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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시작을 목전에 둔 지난 달 28일 오전 11시쯤. 여동생이 쌍둥이 딸을 순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올해로 결혼 6년만에 거둔 결실이다. 결혼 전부터 여동생 부부는 아기를 낳지 않고 살겠다고 양가에 공언해 온 터라 기쁨은 더 컸다. 드디어 삼촌이 돼 친조카를 세상에서 수 있는 사실에 나 역시 설렜다.

한편으로 여동생 부부가 그 동안 누려온 자유는 사라지겠지만 부모가 돼 자식을 키우면 부부관계도 더 성숙해 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수화기 넘어 들린 여동생의 목소리는 밝게 들리지만 않았다. 남편인 매제는 배우자 출산 휴가를 내보려했지만 추석 대목을 앞둔 탓에 회사 눈치만 봐야했다고 한다. 중소기업 특성상 길게 자리를 비우면 업무 공백이 발생, 10명 남짓한 직원 월급 주기에도 빠듯한 사정이다. 매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지만 앞으로 두 자녀의 아빠로서 매제가 짊어지고 나가야 할 무게가 만만치 않음을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었다.

"형님 축하해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잘 키울게요."
"그래, 아프지 않고 잘 키워서 양가에 큰 기쁨이 되도록 기도할게."

짧지만 매제와 나눈 대화다.

삼형제 중 막내인 매제는 결혼 전부터 활달한 성격으로 나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러나 결혼 이후 여동생과 성격차이로 갈등을 겪으면서 이혼 위기까지 갔을 땐 내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다. 진작에 자녀를 낳고 살았더라면 좀 더 책임감 있는 행동과 생각을 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문제는 넉넉하지 못한 살림 형편이다. 여동생과 맞벌이를 하지만 7천만 원 가까운 대출을 끼고 산 빌라에 살다보니 이자와 원금을 갚고 나면 여유롭게 살지 못한다. 여기에 두 자녀 양육비와 앞으로 감당해야 할 사교육 비용까지 충당하려면 매제에겐 부업이 절대적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국가가 자녀 양육에 따른 지원과 책임을 맡고 있는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의 보육정책과 육아 지원 시스템은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게 양육비와 아동수당이다. 같은 서울이라도 어느 기초단체에 사느냐에 따라 매달 지원받는 양육비 규모가 다르다. 전북의 경우 전주에서 아기를 낳으면 양육비로 한푼도 받지 못하지만 전북 내 농촌지자체에서 출생신고를 하고 일정기간 거주하면 수천만 원의 양육비를 지원받는다고 한다.

자녀를 낳고 키우는 부모 입장에선 기왕 정부가 출산장려를 위해 시행한 양육비 지원을 지역에 관계 없이 동일하게 해주는 게 상대적 박탈감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동수당 10만원 받으려고 누가 아이 낳겠나"

정부가 내년 7월부터 도입하는 아동수당 역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높다. 캐나다의 경우 자녀가 18세까지 일정 연령에 이르기까지 소득수준에 따라 아이 1명 당 최고 50만 원의 양육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정부는 0~5세 아동에게 월 1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내년에만 총 1조1천억 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배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10만 원을 받기 위해 아이를 더 낳을 부모가 얼마나 될까. 이밖에 정부는 공공형 어린이집을 확충하고 육아휴직급여 인상 등을 당근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소기업 등 근로조건이 열악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가정이 혜택을 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아기
 "수당 10만 원을 받기 위해 아이를 더 낳을 부모가 얼마나 될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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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휴가 3개월 후 여동생은 다시 일터로 복귀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오전 8시까지 출근하려면 최소 7시엔 나서야 한다. 하지만 내 조카들을 돌봐줄 어린이집이나 탁아소도 서울에선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대출 원금에 이자를 갚으면 살인적인 물가가 기다린다. 월수입에서 지출을 빼고 나면 마이너스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더욱이 매제는 지방출장이 잦고 업무 강도가 높아 평소에도 힘들어 한다.

"장시간 노동,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하루 빨리 풀어야"

말 그대로 장시간 저임금 노동 시장에서 노예로 살아가는 삶일 뿐인 것이다. 노예가 낳은 아이는 국가의 미래가 되지 못하고 다시 노예의 삶을 대물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한국에 사회병리현상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6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40만6천200명으로 전년보다 무려 3만2천200명(7.3%)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올해 1.03명으로 지난해 1.17명보다 줄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한국의 앞날은 암울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듯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부처 업무보고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의지를 갖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동안 관료들의 머리속에서 그 동안 나온 저출산 대책을 시행하느라 쏟아부은 수십조의 천문학적인 혈세는 과연 효과가 있었던가.

여동생의 출산 소식이 반갑고 기쁘기 그지 없지만 마음은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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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 자녀를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가장입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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