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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효리가 지난 7월 4일 오후 서울 화양동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정규 6집 앨범 BLACK 발매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가수 이효리가 지난 7월 4일 오후 서울 화양동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정규 6집 앨범 BLACK 발매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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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가 문재인 대통령, 가수 이효리씨 등 유명인사 33명의 SNS 동향을 파악한 후 청와대에 보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국방부는 '사이버사령부 댓글 재조사 TF' 중간조사 결과, 유명인의 SNS 여론 동향 등을 담은 462건의 청와대 보고('일일 국내외 사이버 동향 보고서') 문서를 발견했다고 밝혔으나, 직접적인 동향 파악 대상은 밝히지 않았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보고서를 모두 열람한 뒤 메모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12일 이 의원에 따르면 동향 파악 대상 인사들은 ▲ 정치인 :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손학규·박기춘 의원, 정봉주 전 의원,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정몽준·홍준표 의원 ▲ 방송·연예인 : 이효리, 김여진, 김미화, 김제동, MC몽 ▲ 기타 :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공지영, 이외수, 곽노현, 우석훈, 조국, 진중권, 조갑제 칼럼니스트, 지만원 예비역 육군대령, 변희재 시사평론가, 주진우 기자,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 양영태 치과의사,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 장진성 탈북시인, 문정현 신부, 김홍도 목사 등이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사이버사령부는 해당 보고서를 군 내부 전산망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 이철희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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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보고는 두 차례 있었다. 사이버사령부는 2011년 7월 15일, 정계 입문 전인 문 이사장이 특전사 시절 찍은 사진에 대한 인터넷 댓글 반응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문재인 특전사 복무 시절 입대 사연·사진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공개', '경향신문 등 5개 사이트 기사 5건, 댓글 453건', '국방 의무 마친 문재인 지지 68%'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해당 기사 댓글 453건 가운데 지지하는 댓글이 68%라는 의미다.

2012년 3월 19일에도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문 이사장은 트위터에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이 밝혀져도 언론이 침묵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사이버사령부는 해당 글과 함께 '재전파 759건, 정부 비난 99%'라고 보고했다.

가수 이효리씨의 경우,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트위터에 "세상에 불만이 있다면 투표하세요"라고 글 올린 것을 보고했다. 보고 내용은 '이효리 개념 지지 91%' 등 글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있었음을 다뤘다.

여야 정치인 모두 SNS 동향 파악...박원순 시장 7건으로 가장 많아

사이버사령부는 정치인의 경우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향 파악을 했다. 정치인의 발언과 기사를 확인한 뒤 인터넷 상의 우호적 댓글과 비판적 댓글의 비율을 파악했다.

사이버사령부는 2011년 10월 21일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동향을 보고했다. 홍 대표에 대해서는 '2008년 촛불시위 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아름다운재단이 모금액 100억여 원을 좌파 단체에 지원했다는 내용은 홍준표의 색깔론이라는 비난이 89%'라고 분석했다.

2011년 11월 17일에는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사재를 기부해 공익재단을 만든 것을 다뤘다. 사이버사령부는 '안철수 원장의 1500억 원 기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치→차기 대선 주자 안철수 지지 91%'라고 밝혔다.

청와대 보고 횟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가 3건으로 두 번째였다.

연예인의 경우, 김미화씨가 2012년 4월 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현 정부를 비판한 연예인은 사찰당했다"는 글을 올린 것을 두고 사이버사령부는 '정부 비난(연예인을 괴롭히지 마라) 절대적'이라고 분석했다. 김여진씨가 2011년 6월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비난 49%, 지지 46%'라고 보고했다.

이밖에도 야구선수 이승엽씨 등도 보고 대상이었지만 462건의 보고서 내용이 방대해 이 의원이 유명인들의 이름만 확인하고 동향 파악 내용 등은 따로 옮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북한과의 사이버 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한 조직에서 왜 민간인들의 SNS 여론 동향을 뒷조사해 청와대에 보고하냐"며 "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SNS 사찰을 해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원은 "대북 심리전을 펼쳐야 할 군 사이버사령부가 주요 민간 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한 것은 후속 대응으로 '댓글작전'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동향 보고 후 SNS상에 댓글을 달아 파악한 여론을 조작하려 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태그:#사이버사령부, #문재인 대통령, #이효리, #이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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