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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8일 오전 9시 53분]

 통영 <봄날의 책방>
 통영 <봄날의 책방>
ⓒ 김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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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은 내게 멀고도 낯선 땅이었다, 적어도 <봄날의 책방>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통영'이라 하면, 남해 바다와 이순신 장군 정도가 떠오르는 정도였고, 그 외엔 거의 백지 상태라고 해도 무방하였다. 한 번도 다녀 온 적도 없고, 가야 할 동기나 가고 싶은 이유도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80도 달라졌다. 통영은 따스하고, 편안하고, 아름다운 곳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통영은 <봄날의 책방>을 다녀오기 전과 다녀 온 후로 구분해도 될 정도가 되었다. 그 만큼 내가 경험한 통영은 <봄날의 책방>의 프레임 안에서 작동되고 있다. 1박 2일의 통영 여행의 동선이 <봄날의 책방> 기운 아래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봄날의 책방>이 그곳에 없었다면 과연 내가 통영에 갈 생각을 했을까 싶다.

제주의 '소심한 책방' 못지않게 소박한 모습을 지닌 <봄날의 책방>도 일반 주택을 개조하여 아날로그 분위기가 물씬 난다. 소박하지만 밝은 파스텔톤으로 꾸며져 있어 동화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 책 모양을 한 작은 판넬을 세워 놓고 그 위에 책방 이름을 써 놓은 간판도 귀엽고 앙증맞다. 책방 건물은 아주 오래된 집을 동네 건축가 강용상씨가 리모델링하였다.

책방 주인이자 출판사 대표인 정은영 대표의 남편이다. 강용상씨는 책방 건물을 주변과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작업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서곡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내부를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훌륭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오래된 집을 멋진 책방으로 변신시키자 골목의 집들은 하나 둘 그의 손을 거쳐 예쁘게 단장되었다.

아무튼 외형의 모습만으로도 무장해제 시키고 마는 <봄날의 책방>에는 보물 같은 존재인 '물결'님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책방지기는 방문하는 손님의 관심사에 딱 맞는 책을 추천하는 재능이 뛰어나다. 말투가 좀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지만 낮고 친절한 음성으로 조곤조곤 말해 준다. 동네 책방의 장점이라면 운영자가 직접 선택해서 들여 온 책들을 잘 소개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곳이 그런 혜택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3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 온 청년이어서인지 얼마나 해박한지 모른다. 그가 소개하는 책은 안 사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따라서 책 구매에 가장 큰 충동성이 있는 나와,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친구는 택배로 받아야 할 만큼 많은 책을 샀다. 둘 다 따로 골랐지만 기가 막히게 거의 비슷한 금액으로 각자 20권에 가까운 책을 골랐다.

그때 사 가지고 온 책들을 사진으로 따로 남겨두지 않아서 다 기억은 못하지만 평소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들을 샀다. <나의 조선미술 순례>,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비롯하여 <그을린 예술>,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열심히 살지 않겠습니다>, <여행생활자>, <그림으로 나눈 대화> 등이다. 내가 읽었던 책들도 눈에 많이 띄었고, 나머지 책들도 내 취향에 잘 맞는 책들이어서 자제해야 할 정도였다.

그래서 굳이 추천해달라고 하지 않은 것이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내가 책을 집을 때마다 옆에서 책에 대해 줄줄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논문 쓰는데 참고가 될 것이라고 직접 추천해 준 <유저>와 <지적자본론>은 유용하게 썼다. 참으로 물결님은 유능한 직원이고 <봄날의 책방>의 숨은 보석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그곳에서 일하는 모두가 훌륭하고 멋진 사람들이지만 말이다. 

서울 홍대 앞에서 작은 회사를 운영하다 과로로 건강을 잃은 정은영 대표를 위해 남편 강용상씨는 통영으로 아내를 이끌었다. 에디터이기도 했던 정은영 대표는 통영에서 잃은 기운을 되찾자 작은 출판사인 <남해의 봄날>을 차렸다. 출판사는 그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

<남해의 봄날>은 지역의 콘텐츠를 기획, 마케팅하는 로컬 스토리텔링을 한다. 자신들처럼 남들과는 다른 선택을 하고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도 책으로 묶어내고 있다. 2014년도에 개점한 <봄날의 책방>은 여기에서 출간되는 책들을 독자와 연결해주는 플랫폼 같은 공간이다.

