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앙금이 남은 부산의 거인과 창원의 공룡이 플레이오프의 길목에서 만났다.

조원우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와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NC 다이노스는 오는 8일부터 5판3선승제로 진행되는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다. 5경기 중 먼저 3승을 따내는 팀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오는 16일부터 정규리그 2위 두산 베어스와 맞붙는다. 양 팀 모두 전력을 정비할 시간을 얻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시리즈를 끝내야 하는 입장이다.

롯데와 NC는 서로에게 감정이 많다. NC가 창단을 준비했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반대한 구단이 롯데였고 NC는 이를 작년 시즌 상대전적 15승1패로 되갚았다. 그리고 올해는 롯데가 9승7패로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점했다. KBO리그의 새로운 지역 라이벌로 자리잡고 있는 두 팀은 올해 운명처럼 가을야구의 외나무다리에서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벌인다.

[롯데 자이언츠] 2017년, 거인의 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8월10일로 시계를 돌려보자. NC는 선두 KIA타이거즈에 5경기 뒤진 2위에 올라 있었고 롯데는 5위 넥센 히어로즈에 2경기 뒤진 공동 6위였다. NC와 롯데의 승차는 무려 10경기. 당시만 해도 천지가 개벽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절대 뒤집을 수 없는 승차로 보였다. 하지만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천지가 개벽할 일이 벌어졌다. 롯데가 10경기의 격차를 극복하고 NC를 4위로 밀어낸 것이다.

5년 만의 가을야구 복귀가 목표였던 롯데는 시즌 최종전에서 3위 NC를 추월하면서 와일드 카드 결정전 없이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부산 야구팬들의 열기를 생각하면 홈에서 먼저 2경기를 치르는 것은 결코 작지 않은 프리미엄이다. 작년 시즌 NC에게 1승15패의 수모를 당하며 팬들로부터 "느그가 프로가?"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던 롯데로서는 내심 NC에게 설욕할 기회를 기다렸을 것이다(물론 이왕이면 2차전까지 가서 전력을 소모하고 오길 기대했겠지만).

롯데는 손아섭과 전준우,이대호,앤디 번즈로 이어지는 4명의 3할 타자를 보유하고 있다. 거포 최준석과 안방마님 강민호, 외야수 김문호도 언제든지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다. 타점(11개)보다 도루(20개)가 더 많은 나경민의 폭발적인 주루 플레이도 NC의 베터리를 흔들 준비가 돼 있다. 포스트 시즌 경험이 전무한 3루수 황진수만 제 역할을 해준다면 최근 4년간 가을야구를 해보지 못한 약점은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마운드에는 조쉬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 박세웅, 송승준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4명의 선발 투수가 있다. 저마다 고른 기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원우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대로 4인 로테이션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철벽 마무리의 위용을 되찾은 손승락과 불펜 투수로 변신한 '포크의 제왕' 조정훈, 젊은 패기가 돋보이는 박진형이 지킬 필승조의 위력도 NC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

비록 지난 25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롯데는 프로 원년부터 부산, 경남 지역의 야구팬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온 팀이다. 하지만 NC가 창단된 후 성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경남 지역의 야구팬 상당수를 NC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롯데는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 롯데 야구의 진정한 매력을 보여주면서 빼앗겼던 경남 지역의 야구팬들을 되찾으려 한다.

[NC 다이노스] 공룡은 작년 곰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

SK가 최대한 NC를 괴롭혀주길 기대했던 롯데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NC는 5일 벌어진 와일드 카드 결정 1차전에서 홈런 두 방을 포함해 13안타를 터트리며 10-5로 가볍게 승리를 따내고 시리즈를 조기에 끝냈다. 에이스 에릭 해커를 소모하지 않았고 각각 30개와 22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이민호와 원종현에게는 이틀의 휴식이 주어진다. 사실상 전력을 거의 소모하지 않고 경기 감각을 유지하며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낸 것이다.

게다가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해 '자신감'이라는 큰 무기를 얻었다. 간판스타 나성범이 결승 3점 홈런을 포함해 3개의 장타를 터트리며 절정의 타격감을 뽐냈고 정규리그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박석민도 홈런을 터트리며 짜릿한 손 맛을 봤다. 이날 NC는 선발 타자 9명 중 이호준과 권희동을 제외한 7명이 안타를 기록했고 대타로 나온 모창민도 2타점을 올리며 좋은 컨디션을 과시했다.

마운드에서는 9월 이후 평균자책점 6.35까지 치솟았던 불펜진의 건재를 확인한 것이 최고의 수확이었다. 특히 후반기에만 4패4홀드 평균자책점 7.00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미스터 155' 원종현은 6회 1사 후 마운드에 올라 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단 하나의 출루조차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원종현이 불펜에서 중심을 잡아준다면 NC의 필승조는 한층 원활하게 운용될 수 있다.

NC는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에이스 해커와 영건 장현식, 제프 맨쉽으로 선발로테이션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시리즈 진행에 따라 사이드암 이재학과 좌완 구창모의 선발 투입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NC로서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이닝3실점으로 부진했던 맨쉽의 호투가 절실하다(맨쉽은 올 시즌 롯데전에서 3경기 2승 2.33의 좋은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신흥 라이벌 롯데와의 승부도 중요하지만 NC에게는 반드시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야 할 명분이 있다. 플레이오프에는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NC에게 4경기 2득점의 수모를 안긴 두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NC가 작년 4연패의 수모를 안긴 두산에게 설욕하기 위해서는 부산에서 기세등등하게 기다리고 있는 거인의 벽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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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 조원우 감독 김경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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