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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단과 청소년 노동인권 실현 대책회의(대표 하인호, 아래 '대책회의')는 올해 3월부터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에 대응해오면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재학생, 졸업생과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를 공론화하고, 정부에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즉각 중단과 대안적 직업교육 체계 마련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런 목소리를 외면하고 8월 25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방안(안)'을 제출하며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학습(취업준비)중심 현장실습'으로 개선하고, 올해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학습(취업준비)중심 현장실습'은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바탕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의 근거법률인 '일학습병행지원에관한 법률안'은 아직 국회 계류 중이어서 법적 근거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시범시행을 경험한 학생, 교사 등 학교현장에서의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의 실상을 시민여러분에게 알리고, 올바른 직업교육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과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에 대한 연속 기고를 기획하였습니다.-기자 말

2016년 가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에서 노동인권교육을 진행하며 도제학교 실태를 파악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처음에는 일정이 안 돼서 망설였지만, 제안해준 분이 전해준 도제학교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니 문제가 단순하지 않아 보였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라는 사업에 대해 고민해 볼 계기로 삼고, 청소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급히 일정을 조정해 도제학교 교육을 함께 하게 되었다.

노동인권교육을 나가기 앞서 도제학교 사업에 대한 내용을 검토했고, 청소년들과 나눌 이야기를 몇 가지 주제로 정리했다. 첫째, '도제교육(사업장)'하면 떠오르는 단어 혹은 생각이 무엇인지. 둘째, 내가 원하는 '도제교육(사업장)'의 모습은 무엇인지. 여기에서 '도제학교'가 아닌 '도제교육(사업장)'으로 표현한 것은 청소년들의 이해를 돕고자 사용한 표현이다.

도제학교 경험을 바탕으로 2학년 고등학생들과 나눈 이야기

 서울시 교육청 <산학일체형도제학교 노동인권 교육 및 컨설팅 결과보고서>에 실린 도제 참여 학생들의 의견
 서울시 교육청 <산학일체형도제학교 노동인권 교육 및 컨설팅 결과보고서>에 실린 도제 참여 학생들의 의견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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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학교 도제반이 적어준 '도제교육(사업장)하면 떠오르는 생각이나 단어'는 [힘들다, 피곤하다, 먼 거리, 납땜, 노동, 박스, 나사, 로봇, 월급, 밥, 노가다, 돈, 경험, 나중에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상사, 이사, 과장, 갈굼, 치킨, 탁구대, 노래방, 휴게실 등]이었다.

단순하게 한두 가지 반복되는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은 물론이고 이유 없이 갈굼(언어폭력)을 당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한다. 집과 사업장이 멀어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청소년도 7~8명쯤이다.

기숙사 안에는 취사도구가 없어서 음식을 해 먹을 수도 없는 데다 사업장 주변에 갈만한 음식점도 없다고 했다. 치킨을 시켜먹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지만, 그만큼 고단한 기숙사 생활의 어려움을 에둘러서 전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렸다.

B학교 도제반에서 나온 답변이다.

[급여, 월급, 돈, 노동, 용접, 선반, 밀링, 금형, 막노동, 야근, 공장, 회사, 쉬는 시간, 점심시간, 기숙사, 탄산음료, 윗상사, 차장님, 상무님, 과장님, 협동, 조직, 사회 경험, 협력업체, 하청업체, ○○공고, 재능, 11교시, 담임, 광명, 수원, 스승과 제자, 깨끗하다, 아~힘들다, 자퇴서, 퇴사, 사직서] 

'말을 해도 이유를 들으려 하지 않는' 강압적인 담임교사에 대한 불만이 특히나 많았다. 일하는 사업장 상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는데, 업무지시를 하거나 급여를 지급하면서 위축감을 느낀 경험이 주를 이뤘다.

상사가 일을 많이 가르쳐주진 않는데도 스승과 제자로 생각된다고 얘기하거나 사업장이 하청업체를 대하는 고압적인 태도를 지적한 이들도 있었는데, 그만큼 강한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보고 경험했다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단순한 업무를 하면서도 어쨌든 경험이라고 위안을 삼고 있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일하는 게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아서 사업장을 그만 나가고 싶고, 도제반에 들어온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최저시급 1만원, 월급인상, 보너스, 돈, 뭔가를 배우는 곳, 작업공간 확장, 쾌적한 환경, 개인전용 책상(공간), 친구 같은(친근한) 분위기, 훈훈하고 화목한 분위기, 갈구는 형이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 휴식공간, 원활한 대중교통, 구글, 사직서]

'내가 원하는 도제교육(사업장)의 모습'에 대해 A학교 도제반 학생들이 해준 답변이다.

