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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선유중 담벼락.
 서울선유중 담벼락.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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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선유중 담벼락.
 서울선유중 담벼락.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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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맨살이던 한 중학교 담장에도 어느 날 꽃이 피었다. '흔들리며 피는 꽃'을 노래하는 시도 적혔다. 서울지역 한 중학교 학부모회 '엄마'들이 벌인 일이다.

돈 100만원 들여 탈바꿈한 학교 담벼락

10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선유중 담장. 25미터 크기의 담벼락엔 여러 모습을 한 꽃들이 제각기 서 있다. 이 학교 학생들 키만한 꽃도 있고, 키보다 클락말락한 꽃도 있다. 그림 속 꽃밭에는 비둘기, 애벌레, 꿀벌이 같이 살고 있다. 노란색 나비도 하늘을 날고 있다.

"우리 엄마들은 꽃을 그리며 아이들을 생각했어요. 애벌레를 그리면서도 아이들을 생각한 엄마들도 있고요."

이 학교 이은정 학부모회장의 말이다. 이 회장은 "꽃을 그리든 애벌레를 그리든,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에 희망을 주는 삶을 살도록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시멘트 그대로이던 담장이 이렇게 꽃과 나비로 가득 찬 때는 지난 6월 6일. 이 학교 학부모회 소속 학부모 65명이 페인트와 붓을 들고 나선 결과다. 이 학교 교사와 학생들도 힘을 보탰다.

이들은 벽화를 그리기 전에 다섯 차례 회의를 가졌다. 학부모들 가운데 회화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 10명도 이 회의에 참여해 구상 과정에 참여했다.

바뀐 담벼락 전과 후.
 바뀐 담벼락 전과 후.
ⓒ 선유중 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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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6일 벽화 그리기에 나선 서울선유중 학부모와 학생들.
 지난 6월 6일 벽화 그리기에 나선 서울선유중 학부모와 학생들.
ⓒ 선유중 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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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를 그리는 데 들어간 돈은 딱 100만원뿐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보내준 '학부모회 지원비'에 동창회 찬조금을 합한 액수다. 이 소식을 들은 영등포구청은 그림에 어울리는 담장 주변 조경공사비용을 댔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나서야 하는 것처럼, 하나의 담벼락을 만들기 위해 학부모, 학생, 교사, 교육청, 구청, 동문회가 모두 나선 것이다. 이 회장은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통해 우리 학교 벽화가 학교만이 아닌 마을과 지역의 자랑스런 작품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많던 휴지, 왜 사라졌을까?

이 학교 이우용 교장은 "시멘트 맨 담벼락일 때는 아무리 치워도 그 아래에 담배꽁초와 휴지가 있었는데 이상하게 지금은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마을주민들이 꽃에게 휴지 대신 따뜻한 눈길을 주기 시작한 덕분이리라.

벽화를 보고 있는 서울선유중의 이은정 학부모회장(왼쪽 두번째)과 이우용 교장(왼쪽 첫번째).
 벽화를 보고 있는 서울선유중의 이은정 학부모회장(왼쪽 두번째)과 이우용 교장(왼쪽 첫번째).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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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 꽃 옆엔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전하고픈 시도 적혀 있다. 바로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태그:#서울선유중, #혁신교육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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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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