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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8일 전화통화를 하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지난 9월 28일 전화통화를 하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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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 따르르…. 2010년 7월 1일 교육감이 되고부터 핸드폰 통화할 때마다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이런 소리가 났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63,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이사장)의 말이다. 그는 "당시 100% 도청을 당하는구나 생각했는데, 결국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진보교육과 나를 죽이겠다고 사이버 심리전까지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사이버 심리전 대상 21명 중 유일한 교육계 인사인 곽노현

지난 9월 25일 국정원 개혁발전위가 내놓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심리전 활동 내용' 자료에는 노무현, 송영길, 박지원, 조국, 이상돈 등 21명의 인사 이름이 적혀 있다. 그 가운데 교육계 인사는 곽 전 교육감이 유일했다.

곽 전 교육감에 대한 국정원의 공격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2011년 9월 것만 살펴보자.

▲ '양 가면 쓴 이중인격자' 구속촉구 내용 및 야권 책임론 부각글 유포, 아고라 실시간 토론 참여, 사퇴촉구 서명 코너 개설 (다음 아고라, 트위터, 전교조 홈페이지)
▲ 곽노현 규탄 일간지 시국광고 게재(조선, 동아, 국민, 문화일보)
▲ 후보 금품매수 비난 시국광고 및 규탄 성명(자유주의진보연합, 한국대학생포럼)
▲ 기자회견 개최(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한국청소년 미래리더연합)

이 당시는 곽 전 교육감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이 한창 진행되던 때다. 곽 전 교육감은 한해 전인 2010년 6.2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중도 사퇴한 박명기 후보에게 선거가 끝난 뒤인 2011년 2월, 2억 원을 보냈다. 이 돈의 성격을 놓고 검찰과 곽 전 교육감은 '사퇴 매수 대가' 대 '대가성 없는 선의'라고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1, 2, 3심에서 모두 곽 전 교육감이 선거기간에 후보매수를 기획·보고받거나 추인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하지만 '사후매수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국정원은 '얼씨구나' 하고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검찰은 언론사를 바꿔가며 내 혐의에 대한 불법 기획공표에 나섰고, 국정원은 불법 기획심리전을 벌였다."

결국 곽 교육감은 세계 최초로 적용된 법리라는 이른바 '사후매수죄' 대법원 선고로 2012년 9월 교육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곽 전 교육감은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교육공동체 '징검다리'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곽 전 교육감은 "나에 대한 국정원의 불법사찰 자료를 요청하기 위해 국정원 개혁위에 조사신청서를 조만간 낼 것"이라면서 "사찰당한 분들과 함께 국정원의 불법사찰 근절에 꼭 필요한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을 곧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 전 교육감은 진보교육에 대한 사찰 실태를 어느 정도로 보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그는 서울시교육감 취임 이전에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맡으며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금지' 장치 마련을 연구해온 국정원 전문가다.

곽 전 교육감과 인터뷰는 지난 9월 28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40분간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인터뷰 도중 그는 "국정원의 행동을 생각하면 속이 답답하다"면서 두어 차례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내가 양의 탈을 썼다고? 국정원의 심리전에 경악"

- 국정원의 '사이버 심리전'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 그렇지만 나는 1996년 안기부법개악 반대투쟁 시절부터 이들과 싸워 와서 그들의 요시찰 인물이었다. 2010년 7월 1일 교육감이 되자마자 핸드폰 전화를 할 때마다 이런 소리가 났다. '뚜, 따르르~'. 이때도 100% 도청당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단 한 차례도 이런 소리가 나지 않을 때가 없었다."

- 핸드폰 도청이 불가능하다는 게 당시 국정원의 입장이었다.
"오죽했으면 내가 사용하는 핸드폰을 바꿔본 적이 있다. 근데 이틀이 지나니까 다시 그 소리가 들리더라. 아무튼 또 징그러운 소리가 나면서 난 미련 없이 다시 예전 전화를 사용했다. 그때 속으로 생각했다. 국정원 도청기술도 참 한심하다. 도청을 하려면 '뚜 따르르' 소리라도 들리지 않게 해야지 예고까지 하니, 원."

- 왜 국정원이 사이버 심리전 또는 도청을 했다고 생각하나?
"국정원 비판 글을 꾸준히 써온 눈엣가시 같은 사람이 졸지에 서울교육감으로 당선되니 당연한 것 아니었을까? 상시불법사찰을 하던 중 2011년 8월말에 내 사건이 터지고 '얼씨구나'하고 악마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진보교육에 대해서도 똑같은 공격을 퍼부었다."

2011년 8월 26일, 오세훈 서울시장(당시 한나라당)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가 무산되자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런데 같은 날 언론들은 "곽 교육감이 박명기 후보에게 억대의 돈을 제공했다"는 검찰발 기사를 보도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8월 27일자 조간신문의 톱기사는 '오세훈 사퇴'가 아니라 '곽노현 사건'이 차지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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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당시 '국정원의 사이버 심리전이 있다'는 생각을 했나?
"그때는 사이버심리전이나 댓글부대까지는 몰랐다. 내 사건이 나자 '정치검찰'은 언론사마다 특종기사거리를 하루하루 기획·배급하며 '곽노현 죽이기'에 나섰고 국정원은 사이버 심리전을 기획해서 '곽노현 죽이기'에 나섰다. 지금 돌이켜보면 검찰과 국정원이 짜고 친 거 같다."