이후 <봄날의 집>까지 운영하면서 이곳은 출판사와 책방과 게스트하우스가 하나의 조직이 되었다. 이 셋 모두 규모는 작지만 하나같이 아름다운 가치가 있고 내용도 알찬 곳이다. <봄날의집>은 책방과 같은 건물에 있고, 출판사는 책방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으며 집과 사무실을 겸하고 있다.

정은영 대표는 지역의 비즈니스는 지역의 정서와 역사, 문화, 그리고 오랫동안 뿌리내려 온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다가가지 않고는 제대로 콘텐츠를 이해할 수도, 이야기를 만들 수도 없다는 것을 통영에서 일하면서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통영의 많은 작가와 예술인들을 알리는 일도 하고 있다. '문학지도', '장인지도'를 만든 예도 그 하나이다.

 통영 <봄날의 책방>
 통영 <봄날의 책방>
ⓒ 김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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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도 한권 한 권 쌓여가는 <남해의 봄날>의 책들을 보면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반성과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들의 삶을 그려낸 책들이 대부분이다. <남해의 봄날>에서 세 권의 책을 출간했을 당시에 '제 53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에서 대상을 수여했다고 한다.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고, 규모도 작은 출판사의 큰 활약이다.

몇 해 전 <남해의 봄날>에서 <누가 그들이 편에 설 것인가>라는 책을 선물해 주어서 이 출판사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봄날'과 '남해'가 합쳐진 이 단어에서 별 경험도 없는 남해에 대한 아스라한 향수와 따스함이 뒤따라왔다. 그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가슴에 단단한 뭔가가 꽉 들어찬 느낌이었다. 그래서 단 한 권으로 나는 <남해의 봄날>을 100% 신뢰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봄날의 책방>과 <봄날의 집>도 저절로 그리 되었다. 

그들 부부는 마치 통영인처럼 잘 스며들어 살고 있는 듯하다. 자신들의 "재능을 살려 작은 도시에 새로운 활력과 문화를 만들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의 새로운 삶을 허락한 이곳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도움을 주고받으며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정은영 대표의 생각을 그대로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역에 어떤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신영복 선생이 언급한 '변방'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들 부부에게 꼭 맞는 단어라 생각한다. 선생은 변화의 공간, 창조의 공간, 생명의 공간이기 때문에 새로운 중심이 되는 곳이 변방이라 하였다.

여기에서 '변방'이란 공간적 개념이 아니라 변방성 또는 변방 의식을 말하며 '새로운 가능성의 전위'로 이해하여야 한다. <봄날의 책방>과 <남해의 봄날>이 바로 변화와 창조의 공간이고 생명을 재탄생시키는 곳으로서 아름다운 '변방'이 아닌가 생각한다.

현지인이 해야 할 일을 외지인인 그들이 발굴하고 알리는 운동을 앞장서고 있으니 지역민들도 이들에게 많은 응원과 격려를 할 것 같다. 통영에서 새로 시작한 그들의 도전은 이러한 모습으로 아주 천천히 그러나 아주 단단하게 뿌리 내리고 있는 것 같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공간, 그래서 그 주변도, 그곳을 다녀가는 사람도 그들의 기운을 닮아 조금은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 같다.

통영의 예술인들과 하룻밤을, 봄날의 집

 통영 <봄날의 책방>
 통영 <봄날의 책방>
ⓒ 김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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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귀를 닫고 있었을까? 문학, 음악, 미술, 전통 공예 등 다양한 문화 예술 분야에서 걸출한 인물을 배출한 통영을 반평생이 지나서야 밟았다니. 한 해에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통영은 인기 관광지라고 하는데 어찌 한 번도 가 볼 생각을 안 했을까? 작년 통영에 갈 때만 해도 다른 것은 생각 안 하고 오로지 <봄날의 책방>에 간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아무래도 자동차는 무리일 것 같았다. 친구는 두 시간씩 교대로 운전하면서 가자고 했지만 장거리 운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자고 했다. 차를 가지고 갔으면 정말 고생했을 뻔 했다. 나중에 남편이 운전해서 갔는데 갈 때나 올 때나 장장 7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러나 시외버스는 4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한참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미리 공부도 못하고 통영에 갔다. 별 기대감도 없었었는데 통영은 놀라웠다. 먼저 통영 사람들은 친절했다. 우리 쪽에서 먼저 물었을 때는 당연하고, 우리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그들은 먼저 다가와서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왔다. 택시 기사, 식당 사람들 대부분 상냥하고 친절했다. 간혹 다른 여행지에서 무뚝뚝한 현지인들을 경험한 경우들이 있어서 그 친절함이 더욱 값졌다.

