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오렌지 색의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는 월드컵 무대에서 신선한 활약을 선보였던 네덜란드 축구.

요한 크루이프 시작으로 마르코 반 바스텐, 레이카르트, 데니스 베르캄프, 아르옌 로벤 등 수 많은 수퍼 스타들을 배출해낸 '전통의 축구 강호' 네덜란드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초대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는 8일(한국시간) 벨라루스 바리사우에서 열린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에서 벨라루스를 3-1로 격파했다.

하지만 이날 득점을 터트린 로벤을 비롯해 벤치에서 선수들을 지시하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 그리고 원정 길을 찾아온 네덜란드 팬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두웠다. 같은 시각 열린 A조 지역 예선에서 스웨덴이 룩셈부르크를 8-0으로 대파하며 조 2위를 굳건히 지켰기 때문.

마지막 10차전만을 남겨둔 네덜란드는 1위 프랑스(승점 20), 2위 스웨덴(승점 19)에 밀린 3위(승점 16)에 머물러 있다. 유럽 예선은 9개 조 1위 팀만 본선에 직행하고 2위 팀들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4팀만 본선에 합류할 수 있다. 조 3위는 탈락이다.

'7골차 대승' 거둬야 하는 네덜란드... "사실상 탈락"

 네덜란드 축구대표팀 공격수 아르옌 로벤

네덜란드 축구대표팀 공격수 아르옌 로벤 ⓒ 국제축구연맹 홈페이지


네덜란드가 월드컵 본선 진출의 불씨라도 잡기 위해선 오는 11일 홈에서 열리는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무조건 7골차 이상의 대승을 거둬야 한다. 네덜란드가 스웨덴을 6-0으로 이긴다고 하더라도 다득점에서 밀리기 때문에 7점차 이상으로 이겨야만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북유럽의 전통 강호' 스웨덴은 러시아 월드컵 지역 예선 9경기에서 2패 밖에 거두지 않은 팀이다. 프랑스에게 3골, 불가리아에게 2골을 허용했지만 모두 1골차 패배였다. 자국리그 선수들로 엔트리가 대거 채워져 있어 조직력이 튼튼하고 공격력 또한 만만치 않다. 다시 말해 네덜란드의 7골차 이상의 승리는 '그림의 떡'이라는 소리.

네덜란드 현지 언론들은 사실상 자국의 본선 탈락을 확정 짓는 분위기다. 네덜란드 유력 일간지 <데 텔레 그래프>는 "내년 여름 세계축구 무대에서 네덜란드의 이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2016 유로(유럽선수권대회)에 이어 두 번째 연속으로 메이저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 볼프스크란크>는 "네덜란드, 월드컵 출전 사실상 좌절"이라는 기사 제목을 통해 "아직 공식적인 본선 탈락은 아니지만 네덜란드가 곧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네덜란드의 마지막 황금 세대였던 로벤이 다음주 국가대표팀과 작별 인사(은퇴)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3위에 올랐던 네덜란드는 불과 3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를 코앞에 두게 됐다. 오렌지 군단의 몰락 이유는 무엇일까. 다수는 세대 교체 실패와 자국 리그의 약화 등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현재 네덜란드의 엔트리를 보면 '33세 노장 공격수' 로벤을 제외하곤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는 선수를 찾기 힘들다. 2~3년 전 나이젤 데용, 디르크 카위트, 로빈 반 페르시 등 스타급 선수들의 은퇴와 맞물려 신예들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자국 리그 에레디비지(1부리그)의 경쟁력 약화도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지난 10년간 유럽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8강에 오른 에레디비지 클럽은 단 하나도 없다. 박지성, 이영표 등을 앞세워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랐던 아인트호벤은 현재 국내에서도 존재감없는 팀으로 인식된다.

과거 선수 육성을 통해 실력 있는 선수들을 여러 배출해냈던 에레디비지 리그는 2000년대 후반, 거대 자본을 앞세운 스페인-잉글랜드 클럽에게 재능 있는 선수를 대거 빼앗겼고 이후 별다른 대안 없이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한때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와 함께 5대 리그로 평가받았던 네덜란드 리그는 현재 포르투갈-벨기에-터키 리그에도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리그 경쟁력의 약화로 좋은 선수들의 영입과 성장은 어려워졌고, 이를 토대로 꾸려지는 국가 대표팀 역시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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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네덜란드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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