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전남 드래곤즈, 대구 FC, 상주 상무, 인천 유나이티드 FC' 이 네 팀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은 열흘간 이어지는 한가위 연휴에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하고 있다. 이미 연휴 시작부터 그들은 바늘방석 위에 앉아 있었다. 이른바 승점 6점짜리 경기를 치르며 단 1팀도 활짝 웃지 못해서 더 그랬을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교체 선수 문선민이 후반전에 결정적인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대구 골키퍼 조현우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인천 유나이티드 교체 선수 문선민이 후반전에 결정적인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대구 골키퍼 조현우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 심재철


8위부터 11위까지 똑같이 '33점' 

9월 30일(토)과 10월 1일(일) 이틀간 2017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가 나란히 열렸다. 축구장 단두대 매치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아슬아슬한 경기도 배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강등권 싸움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는 팀들은 다른 경기 결과도 몹시 궁금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먼저 9월 30일 오후 3시에 대구스타디움에서 대구 FC와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만났다. 홈 팀 대구 FC가 경기 시작 후 3분 23초만에 행운이 따르는 선취골을 터뜨려 앞서 나갔다. 주니오의 찔러주기를 받은 골잡이 에반드로가 간결한 터치로 방향을 바꿔 오른발 슛을 날렸고 그 공은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몸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뀌어 굴러들어간 것이다.

지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이대로 주저앉을 팀은 아니었다. 26분에 프리킥 세트 피스로 멋진 동점골을 뽑아냈다. 주장 최종환이 오른발로 올린 공을 미드필더 한석종이 가슴으로 떨어뜨려 주었고 이 공을 받은 박용지가 부드러운 터닝 동작을 자랑하며 오른발 슛을 기막히게 차 넣은 것이다.

후반전에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교체 선수들(송시우, 김도혁, 문선민)의 활약으로 좋은 득점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어냈지만 대구 FC 골키퍼 조현우의 슈퍼 세이브에 머리를 감싸쥘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대구 FC와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올 시즌 세 차례의 대결을 모두 비기고 말았다. 이들과 함께 강등권 11위 탈출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다른 팀들도 승점 3점을 따내지는 못했다. 상주 상무는 포항 스틸러스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2-2로 비겼고, 강등권에서 벗어날 기회가 비교적 많았던 전남 드래곤즈는 FC 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0-1로 패하고 말았다.

그 결과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국의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 정규리그 마지막(33) 라운드를 남겨놓고 상하위 스플릿이 갈리고 말았다. 강원 FC가 10월 1일 평창 알펜시아에서 울산 현대와 1-1로 비긴 덕분에 6위 자리를 지켰고, 포항 스틸러스가 9월 30일 스틸야드에서 열린 상주 상무와의 홈 경기에서 2-2로 비기는 바람에 7위로 하위 스플릿에 묶이고 만 것이다.

특히 하위 스플릿 순위표에 기막힌 인연이 생겼다. 8위 전남 드래곤즈부터 11위 인천 유나이티드 FC까지 4팀이 똑같은 승점(33점)으로 나란히 서게 된 것이다. 승점이 같을 경우 순위 결정 방식이 '다득점→득실차→다승→승자승→벌점→추첨' 순이기 때문에 8위 전남 드래곤즈(47득점)부터 9위 대구 FC(39득점), 10위 상주 상무(36득점), 11위 인천 유나이티드(28득점)에 이르기까지 희비가 엇갈렸다.

2017 시즌 '잔류왕'은 누구?

1위 전북 현대(62점), 2위 제주 유나이티드(59점), 3위 울산 현대(58점)의 승점 차이도 크지 않기 때문에 우승 경쟁도 스플릿 최종(38)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흥미진진하게 이어지겠지만 33점으로 똑같이 몰린 강등권(11위) 탈출 경쟁이 더 치열할 것은 분명하다.

그들이 2부리그의 형편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10월 8일(일) 오후 3시 일제히 벌어지는 정규리그 33라운드부터 스플릿 라운드가 끝나는 11월 5일(일)까지 6경기씩 남겨놓게 된 현 시점에서 이들 네 팀은 매 경기를 그야말로 결승전 드라마로 장식할 것이다.