통영에서의 가장 큰 감동은 뭐니뭐니 해도 문화 예술적 분위기가 강하다는 점이었다. 예술의 고장이라는 것이 일상 곳곳에 배어 있었다. 스쳐 지나가며 보게 되는 일반 주택의 외양에서부터 식당, 가게, 거리에는 통영만의 빛이 있었다.

지붕에는 화사하고 밝은 색들이 칠해져 있었고, 멋들어지게 꾸며져 있는 정원을 가지고 있는 식당 방에는 시간을 오래 품었을 자개 가구들이 흔하게 놓여 있었다. 중앙 시장의 뒷골목에 갔더니 멋진 카페와 식당, 그리고 공예품 가게들이 우리를 유혹했다. 명함들도 예쁘고 특색이 있어 일부러 모으기까지 했다.

통영은 일상 자체가 예술이고 통영 사람들은 모두 예술가인 것 같았다. 그러므로 통영에 걸출한 문인이나 화가, 음악인, 장인들이 탄생하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박 2일 동안 통영에 머물면서 나는 그만 통영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통영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말한 "통영 사람에게는 예술의 DNA가 흐른다"는 말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봄날의 집>은 작은 출판사 <남해의 봄날>이 만든 게스트하우스로, 통영 예술인의 삶과 작품들을 하룻밤 동안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봄날의 책방과 한 건물에 있어서 먼 거리에서 책방 방문을 위해 가는 사람이라면 이 아트하우스에서 하룻밤 머물러 보기를 권한다. 정은영 대표의 남편인 동네 건축가 강용상씨가 35년도 더 지난 폐가를 리모델링하였다.

그가 공간을 디자인하고 가구를 제작하였다. 침대와 테이블, 책장 등에 천연 올리브 코팅을 하고 친환경 원목가구로 디자인하고, 직접 제작했다. 다음 장에서 소개할 전혁림 화백의 아들 전영근 화백은 전체 공간의 컬러 자문을 비롯하여 봄날의집 지붕과 부엌, 화가의 방 곳곳을 예술적 감각을 입혔다.

이 외에 침구와 소품 등은 장인들의 손을 거쳤다. 내부에 들어가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올 것이다. 각 방마다의 콘셉트와 얼마나 조화를 잘 이루고 있고, 통영의 분위기를 얼마나 잘 살렸는지 모른다. 많은 예술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결과라는 것을 알고 나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들은 <봄날의 집>을 "통영의 풍부한 문화예술 자산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사라져 가는 전통 예술의 가치를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끌어내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하기 위해 오랜 시간 정성을 기울여 통영의 삶과 예술을 이야기하는 작은 공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봄날의 집>은 1층에 '화가의 방'과 '작가의 방'이 있고 2층에는 '장인의 방'이 2개 있다. 나는 '화가의 방'에 예약을 했다. '화가의 방'은 '색채의 마술사',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우는 전혁림 화백과 역시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아들 전영근의 작품 세계가 꾸며져 있다. 특히 이 방은 창문 너머로 전영근 화백의 신혼방이었던 전혁림 미술관이 가까이 보인다는 점이 매력이다.

이 방 안에는 전영근 화백의 작품을 모티프로 제작한 통영 전통 누비 패브릭 소품과 고 전혁림 화백의 타일 아트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그래서 그 이튿날 가기로 한 전혁림 미술관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품게 했다. 통영 바다를 모티프로 한 원목 침대는 통영 바다의 색감인 블루를 메인 컬러로 해서 그 방에 있으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봄날의 집>에 머물게 되면 본인들이 머무는 방뿐만 아니라 게스트 하우스 전체를 돌아볼 수 있다. 예약을 했을 때 강용상 대표는 자신을 '흙'이라고 소개했다. 편의상 나도 이제부터 그를 '흙'이라는 명칭으로 부를까 한다. 우리가 갔을 때 흙님은 오후 5시 30분에 오리엔테이션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구석구석 돌아보고 다른 방도 구경할 수 있었다.

이날 <봄날의 집>에 예약한 사람은 총 6명이었다. 나와 친구는 '화가의 방'에, 젊은 여성 둘은 장인의 방1에, 그리고 젊은 커플이 장인의 방2에 예약한 상태였다. 그런데 젊은 커플은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지 않아 넷이서 흙님의 스토리텔링을 들었다.

