라 이해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태그:#통일서원제, #경상북도, #경주시, #학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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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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