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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이 현 정부의 핵심 과제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밝힌 것처럼 촛불정부인 현 정부의 절대적인 임무는 우리 사회에 쌓이고 쌓인 악습을 일소하는 일이다. 적폐는 어둡고 비밀스러운 곳에서 소리 없이 자라난다.

마치 곰팡이가 어둡고 습한 장소에서 서서히 영역을 넓혀 가듯이. 햇볕이 들게 하고 바람을 통하게 하는 일이 곰팡이를 없애는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부정부패를 비롯한 적폐를 추방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어둠 속에서 은밀히 자라나는 잘못 된 일들을 막기 위해서는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바로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새로이 시작된 국제적인 운동이 있다. 열린정부파트너십(Open Government Partnership: OGP)이 그것이다. OGP운동은 오바마대통령이 주창하여 2011년 출범하였으며 현재 75개 국가와 15개 하위조직(sub-national entities)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정부는 2011년 가입하였으며 서울시가 15개의 하위조직의 하나로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다.

OGP는 열린 정부, 민주주의 심화, 반부패 활동을 통하여 진정으로 시민에 봉사하는 정부를 만들자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호세 마리아, 한국투명성기구 토론회 발표문 참조). 또한 OGP는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정부 활동에 관한 정보 이용 가능성, 시민 참여, 정부 전반의 높은 직업적 청렴성, 개방과 책임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 활용이 그것이다.
 
OGP운동은 주로 정보공개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OGP는 정부의 정보 공개를 훨씬 넘어서는 운동이다. 시민에 봉사하는 정부를 만들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으로 OGP는 참여메카니즘(participatory mechanism)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 자신의 정보 공개가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바라보고 있다. 공개가 중요하지만 공개가 바로 민주주의와 열린 정부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정부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여 책임지도록 하는 참여메카니즘과 결합될 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민의 참여를 통하여 약화되고 있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새로이 만들어 가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 심화가 바로 그것이다. 민주주의는 선거에 의해서 완성되지 않으며 시민들의 생각이 정책에 영향을 주고 시민이 국가권력을 꾸준히 점검하는 과정에서 실현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OGP는 참여메카니즘을 통해서 열린 정부와 민주주의를 심화시키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데, 정보공개는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OGP가 추구하는 이러한 가치는 OGP 운영에 잘 반영되어 있다. OGP에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OGP의 최고 집행기관이라 할 수 있는 운영위원회는 정부와 시민사회에서 선출된 각각 11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부와 시민사회에서 각 2인으로 구성된 4명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 운영위원 구성에서 지역 균형을 명시하고 있으며 매년 일부의 운영위원을 교체하고 있다.
 
회원국들은 2년 마다 공약에 대한 실행계획을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데 국가별 실행계획은 공공서비스 개선, 공공부문의 청렴성 증진, 공적 자원의 효율적 관리, 안전한 공동체 실현, 공동 책임 확대라는 5가지 과제를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별 공약이나 실행계획은 물론이고 OGP운동을 실행하기 위한 국가별 조직 구성에서도 각 국가는 자국의 실정에 맞는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OGP운동에서 회원국이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은 국가별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천하는 작업이다. 2년 마다 국가별 실행계획을 OGP에 제출하여야 하고 실행계획에 대한 평가가 독립적인 평가 단위에서 이루어진다. 이 평가는 각국이 제출한 실행계획이 구체적 이행되고 있는지를 평가할 뿐 아니라 계획 이행과 이행 과정에서 OGP의 가치와 목적을 어느 정도 구현하고 있는지가 포함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OGP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우리나라는 2011년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2017년 10월부터는 운영위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간의 OGP활동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정보 공개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양적인 측면에만 치우쳐서 정보의 질에 있어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나, OGP의 가치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였다는 비판들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행정안전부는 '한국OGP포럼'을 출범시키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서 향후 OGP활동의 전망을 밝게 하여 주고 있다.
 
OGP라는 새로운 국제적인 운동을 우리사회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일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잘 맞아떨어지는 이 운동은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비정상이 가득한 사회문제를 해결하여야 하며,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부정부패를 추방하고, 맑고 깨끗한 정상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우리에게 투명과 공개의 원칙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 사회 상층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신뢰가 지극히 낮으며, 정부에 대한 신뢰도 역시 낮은 수준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방법은 바로 투명한 공개,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더불어 문제를 해결하여 나가려는 노력이다. OGP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바로 이것이기 때문에 OGP는 우리에게 매우 유익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OGP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외형적인 실적 중심의 보여주기 방식이나 정부의 잘못을 위장하기 위한 연막(smokescreen)전술로 대응하는 하나의 선택과 OGP의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모든 주체가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또 다른 선택이 가져올 결과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첫째,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기 위한 정부의 자세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둘째, OGP운동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나라들의 예에서 보면 시민사회의 역할이 또한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촛불은 세계가 놀라고 우리 스스로도 놀란 가장 모범적인 시민의 운동이었다.

문제는 촛불정신을 현실에서 구체화시켜 나가는 일이다. 촛불혁명에서 용솟음친 시민의 열망을 현실의 제도와 관행으로 만드는 일, 그것이 한국 OGP 활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 때에 OGP운동의 가치를 우리사회에서 구현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 심화 발전이라는 목적에도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OGP 정신을 잘 실천하는 일이 바로 집단지성을 통한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촛불혁명의 정신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이 될 것이다.


태그:#OGP, #열린정부파트너십, #한국OGP포럼, #적페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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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한국본부 /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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