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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육아는 부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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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가 집에서 애 키우면서 사는 게 좀 아까워. 그렇게 공부도 잘하고 좋은 대학까지 들어갔는데 말이야."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가 아주 걱정스런 얼굴로 나에게 이야기했다. 아이 돌보느라 비비크림도 바르지 못하고 뛰어 나온 내가 꽤나 안쓰러웠나 보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아 그래?"하고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날 아이 손을 잡고 터덜터덜 집에 걸어오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렇게 잘 못 살고 있나?'

조금은 그런 것 같기도 해서 고개가 푹 꺼졌다.

얼마 전의 일이었다. 나는 다시 진로를 찾고자 대학교에서 경력계발 수업을 들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로보틱스, 인공지능, 3D 분야 등 일류 직종들을 추천했다. 교수님은 앞으로 사라지게 될 무수한 직업들을 나열하면서 제 4차 산업혁명에 따라가지 못하면 앞으로 직업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그런데 나에게 제 4차 혁명과 관련된 직업의 진입장벽은 너무나도 높았다. 공부는 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었다. 일개 주부에게 첨단의 학문들을 저렴하게 가르쳐 준다는 곳도 없었고, 어느 누구도 나에게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사회가 엄마에게 추천하는 직업으로는 아동독서지도사, 유아미술지도사 등 아이를 보는 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구청이나 도서관에서 지원하는 수많은 수업조차 초보적인 수준에서 그치고 있었다. '스마트폰 활용법'처럼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들은 자주 열렸지만 젊은 엄마들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큰 꿈을 꾸며 공부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이를 낳고 키웠다는 이유로 내 인생의 상한선이 그어진 느낌이었다.

사실 나는 그때까지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일련의 과정을 두고 한 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여성으로서 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권리였다. 나에겐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는 생리적 특질이 있었고, 아이에게도 엄마의 모성은 필수적인 생존요소였다. 나는 최선을 다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왜 내가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시대의 가장자리로 밀려나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경력단절여성'

취업을 희망하는 이 시대 엄마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공부를 하다 군대 다녀온 남성을 '학업중단남성'이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뭔가 이상한 말이었다. 사회는 엄마들을 두고 무언가 '끊겨버린' 사람쯤으로 보고 있었다. 그 속에는 육아를 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충분히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데도 그런 여지는 단어 속에 없었다.

엄마들에게도 더 많은 선택지와 기회가 허락되었으면 좋겠다. 설령 경제적 활동까지는 못해도 전문적인 재교육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엄마들의 가능성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내가 주부대상 영어공부방을 열었을 때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주부들의 주머니 사정을 알기에 비용은 무료였고, 영어를 배우고 싶은 엄마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했다. 육아하느라 그동안 영어를 안 쓰다가 다시 연습해 보고 싶다는 엄마, 중학교 때 이후로 영어 공부를 해본 적이 없지만 다시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엄마, 해외 여행가서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대화해 보고 싶다는 엄마,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다는 엄마 등 저마다의 사연으로 공부 열기가 엄청났다. 주부들의 자기계발을 향한 열정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엄마들은 목이 마르다. 애나 더 낳고 키우라며 사회가 뒤돌아 서있는데, 우리는 어디까지 자족하며 살아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언젠가는 사회의 한 가운데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육아에 몰입했었던 시간에 대한 '처벌'은 모두 다 본인이 감당해야 한다.

엄마들이 출산과 육아를 기회로 삼아 더 큰 꿈을 꿀 수 있을 때 출산을 향한 사회적 시선도 바뀔 수 있다. 여러 사회적 제약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는 여성들도 다시 용기를 낼 수 있다. '엄마'라는 말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사회가 힘을 모아줘야 한다. 이 시대 엄마들을 보며 안타까워하거나, 혀를 끌끌 차거나, 무관심으로만 대하지 말고 더 많은 응원과 보상을 해주자.

'엄마는 어렸을 때 꿈이 뭐였어?'라는 질문보다 '엄마는 꿈이 뭐야?'라고 물을 수 있는 사회이길 바란다. '애 낳기 전엔 나도 잘 나갔었는데…….'라는 서글픈 푸념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인생에 하나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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