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김진성

역투하는 김진성 ⓒ NC 다이노스


몇 년간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이하 한화) 감독의 사례나 몇몇 고교 투수들의 투구 수 논란 등 최근 야구계에서는 감독의 무리한 투수 기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김성근 전 감독이 한화와 이별하고 고교 야구 시즌이 끝나며 우려의 목소리는 잦아들었지만 아직 투수들의 혹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전반기 2위 자리를 유지하며 순항을 이어가던 NC 다이노스(이하 NC)는 9월에 불펜진이 무너지며 최종 순위 4위로 정규 시즌을 마감하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불펜의 붕괴에는 여러 원인들이 있겠으나 과도한 이닝 소화에 의한 불펜 과부하를 가장 큰 이유로 들 수 있다. 혹사가 단단했던 NC의 불펜을 무너뜨린 것이다.

NC 불펜 소화 이닝 비교 9월 30일 기준. 기록 출처 STATIZ

▲ NC 불펜 소화 이닝 비교 9월 30일 기준. 기록 출처 STATIZ ⓒ 류시진


2017 시즌 NC의 불펜은 9월 30일 기준 리그에서 가장 많은 580.2이닝을 소화하였다. 이중 대부분을 김진성, 원종현, 이민호, 임창민 등의 필승조가 부담하였는데, 이들은 NC 불펜의 전체 소화 이닝 대비 53.5%의 이닝을 소화하였다. 2017 시즌 NC는 소수의 선수들에게 너무나도 많은 이닝을 부담시켰고 이는 위 선수들의 체력 저하로 인한 성적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물론 NC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7 시즌 선발투수들이 일찍 무너지며 불펜진이 많은 이닝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투수마다 적정 이닝이 다른 만큼 많은 이닝의 소화가 반드시 성적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9월의 부진을 일시적인 슬럼프로 치부하기에는 우려할  만한 요소가 또 하나 존재한다.

2015-17 시즌 구원 최다 이닝 순위
2015-17 시즌 구원 최다 이닝 순위 9월 30일 기준 기록 출처 STATIZ

▲ 2015-17 시즌 구원 최다 이닝 순위 9월 30일 기준 기록 출처 STATIZ ⓒ 류시진


최근 3년간 불펜 투수 소화 이닝 상위 10걸에 원종현을 제외한 NC의 주요 투수들이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심지어 김진성의 경우 최근 혹사 논란을 겪었던 한화의 불펜 투수들을 제치고 최다 이닝을 소화하였다. 위의 명단에 있는 선수들의 대부분이 혹사로 인한 성적 하락을 겪었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NC 불펜진의 9월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재앙의 전주곡일 수도 있다.

NC의 필승조는 9월 한 달 간 43이닝 동안 6.4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부진이 한 달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이들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후 이어질 포스트시즌과 나아가 다음 시즌 전력 구상에도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필승조가 모든 경기에 나올 수는 없다. 승리를 지키기 위해 과도하게 필승조를 내보내게 된다면 그들은 더 이상 팀의 승리를 지켜낼 수 없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 지난 몇 년간 한 감독의 행보를 보며 많은 야구팬들이 이러한 사실을 잘 알게 되었을 것이다. 오늘 경기에서 진다고 해도 다음날에도 야구는 계속 이어진다. 내일이 없는 야구를 계속하게 된다면 언젠가 오늘의 승리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기록 출처: STATIZ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 NC다이노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