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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현재 외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중인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이 캄보디아에선 돌연 개봉이 취소됐다.
 9일 현재 외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중인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이 캄보디아에선 돌연 개봉이 취소됐다.
ⓒ 20세기폭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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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이 국내에선 외화 영화 중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하며, 누적 관객수 5백만명 돌파를 향해 순항 중인 가운데 캄보디아에선 돌연 이 영화의 상영이 취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8일 오후 수도 프놈펜 레전드 시네마 측은 공식페이스북을 통해 5일로 예정되었던 영화〈'킹스맨: 골든 서클'〉의 개봉을 전격 취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급을 맡은 영화사 측은 당초 9월 21일 전 세계 개봉 시기에 맞춰 상영될 예정이었던 이 영화의 개봉을 1차례 연기 끝에 결국 취소까지 하게 된 구체적인 배경과 이유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아 의문을 자아내게 했다. 이에 대해 현지 영화 팬들은 곧바로 이 영화개봉이 취소된 데 대해 분통을 터트리며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후 한 영화팬이 올린 댓글로 인해 들끓었던 궁금증과 분노는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범죄소굴로 비치고, 앙코르 유적 파괴되기까지...

캄보디아 현지 영화관 모습 영화 킹스맨 : 골든 서클 의 갑작스런 개봉취소소식에 캄보디아영화팬들은 댓글을 통해 강한 의문과 불만을 토로했지만, 이후 취소사유를 알게 되면서 잠잠해진 상태다.
▲ 캄보디아 현지 영화관 모습 영화 킹스맨 : 골든 서클 의 갑작스런 개봉취소소식에 캄보디아영화팬들은 댓글을 통해 강한 의문과 불만을 토로했지만, 이후 취소사유를 알게 되면서 잠잠해진 상태다.
ⓒ legend cine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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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이노잇'이란 이름의 여성이 밝힌 이 영화의 개봉취소 이유는 이렇다. 심의당국 책임자로부터 확보한 정보라며 밝힌 내용에 따르면, 우선은 이 영화에 비쳐진 자국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예고편 트레일러 뿐만 아니라 〈위키피디아〉에 나온 이 영화 줄거리를 대략 보더라도 알 수 있듯, 이 영화에선 캄보디아가 전세계 마약을 유통하는 악당 '포피'의 근거지로 등장한다. 이 소굴의 이름은 악당의 이름을 딴 '포피 랜드(Poppy Land)'다.

이곳에선 인류를 멸망시킬 거대한 생물학적 무기가 만들어진다. 캄보디아가 일종의 범죄소굴로 비친 셈이다. 게다가 이곳에서 주인공 에그시(태런 에저튼 분)와 로봇팔을 단 악당이 치열하게 싸우는 전투신이 나오는데, 공교롭게도 거대나무숲에 가려진 앙코르유적 내 한 사원이 배경이다. 빗발치는 총알 세례에 고대사원이 힘없이 부서지고 난장판이 되는 모습이 나온다. 분명 캄보디아인들의 심기를 건드리고도 남을만한 신이다.

 영화 예고편에 등장하는 전투신 장면. 주인공 헤그시와 악당이 싸우는 과정에서 앙코르 사원이 파괴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 외에도 영화에선 캄보디아가 마약근거지로 등장, 캄보디아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했다.
 영화 예고편에 등장하는 전투신 장면. 주인공 헤그시와 악당이 싸우는 과정에서 앙코르 사원이 파괴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 외에도 영화에선 캄보디아가 마약근거지로 등장, 캄보디아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했다.
ⓒ 2세기폭스사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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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코르 사원의 조각상 등 유물이 파괴되는 모습이 실린 예고편 장면
 앙코르 사원의 조각상 등 유물이 파괴되는 모습이 실린 예고편 장면
ⓒ 20세기폭스사 예고편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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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자국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국가 위상에 해를 끼칠뿐더러, 자국 영화 팬들 역시 믿을 수 없을 만큼 잘못된 묘사에 불쾌해할 것"이라며 제작을 맡은 20세기폭스사까지 비난했다.

이에 대해 아직까지 심의당국의 이렇다 할 구체적인 해명이 없는 상황이지만, 이 여성의 주장이 맞을 것이란 의견이 대부분이다. 결국 논란이 된 내용과 이 장면 때문에 9월 5일로 잠정 연기되었던 이 영화가 결국 상영 취소처분까지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중국, 북한, 러시아 등에서 부정적이거나 왜곡되게 자국을 다뤘다는 이유로 서구권에서 제작된 영화나 다큐멘터리의 영화상영을 중단하거나 금지한 사례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이 같은 이유로 영화개봉이 돌연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다. 게다가 논란의 중심이 선 이 영화는 개봉을 앞두고 현지 영화사측이 영화 홍보까지 모두 마친 상태라 더더욱 그렇다. 

