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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채널A에 출연한 이언주 의원.
 지난 3일 채널A에 출연한 이언주 의원.
ⓒ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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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피와 같은 세금이라는 뜻으로, 귀중한 세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납세의 의무'를 준수하는 민주공화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그 세금. 이 '혈세'의 낭비야말로 권력을 쥔 자들이 피해야 할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로 꼽힌다. '정치=돈'이란 전제는 기본이요, 결국 어떤 분야, 어떤 영역에 '혈세'를 쓰느냐야말로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정치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정치', 그 자체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 '혈세'를 '전가의 보도'마냥 들먹이는 정치인이 있다. 추석 연휴였던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달 30일 열린 '여의도 불꽃 축제'를 두고 '혈세 낭비'라는 취지의 글을 올려 한바탕 홍역을 치른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 말이다(관련 기사 : 이언주 의원, 기업 주최 불꽃축제에 "혈세" 발언 논란).

지난 2일 이언주 의원이 글을 적은 뒤, 한화그룹이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17년째 불꽃축제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의원에게는 비난이 쏟아졌다(이에 대해 이 의원은 해당 글은 '공유 댓글'이며 "보좌진이 실수로 올린 것"라고 해명한 바 있다).

헌데 이 이 의원이 '혈세' 운운하며 현 정부를 비판한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역시 추석 연휴였던 지난 3일 채널A의 생방송 토크쇼에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등과 출연한 이 의원은 사회자로부터 요즘 유행이라는 '이니 굿즈' 관련 질문으로 받은 뒤 이렇게 답했다.

"문 대통령 관련 상품들 있잖아요. 예를 들면, '이니 굿즈'라고 하는 것들이 인기가 많은데, 사실 이거는 정치인의 한 분으로서 부러운 측면이 야당에서 봐도 있지 않습니까?" (진행자)

"아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정치인이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이 국민들의 세금을 얼만큼 투명하고 공평하게 쓰느냐, 그리고 철저하게 국민들을 위해 쓰느냐. 그래서 권력을 사유화하고 집단이나 개인을 위해 쓰는 것은 극히 조심해야 한다. 그것이 아주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셨습니다.

물론 그런 어떤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이니 굿즈' 이것도 누구 실제로 보면 누구 돈으로 하는 거…. 이것도 문재인 대통령께서 자기 개인 돈으로 한다면, 그럴 수도 있나 보다 특이하시네 이러고 말텐데, 이거 다 혈세잖아요. 대충 계산해도 수억이 될 겁니다." (이언주 의원)

"'이니 굿즈'... 이거 다 혈세잖아요?"

지난 3일 채널A에 출연한 이언주 의원.
 지난 3일 채널A에 출연한 이언주 의원.
ⓒ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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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혈세'란 단어가 튀어나오자, 진행자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으며 이 의원의 발언을 막았다.  그 후 진행자는 "이니 굿즈가 다 국민 세금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이 의원의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 이 의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말 끊어서 죄송한데, 문재인 대통령 관련 상품, '이니 굿즈'가 다 국민 세금으로 들어간 건 아니잖아요." (진행자)

"뭐 그럼…. 또 다른 누가 돈을 기부하시나…. 어떻게 하시는 거죠?" (이언주 의원)

"예를 들면, 특정 상품에 문 대통령의 이름을 박으면 인기가 있다, 대통령이 인기가 많다는 걸 특정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해서요." (진행자)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통령이든 뭐든 너무 뭔가 우상화되거나 아이돌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언주 의원) 

'여의도 불꽃축제'도 '혈세'고, '이니 굿즈'도 '혈세'란다. 대기업이 무려 17년간 사회공헌 차원에서 벌여온 축제도 '혈세'고, 민간 기업이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판매하는 '이니 굿즈' 상품들도 '혈세'라는 이 의원의 주장은 전형적인 "아님 말고"식의 문제제기와 청와대 비판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팩트'도 확인하지 않고, 여기저기서 떠드는 '막말 정치'가 '대여 비판'이요 '야당 정치'는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페이스북이든 종편에서든 시도 때도 없이 '혈세' 운운하는 이언주 의원의 국회의원의 '세비'도 당연히 국민들의 '혈세'로 지급된다는 점이리라. 이 의원 본인이 그런 '혈세'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있다면, "나라 운명이 풍전등화인데 막대한 혈세 들여 불꽃 축제하며 흥청망청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글을 팩트 확인 없이 적을 수 있겠는가. 또 "'이니 굿즈'가 혈세"라며 문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겠는가.

2013년엔 MB에게 '국민혈세' 운운했던 이언주

10월 2일 이언주 의원이 트위터에 게시한 글이다. 서울세계불꽃축제가 막대한 혈세를 썼다고 지적했다.
▲ 이언주 의원의 트위터 10월 2일 이언주 의원이 트위터에 게시한 글이다. 서울세계불꽃축제가 막대한 혈세를 썼다고 지적했다.
ⓒ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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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지금까지 국민의 안전을 지키라고 준 국민의 혈세로 대통령의 친위조직처럼 활동해 왔다. 야당 정치인뿐만 아니라 민간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불법 도청과 불법사찰, 대선개입,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불법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흘리는 각종 공작 의혹 등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더 말해봐야 입이 아플 지경이다."

"4대강의 녹조현상이 확산일로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불안해하는 국민을 향해 '폭염이 지속돼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녹조현상은 고인 물에서 주로 생기는 현상이다. 4대강 사업은 흘러야 하는 물을 시멘트벽으로 가둬놓는 것에 다름 아니다(중략).

국민혈세 낭비라는 측면에서도 심각한 일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수질개선 사업을 한다며, 조류를 억제하기 위한 처리시설에 4대강 사업 예산 22조 중 5천억을 투여했다. 혈세 22조를 투입하여 식수원을 오염시킨 것이 아닌가?"

지난 2013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과 4대강 사업에 대해 역시 '국민혈세'를 거론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던 정치인이 있었다. 역시 이언주 의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통합민주당 원내대변인을 맡았던 이언주 의원은 당시 제1야당의 스피커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MB 정권이 혈세를 낭비한 실정들을 비판하는 '자리'에 있었다.

헌데, 그 '자리'를 국민의당으로 옮긴 지금, 국민의당 최고위원이자 민생경제살리기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언주의 눈과 입'은 오직 '문재인 바라기'나 '이니 반대'로만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여의도 불꽃축제'를, '이니 굿즈'를 '혈세'로 둔갑시키며 사실조차 틀린 정권 비판에 열을 올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언주 의원이 가져가는 '세비'가 아까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국민들은 1년에 한 번 치러지는 '여의도 불꽃축제'를 보며 즐거워할 권리가 있다. 또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의 얼굴과 이름이 박힌 상품들을 구입하며 '촛불'로 권력을 잡은 대통령과 함께 '민주주의의 승리'를 만끽할 자유가 있다.  

그 앞에서 다시 '국민혈세' 운운해 보시라. 그게 힘들다면, MB 정부가 각종 사기성 사업으로 수십조, 아니 수백조 넘는 국민혈세를 탕진했다고 고발한 서적 <MB의 비용>(2015년 발간)부터 다시 읽고 오시라. 다음 번부턴 꼭 '팩트'부터 체크하시길 바라마지 않는다. 


태그:#이언주, #이명박,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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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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