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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마을 왕산댁, 서울 갑니다"


<소리극 왕산댁의 강릉아리랑>이 10월 14일(토) 오후 2시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의 광화문광장 축제무대에 오른다.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은 민간재원으로 운영되는 국내 유일의 공공축제로서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소리극 왕산댁의 강릉아리랑>은 '2017 강릉겨울퍼포먼스페스티벌'에서 초연되었으며, 이후 강릉단오제 기획공연, 강릉야행 초청공연 등으로 3회에 걸쳐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이번 서울아리랑페스티벌 초청공연은 <소리극 왕산댁의 강릉아리랑>의 첫 번째 외지 나들이다. 그리고 <소리극 왕산댁의 강릉아리랑>은 5년차의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이 메인무대에 올리는 첫 번째 연극이기도 하다.


공연단체는 '강릉아리랑소리극공연두레'이다. 이 단체에는 강릉아리랑보존회를 중심으로 강릉학산오독떼기보존회, 강원민요연구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연출은 백향씨어터의 권대혁 대표, 음악지도는 강릉아리랑보존회 권정희 대표가 맡았다. 필자는 공연을 기획하고 총괄하는 예술감독의 임무를 맡고 있다.


강릉아리랑이 이야기를 입었다


<소리극 왕산댁의 강릉아리랑>은 강릉의 전승아리랑에 이야기를 입힌 공연물이다. 무대는 이야기의 서사적 몰입과 강릉아리랑의 감성적 향수를 거의 대등한 비중으로 조화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강릉아리랑은 강릉에서 세상을 살아낸 사람들이 불러 온 소리이다. 세상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는 아리랑으로 마음을 달래고,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아리랑으로 기분을 드러냈다. 아리랑이 슬픔과 기쁨을 같이 하는 마음의 친구로 존재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강릉아리랑에 이야기를 입히는 일은 강릉아리랑이 품고 있는 세상살이와 정서를 재현하는 작업이다. 강릉아리랑이 존재했던 일상을 문화적으로 복원했다는 뜻이다.



왕산댁, 자신의 삶을 말한다


<소리극 왕산댁의 강릉아리랑>의 스토리는 83세 된 왕산댁이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는 내용이다. 왕산의 산골마을 처녀가 형편이 좀 나은 구정마을의 13세짜리 어린 신랑에게 시집을 간다. 이후 왕산댁은 시어머니의 구박, 어린 신랑의 철없음, 성장한 신랑의 외도와 노름 등으로 인해 마음고생과 함께 경제적 고난을 겪는다.

 

그러나 왕산댁은 온갖 풍상에도 불구하고 품팔이와 행상을 하며 기울어진 살림을 일으키고 자식들을 건사해낸다. 그리고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대견해 하고, 어려움을 견뎌내는 일이 삶을 보람 있게 하는 것임을 객석에 메시지로 전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세상이란 것이 야생마와 같아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 해내야 하는 일, 가고 싶은 길, 가야만 하는 길이 있지만, 이런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걸 참아내야 한다. 그리고 결코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강릉아리랑은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아라리 고개로 넘어간다"고 노래한다. 세상을 살아내며 힘들 때는 고개 너머를 꿈꾸었다. 어려움을 견뎌낸 뒤 언젠가는 새로운 세상, 보다 나은 세상을 만나리라 노래했다.


그간 아리랑은 어렵고 힘든 사람들 곁을 지켜왔다. 아리랑이 대중화되기 전 전통사회에서는 사회적 약자인 피지배계급과 함께 했고, 그 중에도 성적 약자에 해당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마음의 친구로 존재했다. 대원군 때 도성 한양에서는 경복궁 중건에 동원된 부역꾼들의 마음을 달래주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식민사회를 사는 당시 민족성원들이 어려움을 견디며 해방의 날을 꿈꾸도록 해주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갑질문화, 입시교육과 청소년문제, 고령화와 노인문제, 취업과 고용문제 등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리극 왕산댁의 강릉아리랑>은 어려움을 안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길 희망한다.

 

극은 말미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르는 소리로 광화문을 채운다. 그 소리가 함성이 되고, 함성은 다시 울림이 되어 우리 모두의 가슴마다 새로운 꽃눈을 틔워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민요를 소리극으로 꾸미는 것은 전승의 새로운 길을 찾는 문화활동이다. <소리극 왕산댁의 강릉아리랑> 예술감독으로서 필자가 하고 있는 작업의 배경도 여기에 있다. 


태그:#강릉아리랑, #소리극, #서울아리랑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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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문화에 관심을 두면서 짬짬이 세상 일을 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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