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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는 산책을 나가면 풀을 뜯어 먹어 보는 습관이 있다. 이제 성묘의 반 정도 만큼 자랐다.
 꼬꼬는 산책을 나가면 풀을 뜯어 먹어 보는 습관이 있다. 이제 성묘의 반 정도 만큼 자랐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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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부터 하자. 솔직히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굳이 어릴 때 고양이에게 할퀸 트라우마를 상기하지 않더라도 나에게 고양이는 썩 반가운 존재가 아니었다.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이 있는 내게 고양이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솔직히 부담 그 자체이다. 고양이가 이불을 휘젓고 다닐 마다 나오는 먼지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럽다. 콧물과 제체기가 나오고 호흡이 불편해 지기 때문이다.

어릴 때 할머니가 집안에 키우던 고양이와의 추억은 그랬다. 고양이가 일으키는 먼지 탓인지 고양이가 내 근처에서 뛰어 놀면 나는 이내 코끝이 찡해지며 콧물을 흘리곤 했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비록 고양이는 귀엽지만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은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6월 처가에 아기고양이 꼬꼬가 입양 되면서부터 내 생활에도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인간의 아기를 비롯해 강아지, 아기 고양이, 송아지 등 모든 '어린이'들은 귀엽기 가 짝이 없다.

물론 아기 고양이 꼬꼬도 그 수많은 귀염둥이 들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꼬꼬의 경우 내게도 일정부분 '지분'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가끔 사료를 사다 주고, 함께 잠을 자고, 놀아 달라고 보채면 놀아주어야 하는 일종의 의무가 섞인 그런 지분 말이다.

비록 일주일에 두 세 번의 만남이지만, 세 달이 넘는 시간을 꼬꼬와 함께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자연스럽게 아기 고양이 꼬꼬의 아빠가 되어 있었다. 젖먹이 어린 시절에 어미와 떨어진 탓인지 꼬꼬는 입양되어 오자마자 3일 밤낮을 거의 쉬지도 않고 울어댔다. 그 모습이 어찌나 처량하던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짠해진다.

요즘 꼬꼬는 하염없이 창밖을 내 다 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고양이가 창밖을 바라보는 것은 고양이 특유의 영역 지키기 활동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모습도 내게는 안쓰럽기만 하다. 밖에서 마음껏 뛰어 놀게 하고 싶지만 처가의 마당 앞은 차도이다. 가끔 길고양이들이 차에 치여 죽은 모습이 목격되기도 할 정도로 위험한 곳이다.   

내가 따라 오는지를 확인하는 고양이 꼬꼬.
 내가 따라 오는지를 확인하는 고양이 꼬꼬.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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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를 밖에 내놓고 키우지 못하는 대신 꼬꼬와 함께 자주 산책을 나간다. 하지만 꼬꼬는 한번 밖에 나가면 집에 들어오기 싫어서 요리 조리 도망을 다닌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녀석이 내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녀석에게 혹시라도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내가 도울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것이다.

꼬꼬는 산책할 때마다 매번 풀도 뜯어 먹어 보고, 이것저것 핥아 보기도 한다. 간혹 풀벌레나 곤충을 보면 한참을 꼬나보나가 달려든다. 물론 녀석의 사냥 성공률은 0%이다. 집안에서 곱게 자란 풋내기 고양이에게 순순히 잡혀 먹이가 되어줄 야생생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꼬꼬는 그렇게 실 컷 놀다가 지치면 내 옆으로 와서 아무데나 벌러덩 눕는다.

이때 녀석을 낚아채듯이 잡아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일단 잡히고 나면 꼬꼬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인지 내 손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며 애를 쓰곤 한다. 이런 모습은 나의 어린 시절과도 닮았다. 1980년대 유년시절을 보냈던 나도 해질 무렵까지 밖에서 놀 때가 많았다. 그때 마다 엄마에게 질 질 끌려가다 시피 집으로 들어오곤 했기 때문이다.

아낌없이 주는 사랑에 재롱으로 화답하는 꼬꼬

가끔 인간 부모에게 입양이 된 것이 과연 꼬꼬에게 행복한 일일까란 질문을 하게 된다. 인간의 방식으로 키운 탓에 사냥도 못하는 고양이로 자라는 것은 아닌지, 지나치게 과잉보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녀석이 내 옆에 누워 아주 편안한 자세로 늘어져 자는 모습을 보면 꽤 행복해 보이기도 한다.  

처가로 온지 한달 정도일때의 꼬꼬, 저때는 정말 손바닥만했다.
 처가로 온지 한달 정도일때의 꼬꼬, 저때는 정말 손바닥만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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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꼬꼬와 함께 지내면서 '아낌없이 주는 사랑'에 대해 배우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꼬꼬는 나와 가족들에게 아낌없이 재롱을 부리는 것으로 화답 한다. 쌔근쌔근 자는 모습은 영락없이 인간의 아기와도 닮았다. 꼬꼬를 입양한 이후, 좀처럼 대화가 없었던 가족 사이에서도 다시 대화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집안에 다시 웃음꽃도 피어나기 시작했다.   

사상 유례가 없이 긴 추석 연휴 꼬꼬와 또 다른 추억을 쌓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물론 녀석이 이불을 휘젓고 다니면 콧물과 제체기가 나서 약간 고통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태그:#아기 고양이 , #추석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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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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