이 같은 현지 심의당국의 조치가 우리로선 언뜻 이해하기 힘들 수 있지만, 캄보디아 자국민들이 과거 12세기 건립된 앙코르와트를 비롯해 9세기부터 자신의 조상들이 건립한 고대유적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캄보디아 국기 이미지
 캄보디아 국기 이미지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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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국민들은 국기에 앙코르와트의 문양을 새겨 넣을 만큼 자신들의 조상들이 건립한 앙코르와트를 굉장히 신성시하며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 이 유적은 또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중 하나로 연간 200만 명 이상 해외방문객들이 다녀가는 세계적인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자국 내 상영이 취소된 것에 대해 현지 영화 팬들은 아쉬워하면서도 정부 당국의 조치에 대체로 수긍한다는 분위기다. 따라서 적어도 캄보디아에서만큼은 이번 문제가 더 이상 큰 논란거리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앙코르 유적을 신성시하는 캄보디아 국민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 내 압사라 부조벽화의 모습. 12세기 건립된 앙코르와트는 캄보디아 국민들에게는 단순한 유적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 내 압사라 부조벽화의 모습. 12세기 건립된 앙코르와트는 캄보디아 국민들에게는 단순한 유적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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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손꼽히는 앙코로와트는 캄보디아 국민들의 자존심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손꼽히는 앙코로와트는 캄보디아 국민들의 자존심이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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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캄보디아인들의 국가적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고대 앙코르 유적군을 둘러싼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거나 논란으로 커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1월 태국 여배우 수와난 콘잉이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앙코르와트가 태국의 유산이라고 주장했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에 격분한 캄보디아 1000여 명의 군중들이 프놈펜주재 태국 대사관에 불을 지르고 태국계 식당과 호텔 등 기업체들을 공격했으며, 그 과정에서 태국인 1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다.

이에 태국 정부는 자국민 보호와 보복 차원에서 긴급히 군 수송기까지 동원, 자국민 500여 명을 본국으로 이송시켰다. 또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해군함정을 국경 해역에 배치하고, 국경지대에 전면 경계령을 내리는 등 양국관계가 일촉즉발 군사적 충돌 위기까지 이어진 적도 있다.

수년 전에는 한 세계적인 유명호텔체인이 실내 로비 대리석바닥을 무심코 앙코르와트 문양으로 장식했다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적도 있었다. 자국의 신성한 유적 이미지를 방문객들이 함부로 발로 밟고 갈 수 있게끔 만들었다는 게 이유였다.

그 외에도 미국의 한 신발제조회사가 나라별 국기 이미지를 신발 디자인에 차용하는 과정에서 앙코르와트가 그려진 캄보디아 국기가 그려진 신발을 생산했다가 캄보디아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들 모두 캄보디아국민들의 시각에선 일종의 '신성모독죄'를 저지른 셈이다.

이뿐 아니다. 불과 2년 전에는 서양 여성 자매 배낭족이 앙코르유적 내 사원에 몰래 숨어 들어가 세미누드 셀피(Selfie)를 찍는 철부지 짓을 하다가 관광경찰에 적발돼 다음날 강제 추방된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그 외에도 중국계로 추정되는 누드모델이 몰래 사원 내에서 사진 촬영을 한 게 뒤늦게 들통나 캄보디아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관련기사 : 2015년 1월 25일자, 앙코르와트에서 또 누드사진... 캄보디아 분노)

 2년전 중국계로 추정되는 여성모델이 앙코르 유적에서 당국 몰래 누드촬영한 사실이 드러나 캄보디아 국민들을 분노케 한 바 있다.
 2년전 중국계로 추정되는 여성모델이 앙코르 유적에서 당국 몰래 누드촬영한 사실이 드러나 캄보디아 국민들을 분노케 한 바 있다.
ⓒ www.wanimal.rof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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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발생 직후 앙코르 유적 운영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압사라 당국(APSARA AUTHORITY)은 사전허가를 받지 않으면 사진전문가들의 상업적 사진 촬영은 물론이고, 고급카메라 장비의 반입조차 불허하기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의 캄보디아 촬영신은 실제로는 영국 현지 세트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영화스토리를 알았다면 캄보디아 당국이 촬영을 불허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쩌면 제작사 측이 이를 잘 알기에 일찌감치 현지 로케이션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해부터 자국민들이 신성시 여기는 앙코르와트를 비롯한 유적을 방문하는 외국관광객들이 짧은 치마나 반바지, 또는 어깨가 들어나는 옷을 입은 채 출입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해부터 자국민들이 신성시 여기는 앙코르와트를 비롯한 유적을 방문하는 외국관광객들이 짧은 치마나 반바지, 또는 어깨가 들어나는 옷을 입은 채 출입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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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를 매우 신성시여기는 이 나라에서 고대 유적군을 배경으로 한 외국영화의 촬영을 허용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그동안 이곳에서 촬영된 외국영화들은 불과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다. 양조위와 장만옥이 주연을 맡은 〈화양연화〉(2000년 제작)와, 배우 안젤리나 졸리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툼 레이더>, 그리고 최근 그가 직접 연출하고, 극본작업까지 참여해 화제를 모은 영화 〈처음 그들은 나의 아버지를 죽였다〉(원제: First They Killed My Father)정도다.

그나마도 70년대 '킬링필드'를 소재로 한 이 최신 영화가 앙코르 유적군에서 촬영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배우 졸리가 캄보디아 이중국적을 가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캄보디아 자국영화로 인정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은 가운데 제90회 아카데미 영화시상식 외국영화부문에 '캄보디아 영화'로 출품된 상태다. 

한편, 현지 영화팬 찬체코씨는 심의당국의 이 같은 상영금지조치를 수긍하면서도 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만큼은 견디지 못한 듯 "나중에 (P2P 파일공유프로그램인) '토렌트'를 통해서라도 다운로드해서 보겠다"는 댓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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