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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으로 1일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총기사고가 벌어졌다. CNN을 통해 전해진 당시 상황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사건을 재구성해보자. 

 라스베이가스 총기사고는 64세의 회계사 스티븐 패독이 저질렀다.
 라스베이가스 총기사고는 64세의 회계사 스티븐 패독이 저질렀다.
ⓒ CNN 화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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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 베이 리조트에 투숙하던 64세의 회계사 스티븐 패독은 객실 유리창을 깨고 건너편 컨트리 가수의 제이슨 알딘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 있던 군중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공연장엔 2만 2천 명 가량의 군중이 운집해 있었다.

사건 발생 후 객실로 경찰이 들이닥치자 패독은 자살했다. 경찰은 패독의 객실에서 23정의 총기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다행히 테러나 이슬람국가(IS)와 관련성은 없어 보인다. 그의 친동생 에릭 패독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형은 그 어떤 정치조직이나 종교단체와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확인된 사망자는 현지시간 3일 기준 59명, 부상자는 529명이다. 미국에서는 총기사고가 빈번했지만, 이번 라스베이가스 총기사고는 역대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사고로 남게 될 전망이다.

맞불집회도 불사하는 NRA의 로비력 

미국에서는 2~3년을 주기로 총기사고가 되풀이돼 왔다. 그러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주기가 1년 단위로 단축되는 양상이다. 미국에서는 총기사고가 벌어질때마다 전국적으로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이와 동시에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곤 한다. 그러나 딱 그때 뿐이다. 총기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미국에서는 총기 소지가 자유롭고, 이를 법으로 규제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했다.

총기소지 규제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전미총기협회(NRA)다. 이들은 막강한 로비력을 앞세워 총기규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게 제동을 건다.

지난 1999년 4월 콜로라도주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총기사고가 벌어졌을 때 일이다. 이 사고로 12명의 학생과 1명의 교사가 희생됐다. 이 사건 이후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갔다.

바로 이때 NRA가 맞불을 놨다. NRA는 사건 발생 10일 후, 사고 현장에서 멀지 않은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총기규제 반대 집회를 열었다. NRA의 맞불집회는 2014년 극우 인터넷 집단 일베가 세월호 유가족이 단식하던 광화문 광장에 몰려가 폭식투쟁을 벌인 일을 방불케 했다.

당시 덴버 시장은 NRA 회장이던 왕년의 명배우 고 찰턴 헤스턴에게 집회를 열지 말아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헤스턴은 이 서한을 공개하면서 덴버 시장을 이렇게 비꼬았다.

 왕년의 명배우 찰턴 헤스턴은 NRA회장으로 재직하던 1999년 콜럼바인 총기사고가 벌어지자 덴버에서 총기소지 규제 반대집회를 주도했다.
 왕년의 명배우 찰턴 헤스턴은 NRA회장으로 재직하던 1999년 콜럼바인 총기사고가 벌어지자 덴버에서 총기소지 규제 반대집회를 주도했다.
ⓒ NRA 자료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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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더러 오지 말라고요? 이미 우리는 여기에 와 있습니다."

헤스턴은 그러면서 총기 소지의 필요성을 아래와 같이 강조했다.

"피해자들의 당한 고통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유롭고 용기 있는 자들의 고향인 미국을 지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전 제 역할을 하겠습니다."

총기소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 

총기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인들의 정서다. 미국인들은 총기를 자기 방어 수단으로 여긴다. 이 같은 정서의 뿌리는 서부 개척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서부로 변경이 넓혀지기 시작했지만 행정력은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총이 법을 대신해야 했다. 이에 미 수정헌법 제2조는 총기 소지를 권리로 보장하기에 이른다.

총기 소지를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을 때 마다, 총기 소지 찬성론자들은 수정헌법 제2조를 내세워 맞섰다. 게다가 지난 2008년 6월 미 연방대법원은 "총기 소지 권리는 연방정부 뿐아니라 주 정부나 지방 정부도 침해할 수 없는 기본권리"라는 판결을 내렸다.

요약하면 미국인들의 정서와 대법원 판례, 그리고 NRA의 막강한 로비력이 총기 규제를 막아서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 총기 사고는 자주 영화화되곤 했다. 그중 존 쿠삭, 레이첼 와이즈 주연의 2003년작 <사라진 배심원>(원제 : Run Away Jury)는 총기규제를 저지하려는 총기업계의 음모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에서 총기업계는 로비스트 랜킨 피치(진 해크먼)를 내세워 총기업계에 우호적인 이들이 배심원으로 뽑히도록 음모를 꾸민다. (미국 법은 배심원제이기 때문에 배심원의 구성은 재판의 향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때 총기 사고 피해자 유족 가운데 한 명은 배심원으로 나가고자 했다. 그러나 그의 정체를 알아챈 랜킨 피치가 로비에 나서 결국 이 유족은 배심원단에서 배제된다. 이러자 이 유족은 이렇게 외친다.

"이 나라는 총질하다 망할꺼야 !"

이 유족의 외침은 그 어느 누구보다 미국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외침일 것이다.

끝으로 2007년 이후 벌어진 총기사고 일지를 아래 정리한다.

2007. 4.16. 버지니아 블랙스버그 : 학생 32명 사망(버지니아텍)
2007. 12.5. 네브라스카주 오마하 : 시민 8명 사망 
2008. 2.14. 일리노이주 데칼브 : 학생 5명 사망(노던 일리노이대)
2009. 4.3. 뉴욕주 빙햄턴 : 시민 13명 사망 
2009. 11.5. 텍사스주 킬린 : 시민 13명 사망 
2010. 2.12. 앨러바마주 헌츠빌 : 시민 3명 사망 
2010. 8.3. 코네티컷주 맨체스터 : 시민 8명 사망 
2011. 1.8. 아리조나주 투산 : 시민 6명 사망 
2011. 10.12. 캘리포니아주 실 비치 : 시민 8명 사망 
2012. 4.2.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 시민 7명 사망 
2012. 7.20. 콜로라도주 오로라 : 시민 12명 사망 
2012. 8.5. 위스콘신주 오크 크릭 : 시민 6명 사망(희생자 모두 시크 교도) 
2012. 9.27.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 : 시민 5명 사망 
2012. 10.21. 위스콘신주 브룩필드 : 시민 3명 사망(희생자 모두 여성)
2012. 12.14. 코네티컷주 뉴타운 : 초등학생 20명, 학교직원 6명 등 26명 사망 
2013. 6.7. 캘리포니아주 산타 모니카 : 시민 5명 사망
2013. 9.16. 미 워싱턴 D.C. : 시민 12명 사망 
2014. 4.2. 텍사스주 킬린 : 시민 3명 사망
2014. 5.23. 캘리포니아주 아일라 비스타 : 시민 6명 사망 
2014. 10.24. 워싱턴주 메리스빌 : 시민 4명 사망 
2015. 6.17.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 시민 9명 사망 
2015. 7.16. 테네시주 차타누가 : 해병대 병사 4명, 해군 하사관 1명 사망 
2015. 10.1. 오리건주 로젠버그 : 시민 10명 사망 
2015. 11.27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스 : 경찰관 2명, 시민 1명 사망 
2015. 12.2. 캘리포니아주 샌 버나디오 : 시민 14명 사망 
2016. 6.12. 플로리다주 올랜도 : 시민 49명 사망
2016. 7.7. 텍사스주 댈러스 : 경찰관 5명 사망 
2017. 10.1.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 시민 59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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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실력이 부족한 탓인지 자꾸만 언론사 시험에서 낙방한 쓰라림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의 모토에 감명 받아 진정한 저널리스트가 되고자 합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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