'도제교육'이라는 게 사업장에서 단순업무만 무한 반복한다거나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30분 동안 청소여서 배우는 게 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30분간 청소를 한다는 이는 자신에게만 청소업무를 시켰다고 했다.

자기 책상이 없어 매번 자리를 옮겨야 하는 불편과 자신을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사람의 이직을 원한다는 이도 있었다. 대중교통이 원활하거나 셔틀버스가 있다면 기숙사에 머물지 않고 집에서 다니고 싶다고도 했다. '사직서'라고 쓰고도 말하기를 꺼려 더 묻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B학교 도제반의 경우, [시급 7천원, 시급 만원, 다양한 교육, 도제교육을 하고 적응·적성에 안 맞는 애들은 그만 가게 하면 좋겠다. 그런 게 없이 그냥 끌고 가면 부당한 것 같다, 평등, 자유, 급여상승, 방학 있는 학교, 즐거운, 무시당하지 않는, 선풍기 하나만 사기, 무선인터넷, 좀 더 제대로 된 도제교육, 수업일수 줄이기, 상냥한 담임, 깨끗함, SAM SUNG] 등이 나왔다.

도제교육을 거부하고 다니는 사업장에서도 나오고 싶지만, 그 뒤 대안이 없어서 막막했고, 도제교육의 문제를 담임교사에게 제기해도 들어주거나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 답답해했다. 폭염이 기승했던 올 여름 일하는 곳에 선풍기가 없어서 힘들었던 것과 기숙사에 무선인터넷이 연결이 안돼서 불편했던 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더불어, 학교에서는 담임교사로부터 일방적인 강요를 당하고, 사업장에서는 반복되는 단순업무를 경험하면서 '평등'과 '자유'를 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두 학교의 학생들로부터 들은 도제학교의 경험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짐작했던 얘기를 직접 경험한 청소년들의 입을 통해 들으니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진정 누구를 위해 시행한 사업이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1년 지나 달라진 점은?

그렇게 시간은 흘러 올해 5월, 작년에 교육했던 도제학교 중 한 곳을 또 들어가서 교육하게 되었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된 학생들은 지난주까지 산업체에 있다가 교육이 있는 그 주부터 학교로 오고 있다고 했다.

너무 반갑기도 하고, 필자를 기억하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다행히 기억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작년에 우리가 만났을 때와 현재의 달라진 점에 대해 물었더니 달라진 건 없다고 한다. 여전히 단순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적성에 안 맞아서 당장 그만두고 싶은데 대안은 없고, '사직'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변한 것이 없다는 그들에게 달라진 것이 분명 있다. 현실에 대한 답답함은 있었지만 발랄한 악동다웠던 1년 전 모습은 간데 없었다. 1년을 '버텨오던' 그들에게 피곤에 찌든 무기력만 고스란히 남았다.

어떤 사업을 시작할 때는 그 사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게 될 사람들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할 테지만, 교육에서 가장 소외된 특성화고 교육에서는 특히나 그렇지 못하다. 지난 8월, 교육부는 슬그머니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방안(안)」을 내놓았다. 교육부의 안은 여전히 '취업', '양질의 일자리' 등을 특성화고 교육의 중요과제로 꼽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두 곳의 도제학교 사례에서 봤듯이,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에 다니고 있는 청소년들은 그 사업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잘못된 '개선안'은 현존하는 문제점을 더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고착화시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의 문제를 개선하지는 못할망정 더욱 문제를 악화시키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사업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단과 청소년 노동인권 실현 대책회의'는 올해 3월부터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에 대응해오면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재학생, 졸업생과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를 공론화하고, 정부에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즉각 중단과 체계를 마련하고자하는 시민사회 연대체입니다. 글쓴이 임진희님은 평등사회노동교육원/강서양천청소년노동인권활동가모임 ‘다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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