게스트들이 함께 모여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마루와 식탁이 있는 곳에서부터 소개가 시작되었다. 벽에 걸려 있는 액자 속 옻칠화에 대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게스트하우스 이야기라기 보다는 통영의 예술 감상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테이블 옆에는 유리로 된 커다란 창이 있는데 진열된 책방의 책들이 보여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그리고 바로 옆은 고 전혁림 화백의 도자기 아트 작품으로 꾸며진 화가의 부엌이 있다. 화가의 그림으로 만들어진 컵은 가격이 상당한데 흙님의 스토리텔링 덕분인지 그간 다녀간 투숙객이 천명이 넘는데도 한 개도 깨진 것이 없다고 한다.

현관 입구에는 바로 '작가의 방'인데 통영에서 나고 자란 작가들뿐 아니라 통영을 사랑한 문인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방이다. 그때는 박경리 작가의 방으로 꾸며져 있었다. 작가의 책과 사진, 작가의 문구와 낡은 타자기도 있어서 박경리 작가를 추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더 없이 좋은 방일 것이다. 이 방은 1인실이다. 통영에는 박경리 작가를 비롯해서 김춘수, 유치환 등 많은 문인을 배출했는데 돌아가면서 소개할 것이라고 한다.

2층에 있는 두 개의 '장인의 방'은 조선시대 명품 공예 브랜드 통영12공방의 역사를 이어온 장인들의 작품들로 꾸며져 있다. 나전 장인이 직접 만든 문패와 거울, 바둑판과 섭패 장인의 작품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봄날의 집>은 예술인들의 작품들로 꾸며져 있어 눈이 내내 즐거울 수도 있지만 가구나 침구 등이 고품질을 사용했다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공간을 만든 흙님의 이력을 보니 그의 가치관과 함께 신뢰감이 생겼다.

흙님은 한국해비타트에서 건축 관련 일을 오래 했고, 정기용 건축사무소에서 생태건축 연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유명 대학 건축과를 졸업한 사람들이 가는 전형적인 코스를 마다하고 처음부터 사람과 자연에 이로운 집을 짓겠다고 정기용 선생 밑에서 흙 건축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닉네임을 '흙'이라고 했나 보다.

그는 농촌 마을 컨설팅과 가구 디자인, 그리고 해비타트 집짓기와 집 고치기 등 친환경 건축과 소외 이웃을 위한 일들을 해 왔다고 한다. 이런 그의 이력이 통영에서 얼마나 잘 쓰였을지 추측이 간다. 새롭게 단장된 <봄날의 책방>이나 <남해의 봄날> 그리고 <봄날의 집>은 물론이고 그 주위 골목을 가다보면 발길을 자꾸만 멈추게 되는 것도 그의 아름다운 손길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정은영 대표가 건강 문제로 서울을 떠나기로 했을 때 그들 부부는 3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첫째가 '서울에서 가능한 멀리 떨어질 것. 그래서 일과 사람에게서 완전히 자유로울 것', 둘째 '겨울이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한 곳. 기후가 가장 좋은 지역으로 갈 것', 셋째 '먹을거리가 신선하고, 문화예술 콘텐츠가 풍부해서 적적하지 않은 지역을 찾을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낙점된 두 곳이었는데 흙님은 통영을, 정 대표는 제주를 꼽았다. 그들은 2박 3일 동안 통영을 돌아보고 난 뒤에 그곳으로 결정을 하였다. 후회되지 않을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문화 예술의 고장으로 통영만한 곳을 찾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천혜의 자연 환경도 그에 못지않은 일이지만 말이다.

'화가의 방'에서 하룻밤 취한 듯이 잔 우리는 그 이튿날 <전혁림 미술관>으로 <옻칠 박물관>으로 돌아다니느라 바빴다. 공간이 이끄는 힘은 위대했다.

그런데 아쉬운 소식 하나. 봄날의집이 문을 닫고 리뉴얼을 한다고 알려왔다. 책방을 좀더 넓고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봄날의집 전체를 봄날의책방으로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쉽고 또 아쉽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제가 지은 책 <책 사랑꾼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나?>에 나오는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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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살무늬의 세상 읽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책과 동네 책방과 그림책에 대한 애정이 깊다. <책 사랑꾼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나?>과 <책 사랑꾼 그림책에서 무얼 보았나?>를 지어 세상에 내놓았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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