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옥자>의 포스터.

영화 <옥자>의 포스터. ⓒ 넷플릭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는 둘로 나귈 것이다. "추석 연휴가 5일밖에 안 남았네"라며 아쉬워하는 이들과 "연휴가 5일이나 남았네"라며 안도하는 이들로. 부정이든 긍정이든, 이들의 공통점은 남은 휴일을 어떻게 보내느냐로 모아질 것이다.

그런 무료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넷플릭스일지 모른다. 이미 미 실리콘밸리에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을 때 사용하는 신조어 'Netflixed'(넷플릭스 당하다)는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들에게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꼭 <하우스 오브 카드>와 같은 유명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아니어도 좋다. 넥플릭스는 오리지널 신작은 물론 기존 미 방송사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부터 이제는 한국 드라마나 예능,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콘텐츠도 상당수 보유 중이다.

이 전 세계를 침공한 OTT(Over the Top) 서비스가 생소한 이들을 위해 넷플릭스가 야심차게 내놓은 오리지널 영화가 바로 봉준호 감독의 <옥자>였다. 영화적인 재미와 사회적인 이슈를 겸비한 이 슈퍼돼지와 한국 소녀 옥자의 절절한 러브스토리는 지난 여름 비멀티플렉스에서만 제한 상영되며 많은 관객들을 만나지 못했다.

넷플릭스에 입문하기 딱 좋은 작품인 동시에 넷플릭스가 한국은 물론 세계 공략을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임에 틀림없다. <옥자>를 시청했다면, 남은 추석 연휴 넓고 너른 넷플릭스의 콘텐츠 바다에 빠져 보시길. 드라마 한 시즌을 시청하면, 한나절이, 하루가 후딱 가버렸음을, '넷플릭스 당하는' 일이 얼마나 깊은 수렁(?)인지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여기 신작을 포함해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미드' 몇 편을 소개한다. 이 드라마들과 함께 남은 연휴 즐거운 'Neflixed'의 경험 되시기를.  

스크린엔 <어벤져스>, 넷플릭스엔 <디펜더스>

 드라마 <마블 디펜더스>의 포스터.

드라마 <마블 디펜더스>의 포스터. ⓒ 넷플릭스


스크린에 <어벤져스>가 있다면, 넷플릭스엔 <마블 디펜더스>가 있다. <어벤져스>와 다를 바 없이, 같은 인기 마블 코믹스를 원작 삼아 같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공유하는 작품들로 상당한 완성도와 TV 시리즈만의 매력을 뽐내는 작품들이다(다만, <아이언 피스트>에 대한 호불호는 뚜렷이 갈린다).

이미 개별 시리즈가 '흥'한 <데어데블>(시즌2까지 완료됐다)과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에 이어 최근작인 <아이언 피스트>까지. '시각 장애인'과 '여성', '흑인'에 이어 '쿵푸'를 전수 받은 네 명의 슈퍼 히어로가 뉴욕을 지키기 위해 '핸드'라는 조직과 싸우는 이 액션 드라마는 어지간한 단점과 갈리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히어로물의 팬이라면 참고 즐길 만한 작품이다. 특히나 이미 예고된 '데어데블'과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의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팬이라면 더더욱.

'킹스맨'도 스카우트한 <나르코스>의 인기

 미드 <나르코스> 포스터 속 페드로 파스칼.

미드 <나르코스> 포스터 속 페드로 파스칼. ⓒ 넷플릭스


최근 드라마의 콜롬비아 현지 프로듀서가 살해당했다는 흉흉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유명세를 더했던 범죄드라마 <나르코스>. 콜롬비아 '마약왕'과 미 마약단속국(DEA) 사이의 전쟁 실화를 드라마틱하게 극화해  전 세계 미드 팬들을 열광시켰던 이 <나르코스>의 주연 배우 페드로 파스칼은 최근 개봉한 <킹스맨: 골든 서클>의 에이전트 '위스키'로 출연해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실존인물이자 전설적인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업적(?)과 내면을 살폈던 시즌1, 2의 유명세를 등에 업은 <나르코스> 시즌3는 그의 사후 콜럼비아는 물론 전 세계 마약 유통망을 장악한 조직 '칼리 카르텔'의 흥망성쇠를 다룬다. 멀게는 <대부>부터 가깝게는 전성기 마틴 스콜세지 영화의 범죄조직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나르코스> 시리즈. 이번 시즌3는 캐릭터는 확장된 반면, 집중도나 드라마틱한 서사 구조는 훨씬 강화된 느낌이다. 이 드라마, 추석 연휴 '정주행' 용으로 딱이다.