- 당시 국정원이 만든 '사이버 심리전' 글귀대로 규탄집회 등의 선전행위가 있었나?
"보수단체 사람들이 오전 7시 반부터 서울 화곡동에 있던 우리 집 앞에 몰려와 일주일 넘게 출근저지 집회를 했다. 교육청 앞에서도 사퇴촉구 시위를 벌였다. '양의 가면을 쓴 이중인격자'란 글들이 인터넷에 순식간에 퍼졌고 시위 때마다 단골구호가 됐다. 국정원이 이런 인격살인 문구를 친절하게 먼저 만들어서 뿌렸다는 게 경악스럽다."

- 왜 국정원이 곽 전 교육감에 대해 공격을 퍼부었다고 보나?
"국정원은 진보교육감 6명 모두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격했을 것으로 본다. 다만 내가 서울교육감이었기 때문에 내게 집중된 건 당연하다. 일제고사 금지, 무상급식 실현, 체벌금지와 학생인권, 혁신학교. 당시 나는 서울에서 이런 진보교육 정책을 주도했다. 학생인권과 체벌금지는 학교교육의 문화혁명이었고, 무상급식은 교육 복지혁명 같은 것이었다. 이명박 정권이 눈엣가시처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 진보교육과 진보교육감에 대한 사찰도 벌어졌다고 보나?
"당연하다. 당시 6명의 진보교육감들이 전례 없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보수교육감이 숫자는 많았지만 아무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했다. 학교교육은 민주주의의 미래, 정치의 미래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크다. 당시 국정원이 이를 막기 위해 엄청나게 활동하고 암약했을 것으로 본다."

"한 번쯤 만나 주라고? 그러니까 국정원 힘이 세지는 것"

- 김상곤 현 교육부장관은 당시에 경기도교육감이었는데. 김 장관에 대한 사찰도 있었다고 보나?
"김 장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불법사찰과 여론공작을 시도했을 것으로 본다. 전국 최초의 진보교육감이자 굵직한 진보교육정책들을 최초로 선보인 진보교육감 맏형이기 때문에 MB국정원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하지 않았을까?"

- 사이버 심리전 활동 내용을 보면 곽 전 교육감과 전교조를 묶으려는 시도가 보인다.
"국정원이 불법사찰과 심리전을 수행한 대상 중에서 전교조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조직이다.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는 법의 근본인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는 박근혜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국가폭력이다. 특히 전교조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막연한 불안과 부정 이미지 자체가 국정원의 지속적인 심리전 수행의 결과인 측면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국정원 적폐청산이 당연히 전교조 재합법화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이나 교육감 시절 국정원 직원을 일체 만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시절과 국가인권위 사무총장, 서울시교육감 시절 단 한 명의 국정원 직원도 만나지 않았다. 방송대 시절에도 안기부법 갖고 싸우니까 국정원 담당 직원이 교무처장 통해 만나달라고 조르고, 심지어 '교수연구실 앞에 왔다'며 문 좀 열어달라고까지 했다. 국가인권위 사무총장 때도 인권위 간부를 통해 '예방하는 것은 관례'라며 찾아오겠다고 했다. 교육감 때는 취임 며칠 뒤 교육청 간부를 통해 교육청 담당 국정원 직원이 인사드리겠다고 연락해왔다. 두 번 다 만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만나지 않았다. 나중에 국가인권위와 서울시교육청 담당 국정원 중견 직원이 각각 나를 못 만났다는 이유로 좌천됐다는 소리를 들었다."

- 한 번쯤 만나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왜 안 만났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국정원이 힘이 세지는 거다. 겁이 나서 만나고 관행적으로 만나고 잘 보이려고 만나고. 이렇게 문제의식 없이 만나다 보면 국정원이 필요로 하는 주변 정보를 자신도 모르게 주게 돼 있다. '민간인 사찰'이라는 국정원의 불법 행태가 왜 계속돼왔겠는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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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 사찰의 일단이 드러났다.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
"국정원 개혁발전위에서 진보교육감 시대에 대한 국정원의 불법사찰 및 심리전 수행의 전모를 밝힐 필요가 있다. 이건 사실 진보교육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다. 나에 대한 것은 물론 진보교육감 전체에 대한 정보수집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나아가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벌어져온 불법사찰사실을 확인하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못하게 새로운 캠페인을 구상해서 곧 추진할 예정이다."

- 조사신청서는 언제 낼 것인가? 어떤 캠페인을 벌일 생각인가?
"추석연휴가 끝나는 대로 빨리 낼 것이다. 국가기관 정보는 관련된 개인이 알 권리가 있다. 내 파일은 국내 안보와 관련된 보안정보가 아니다. 그러하기에 내 정보를 내가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캠페인은 아직 구상단계라 지금 얘기하긴 이르다."

"국민을 '졸'로 만든 국정원'갑질'법을 고쳐야"

- 국정원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국정원 개혁전문가이기도 하다. 국정원을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보나?
"그동안 국정원은 예산도 조직도 활동도 모두, 자기 뜻대로 운영해왔다. 예산부처는 물론 국회와 감사원 앞에서도 국가안보만 들먹이면 뭐든지 프리패스, 무사통과였다. 국정원법상 국정원이 '갑'이고 국회가 '을'이다. 국회가 '을'이면 국민은 '졸'이라는 것이다. 국정원법이 애당초 국정원의 '갑질'을 보장하는 '국정원특권법'으로 잘못 설계된 탓이 크다.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서 국정원의 모든 예산과 조직, 요원과 파일, 시설과 건물을 필요할 경우 어떤 제한도 없이 샅샅이 감시, 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래야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정치개입은 물론 예산낭비와 무능력이 사라진다. 이래야 국정원이 국가안보전문정보기관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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