이들은 정규 리그에서 각각 세 번씩 만났는데 묘한 4각 관계가 만들어졌다. 10월 8일 광양에서 열리는 전남 드래곤즈와 대구 FC의 33라운드 경기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전남 드래곤즈'가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2승 1무(6득점 3실점)의 우위를, '인천 유나이티드'도 상주 상무를 상대로 2승 1무(4득점 2실점)의 상대적 우위를 지켰다. '대구 FC'도 상주 상무를 상대로 1승 2무(5득점 3실점)를 거뒀으니 하위 스플릿 일정을 앞두고 자신감을 내세울 수 있다.

또한, 이들 33점 네 팀들 사이의 경기 결과만 계산해봐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현재 순위표가 실질적인 차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8위 전남 드래곤즈가 나머지 세 팀과 8경기를 치르며 승점 14점(4승 2무 2패, 15득점 12실점)을 얻어 실속을 챙긴 편이다.

그 다음으로 대구 FC가 8경기를 치르며 승점 11점(2승 5무 1패, 13득점 11실점)을, 인천 유나이티드가 9경기를 치르며 승점 11점(2승 5무 2패, 10득점 11실점)을 얻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상주 상무는 9경기를 치렀지만 전남 드래곤즈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3-1로 이긴 것이 유일한 승리로 승점 7점(1승 4무 4패, 9득점 13실점)에 그쳤다.

이 정규리그 기록처럼 스플릿 라운드 결과가 나온다면 상주 상무가 11위로 내려가서 2부리그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 승리 팀과 만나서 최종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할 형편이다. 하지만 최근 상주 상무의 경기 내용을 살펴 보면 나머지 하위 스플릿 팀들이 바짝 긴장해야 한다. 골잡이 주민규의 득점 감각이 절정이기 때문이다.

상주 상무의 간판 골잡이 주민규는 현재까지 7경기 연속 득점 기록(11득점)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시즌 통산 득점 기록을 살펴볼 때 하위 스플릿에서 만날 5팀 모두에게 1득점 이상(vs 포항 4골, vs 광주 3골, vs 전남-인천-대구 각 1골)씩을 뽑아냈기 때문에 팀의 강등권 탈출 작전을 성공시킬 가장 확실한 해결사임에 틀림 없다.

그러므로 10월 8일부터 약 1달 간 펼쳐질 K리그 클래식 마지막 일정은 어느 경기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 그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진정한 '축구 드라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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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7 K리그 클래식 현재 순위표
1위 전북 현대 62점 18승 8무 6패 61득점 31실점 +30
2위 제주 유나이티드 59점 17승 8무 7패 56득점 30실점 +26
3위 울산 현대 58점 16승 10무 6패 38득점 35실점 +3
----------------------------------------------------------------- 2018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4위 수원 블루윙즈 52점 14승 10무 8패 53득점 35실점 +18
5위 FC 서울 50점 13승 11무 8패 47득점 34실점 +13
6위 강원 FC 43점 11승 10무 11패 51득점 56실점 -5
-------------------------------------------------------------- 이상 상위 스플릿 6팀 확정
7위 포항 스틸러스 39점 11승 6무 15패 46득점 53실점 -7
8위 전남 드래곤즈 33점 8승 9무 15패 47득점 55실점 -8
9위 대구 FC 33점 7승 12무 13패 39득점 48실점 -9
10위 상주 상무 33점 8승 9무 15패 36득점 56실점 -20
11위 인천 유나이티드 FC 33점 6승 15무 11패 28득점 44실점 -16
12위 광주 FC 22점 4승 10무 18패 27득점 52실점 -25
[38라운드 종료 후 최종 순위 12위는 2018년 2부리그 강등, 11위는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 승리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
[최종 순위 결정 규정 : 승점➡다득점➡득실차➡다승➡승자승➡벌점➡추첨]

◇ 정규리그 최종(33)라운드 일정[10월 8일 일요일 오후 3시, 왼쪽이 홈 팀]
강원 FC - 인천 유나이티드 FC(평창 알펜시아)
전남 드래곤즈 - 대구 FC(광양전용구장)
상주 상무 - FC 서울(상주시민운동장)
광주 FC - 울산 현대(광주월드컵경기장)
포항 스틸러스 - 수원 블루윙즈(포항 스틸야드)
제주 유나이티드 - 전북 현대(제주월드컵경기장)

◇ 스플릿 라운드 일정
- 2017년 10월 14일(토) ~11월 5일(일), 팀당 5경기
축구 K리그 클래식 승강제 K리그 챌린지 스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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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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