'강추' <루머의 루머의 루머>와 <글로우: 레슬링 여인천하>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 포스터.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 포스터. ⓒ 넷플릭스


올해 공개된 따끈따끈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작 중 단 두 편을 고르라면 단연 <루머의 루머의 루머>(이하 <루머>)와 <글로우: 레슬링 여인천하>(이하 <글로우>)를 꼽아야 할 것이다. 이 두 편은 각각 "평범했던 한 여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13가지 이유를 밝혀내는" 미스터리 드라마와 "1980년대의 LA, 볼품없고 사연 많은 여자들이 TV 프로그램 '레슬링 여인 천하 글로우'를 통해 링에서 당당히 거듭나는' 코미디 드라마로 요약할 수 있다.

<루머>는 망자가 오디오를 통해 들려주는 증언을 통해 죽음의 진상과 주변인물들과의 관계들을 밝혀가는 독특한 구조의 미스터리 물이다. 그런데,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그 망자가 여성이고, 한창 꿈 많고 예민했을 고등학생이다. '누가 이 소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가'는 이슈를 추적하는 <루머>는 그리하여 21세기 손에 꼽을 만한 '미스터리 하이틴' 드라마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시즌2를 준비 중이다.

'미드' 출연에 도전했던 MBC <무한도전> 멤버들이 넷플릭스 본사에서 오디션을 봤던 넷플릭스 드라마 중 한편이 바로 이 <글로우>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레슬링판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으로 불러도 무방할 만큼 여성주의적 시각과 휴머니즘, 그리고 1980년대의 시대성을 고루 겸비한 꽤나 '유니크'한 코미디 스포츠 드라마라 할 수 있다.

꽤나 개성 강하고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캐릭터들의 향연과 그들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미국 드라마 특유의 웃음과 감동을 버무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 두 편 모두  넷플릭스 팬들이나 평론가들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으며, <루머>는 이미 동명의 원작소설이 미국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두 편 공히 2018년 시즌2 공개를 예고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만나는 '19금' 콘텐츠와 기타 추천작들 

혹시 '19금' 콘텐츠를 선호하는 시청자라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당신과 나 그리고 그녀>와 <마스터스 오브 섹스>를 추천하는 바다. <당신과 나 그리고 그녀>는 단란했던 잉꼬부부가 성생활의 변화를 주기 위해 '도우미'를 고용하면서 꼬여가는 관계와 예상치 못하게 싹트는 로맨스를 통해 '관계'와 '사랑'에 관해 성찰해 나가는 드라마다. 그 관계가 한국의 시각에서 보면 파격 그 자체라 할 수 있을 듯. 현재 시즌2까지 공개됐다. 

미 케이블 채널인 쇼타임 제작의 <마스터브 오브 섹스>는 1950년대 후반 성 심리학자인 윌리엄 마스터스 박사와 비서 버지니아 존슨이 성 문제 클리닉을 운영하며 진행했던 성에 관한 연구를 둘러싼 확실히 파격적이고도 깊고 너른 주제의식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킨제이 보고서' 이후 남녀의 성과 오르가즘 등 성연구에 천착하는 유능한 산부인가 의사 윌리엄 마스터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성과 사랑'은 물론이요, 시대가 시대니만큼 동성애와 인종 등 '사랑'과 '인간'이란 테마에 걸친 다양한 주제를 진지하고도 애정어린 시선으로 성찰하는 작품이다. 2016년 시즌4로 막을 내렸다.

이들 작품들이 성에 안 찼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외에 좀 더 시야와 장르를 넓힐 필요가 있다. <스타트렉: 디스커버리>는 SF의 고전을 J.J. 에이브람스 감독의 영화화가 아닌 TV 시리즈로 되살린 작품 미 CBS에서 9월 말 방영을 시작했다. <24>의 키퍼 서덜랜드가 곤궁에 처한 대통령으로 분한 정치 스릴러 <지정생존자> 역시 지금 같은 시기 시즌2로 경쟁 중이다. 

또 하나의 정치(외교)드라마 <마담 세크리터리>는 10월 말 시즌4 방영을 앞둔 가운데 넷플릭스에서 3시즌까지 공개돼 있다. CIA 출신 미 여성국무부 장관이 러시아와 이란, 중국 등 미국의 '골칫거리' 국가와 외교 전쟁을 벌이는 개별 에피소드들은 비록 미국적인 색채와 시각이 두드러짐에도 불구하고 세계 정치에 관심이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흥미로울 수 없는 소재들일 것이다.

그리고, 2016년 '넷플릭스 당하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SF 호러 <기묘한 이야기> 역시 '필람'의 작품이다. 1980년대의 향수와 과거 <환상특급> 시리즈와 J.J. 에이브람스 시대의 SF 호러 등을 연상시키는 이 재기발랄한 작품이야말로 다른 미 방송사가 거절한 뒤 넷플릭스가 '발굴'한(미 방송사들 사이에서 이런 흐름이 반복된 지 꽤 오래다) 히트작으로 칭송 받는 분위기. 오는 10월 27일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있다.

넷플릭스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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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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