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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 교수의 내부고발 이후 경북대 로스쿨 게시판에 붙여진 대자보. 교수회 일동이 2016년 5월 26일에 성명서를 붙인 데이어, 약 1주일 뒤인 6월 3일에는 학생회의 성명문이 붙여졌다. 이 대자보들은 학내 곳곳에 6개월간 붙어있었다고 한다.
 신평 교수의 내부고발 이후 경북대 로스쿨 게시판에 붙여진 대자보. 교수회 일동이 2016년 5월 26일에 성명서를 붙인 데이어, 약 1주일 뒤인 6월 3일에는 학생회의 성명문이 붙여졌다. 이 대자보들은 학내 곳곳에 6개월간 붙어있었다고 한다.
ⓒ 신평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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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법원내부비리를 모주간지에 내부고발하는 등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법관재임용심사에서 탈락했던 인물이 있다. 바로 신평(61) 경북대 로스쿨 교수다.

신 교수는 지난해 3월 발간한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이라는 책에서, 로스쿨 입시부정의혹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고 로스쿨개혁을 주장한 바 있다. 신 교수는 이러한 양심고백 후, 법조계와 로스쿨 학생들로부터 온갖 공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기자의 첫 질문에 대한 답변이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최근 진행한 신평 교수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로스쿨교수를 위한 로스쿨'이라고 하셨는데 로스쿨 교수들이 어떠한 혜택과 특권을 누리고 있는지요?
"
내 책에도 나와있지만, 간단히 말해서, (제가) 그동안 대단히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어왔습니다. 학내에 나를 비난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공격을 해왔습니다."

- 양심고백 이후 동료교수들에게 비난을 받으셨다거나 학교차원의 불이익을 받기도 하셨나요?
"동료교수들과 학생들이 비난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수업거부를 하는 등 집단 공격을 해왔습니다. 학자로서 감내하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 교수님의 양심고백 이후, 작년 로스쿨 입시에서부터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성명, 직업, 직장명을 기재하면 불이익을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효과를 거두고 있나요?
"작년 입시에서 상당한 개선조치가 있었죠. 과거엔 학벌에 따라 차별을 두곤 했는데, 이번엔 그런 것을 모르고 하니까, 객관적인 정량점수에 따라 합격시켰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 그럼 어느 정도 개선이 된 거 아닌가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이 되었지만, 입시문제는 로스쿨이 가지는 문제들 중 극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로스쿨 입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로스쿨이 갖고 있는 신분세습적인 성격이고, 이것이 사회적 유동성을 현저히 훼손시킨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지향해야하는 공정한 사회에서는 대단히 부적합한 제도죠."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신평 교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신평 교수
ⓒ 신평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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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쿨이 개선 불가능한 제도라는 말씀이신가요?
"로스쿨 측에서는 내가 사시존치론자라며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봤다면 그런 말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로스쿨에 이런 비난이 있으니, 발전적 방향으로 개선시켜 나가자는 것이지, (나는) 사시존치론을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 독일식 법조양성제도가 가장 이상적인 제도가 아니겠느냐하는 그런 주장을 했습니다."

- 독일은 학부제 로스쿨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정상적인 과정을 밟아나가면, 특별하게 법학에 대한 적성이 없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법조인 자격을 취득할 수 있고, 법조인의 퀄리티, 즉 질적인 면에서 균등성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사법시험은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면, 상당한 균등성을 갖게 되지만, 로스쿨은 그게 안됩니다. 10% 남짓의 우수한 학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변호사시험에 합격해도 질이 매우 낮습니다.

질이 높고 낮은 것을 떠나서,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누구냐에 따라서 법조인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좌우되는 게 현실입니다."

- 로스쿨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지금의 로스쿨 체제에서는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일본식으로라도 고치면 개선이 될 것인데 그런 의지 자체가 없습니다. 로스쿨을 중심으로 해서 우리 사회의 거대한 기득권 세력이 전부 그렇습니다. 이 기득권 세력은 한국사회의 다른 기득권 세력과 마찬가지로 대단히 폭력적이고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는 것에 모든 수단을 강구합니다.

로스쿨 교수뿐만이 아니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단체, 로스쿨 학생들, 로스쿨학생을 자식이나 손자로 둔 사람들, 우리사회 기득권의 핵심세력들이 거의 다 여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이만큼 조직화된 강한 결속력을 가진 기득권세력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국가의 강한 힘이 작용해야 합니다. 국가, 그 중에서 특히 로스쿨의 감독 관청인 교육부는 아주 형식적인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만 개입했을 뿐, 전혀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다른 나라의 법조양성제도에서 국가가 간섭과 제재를 행하는 정도를 보면 너무 큰 차이가 납니다.

독일에서는 아예 학생들이 수강해야할 과목자체를 법률로 정해놓습니다. 그런 것뿐만 아니라 국가가 올바른 법조인 양성을 위해서 세심한 배려를 한다. 프랑스도 마찬가지고, 일본에서도 보면, 로스쿨담당 기관으로 법조개혁에 관한 기구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그 일본의 부총리 격인 관방장관이 위원장을 하면서, 법무대신, 문부대신이 위원이 되고, 그 외에도 다른 대신도 들어가고 이 기구에서 질적 향상을 위하여 여러 가지 세부적인 간섭과 배려를 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법조양성제도가 우리 법치주의의 기본 골격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많은 국가적인 배려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 양심고백으로 인해 고초를 겪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현재도 그런가요?
"현재까지도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는 이미 학자로서 날개가 꺾여있는 상황입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로부터 대자보로 공격을 받는데 내가 학자로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까..."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로스쿨 제도를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빨리 이루어내야합니다. 이런식으로 방치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빨리 그런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노력을 해야 되고, 자신이 가진 기득권에 너무 안주하지 말고, 보다 성숙하고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협력을 해야 합니다."

한편 신 교수의 이런 기구한 운명을 소재로 한 소설 <로스쿨교수 실종사건>이 최근에 발간된바 있다.


태그:#로스쿨내부고발, #로스쿨부정입학, #내부고발, #법관인사비리, #신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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