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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삶과 관련이 있는 아리랑 전시

김상석 관장의 <한글, 아리랑> 전시 해설
 김상석 관장의 <한글, 아리랑> 전시 해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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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에 있는 한글박물관에서 개관 8주년 기념 특별전을 기획했다. 주제는 '한글, 아리랑'이다. 김상석 관장이 지난 10년간 모은 아리랑 관련 유물 250점이 전시되고 있다. 한글 필사본, 소설, 잡지, 만화 등 서적, 영화, 레코드판, 녹음 테이프, 라디오, 유성기와 같은 시청각 기구, 그릇, 담배와 재떨이, 수예품, 도자기 같은 생활용품, 엽서와 달력 같은 인쇄물 등 다양한 전시물이 있다.

이 전시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 조선시대 말기 필사본 <한양가>다. 고종 연간 대원군과 민중전과의 갈등으로 생긴 어수선한 국내 상황을 풍자하고 있다. "허무로다 우리 漢陽(한양) 이리고야 안 망할가"라는 구절에서 걱정은 정점에 이른다. 전체적으로 4․4조의 국한문 혼용체다. 이들 사설 속에 "아르랑이 타령씨겨 밤나지로 놀이저게"가 나온다. '아리랑 타령을 부르며 밤낮으로 놀 적에' 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님 웨일스의 <아리랑>
 님 웨일스의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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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요한 전시물로는 님 웨일스(Nym Wales)의 <아리랑의 노래 (Song of Ariran, 1941)>가 있다. 한국인 무정부주의자 김산의 생애를 영어로 기록한 책으로, 그의 독립과 혁명사상을 담고 있다. 그 옆에는 조우화가 번역해 동녘출판사에서 발행한 <아리랑>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나온 '면작선전가(棉作宣傳歌)에도 아리랑 후렴구가 따라 나온다. 그래선지 아리랑절(節)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여기서 면작은 목화 재배를 말한다.

"육지면(陸地棉) 장려(獎勵)에 부르짓는 소리
구천호(九千戶) 면작자(棉作者) 들어 보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압들에 목화(木花) 갈노 가세"

영화와 테이프 그리고 유성기로 보고 듣는 아리랑

춘사 나운규를 기리는 <아리랑>(1957)
 춘사 나운규를 기리는 <아리랑>(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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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리랑>은 춘사 나운규의 20주기 추도 기념작품이다. 장동휘, 조미령, 윤일봉, 최남현이 주연으로 나오는 1957년 작품이다. 각색과 감독은 김소동이 했다. 특별한 것은 신일선(申一仙: 1912-1990)의 출연이다. 그녀는 일제강점기인 1926년 처음 상연된 나운규의 <아리랑>에 출연한 바 있기 때문이다. 1957년 영화 <아리랑> 표지에 소개된 신일선의 영화 인생은 다음과 같다.

"신일선 46세: 서울 태생. 30대 이후의 사람으로 아마 신일선 씨를 몰으는 이는 없을 것 같다. 왕년의 나운규 씨 (아리랑)에서 너무도 유명했기 때문에 그의 미모와 추억을 인상 깊게 간직한 당시의 (팬)들은 이미 출연에 감개와 기대가 클 것이다. 씨는 16세 당시 <아리랑>에 데부한 후 여러 작품을 관계하다가 가정생활 25년 만에 돌연 처녀 출연했던 <아리랑>에 재등장한 분이다."

일본에서 발행된 '아리랑' 판을 돌리는 유성기
 일본에서 발행된 '아리랑' 판을 돌리는 유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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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말은 윤석중이 짓고, 편곡은 손대업이 했으며, 표지 그림은 박노수가 그린 <우리 민요 시화곡집>도 있다. 1961년 발행된 것으로, 여기에도 '아리랑'이 들어있다. 그리고 민요 정선 아리랑, 밀양 아리랑, 진도 아리랑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아리랑은 노래로 가장 많이 불려졌음을 알 수 있다. 대중가요집인 <아리랑 눈물고개>, <아리랑 랑랑>도 보인다.

유성기 판도 아리랑 위주로 모아놓았다. 그 중 일본 나라(Nara)의 데이지쿠(Theichiku) 레코사에서 나온 아리랑(アリラン)이 눈에 띈다. 우리말과 일본말이 뒤섞여 있는 아리랑으로 스가와라 도또코(菅原都々子)가 불렀다. 애잔하면서도 일본 엔카풍을 가미한 아리랑이다. 아리랑은 일제강점기 때도 이처럼 우리의 정서를 대변하는 곡으로 유명했음을 알 수 있다.

아리랑 라디오
 아리랑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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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이름도 아리랑이다. 우리는 한국 최초의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금성사의 Goldstar로 알고 있지만, 그보다 앞서 Arirang이 나왔다고 한다. 그 외 비디오 테이프 형태로 나온 아리랑 영화도 있다. <수잔 브랑크의 아리랑>, <구로 아리랑>, <여자 아리랑>, <아리랑 2001> 등이 보인다. 이들 <아리랑>은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작품으로 남아있다. 

놋그릇, 재떨이, 자수, 성냥 등 사라져 간 제품도 있어

아리랑 재떨이
 아리랑 재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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놋그릇은 스텐레스에 밀려 사라졌지만, 골동품으로 남아 있다. 그 중 아리랑이라는 상표가 붙은 제품이 보인다. 재떨이는 한 때 사은품으로 많이 만들어졌다. 색동과 꽃문양이 들어간 아리랑 재떨이가 있다. 1960년대 도자기회사인 행남사에서 만든 것으로 되어 있다. 재떨이의 모양은 고무신 형태다. 재떨이는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볼 수 없는 추억의 유물로 남아 있다.

한때 베게나 이불 등 혼수용품에 아리랑 문양이 들어갔다. 오방색을 활용해 태극문양을 만들거나 아리랑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었다. 이러한 아리랑 용품도 혼수문화가 바뀌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이와 비슷한 케이스가 성냥과 초다. 집안 일이 불처럼 활활 타올라 번창하라는 뜻으로 이사나 개업 때 들고 가던 선물 성냥과 초도 지금은 거의 없다. 그 성냥의 대명사가 '아리랑 통 성냥'이었다. 이러한 물품들이 이번 전시에 나왔다.

밀양아리랑 투각 백자
 밀양아리랑 투각 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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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문양을 넣은 종이 함지박에서는 예술성이 느껴진다. 함지박은 생활용품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아리랑을 주제로 새로 만들어진 백자도 예술성이 두드러진다. 이들 도자기는 진도 아리랑, 밀양 아리랑, 본조 아리랑의 사설을 투각 형태로 새겨 넣었다. 작품 앞에는 만든 이의 이야기를 적어 놓았다.

"이 작품은 밀양 아리랑의 경쾌한 리듬감과 두 개의 줄기가 어울리며 하나가 되는 투각 부분의 모양에 신경을 쓰며 작업하였다. 도자기의 특성상 고열에서 기물이 투각방향으로 기울지 않고 버텨줄 수 있는 한계를 생각하였기에 다소 위험부담을 안고 작업한 만큼 성취감이 큰 작품이었다."

금년 말까지 아리랑 전시 열려 

아리랑 연주
 아리랑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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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아리랑' 특별전은 금년 말까지 계속된다. 10월 9일 열린 개막전에서는 김상석 관장이 전시물에 대한 해설을 직접 했고, 아리랑 축하공연도 열렸다. 충주의 한글박물관에서는 지금까지 매년 한글날 특집 기획전을 해 왔다. 주제를 달리해 한글 도자기, 한글 고소설, 한글 생활용품 등을 전시한 바 있다. 김상석 관장은 이러한 특별전을 매년 계속할 뜻을 가지고 있다. 전시장에서는 또한 한글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다.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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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개막식에는 이언구 전 충북도의회 의장, 장준식 충북문화재연구원장, 전시 포스터 디자인을 맡은 한국교통대학교 디자인학부 장효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아리랑 축하공연으로는 단양 고등학교 최람헌 군의 아코디언 연주, 김재수 충주문화원 부원장의 하모니카 연주, 가흥초등학교 이상철 교장의 판소리 사설 한마당이 있었다. 한글박물관 전시실에는 이들 아리랑 관련 전시물 외에 1500점의 한글 관련 유물이 있다.


태그:#충주 한글박물관, #<한글, 아리랑> 특별전, #10.9-12.31, #서적 등 인쇄물, #생활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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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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