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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늦겨울, 남편과 함께 회사에 사표를 내고 10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싱가포르에 왔다. 1년간 어학 공부를 하겠다는 목적이었다. 이 연재는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며 싱가포르에서 생활하는 젊은 유학생 부부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담는다... 기자말

 싱가포르 인접지역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Johor Bahru). 중국자본의 투자로 대규모 빌딩들이 건설되고 있다.
 싱가포르 인접지역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Johor Bahru). 중국자본의 투자로 대규모 빌딩들이 건설되고 있다.
ⓒ 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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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 벌써 떨어졌어? 기저귀까지? 이번 달 생활비도 빡빡한데..."

녹록지 않은 타지생활에 2~3주에 한 번씩 사야 하는 분유와 기저귓값은 부담이다.

"아기 피부가 얼마나 약한데. 흡수가 잘되는 기저귀를 사야지!"
"아기가 먹는 건데 비싸더라도 좋은거로 사자."

내 아이에게 제일 좋고 비싼 걸 사주고 싶던 맞벌이 부부의 마음은 소득 제로(0)로 싱가포르에서 함께 공부하며 돈 앞에 겸손해졌다.

"뭐, 한번 쓰고 버리는 건데 좀 싼 기저귀 사서 자주자주 갈아주자."
"분윳값도 비싼데 이유식을 좀 더 자주 먹이는 건 어때?"

그러던 중 얇은 주머니 사정의 걱정을 덜어줄 기가 막힌 방법이 생겼다.

"몰랐어? 우리는 조호르바루(Johor Bahru) 가서 분유 사는데?"

제인이 아빠 피트는 싱가포르는 분윳값이 너무 비싸다고 토로하는 우리에게 싱가포르 인접 지역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가서 사 오라고 조언한다. 조호르바루는 싱가포르에서 버스를 타고 20분이면 도착하는 말레이시아 인접 지역이다.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한 쇼핑몰에 위치한 한국 떡볶이집. 말레이시아에서는 한류열풍 덕에 손쉽게 한국 음식접을 찾아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한 쇼핑몰에 위치한 한국 떡볶이집. 말레이시아에서는 한류열풍 덕에 손쉽게 한국 음식접을 찾아볼 수 있다.
ⓒ 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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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돈의 가치는 싱가포르의 3분의 1이다. 이는 곧 같은 물건을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의 3분의 1 가격에 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걸 왜 지금에서야 알았을까. 어디서나 죽으라는 법은 없다. 주머니는 가볍지만 두 다리는 튼튼한 우리는 바로 그 주 주말 큰 배낭을 하나씩 메고 조호르바루 가는 버스에 올랐다.

"우와, 저것 봐! 싱가포르보다 더 높은 빌딩 천지네."

다리를 건너는 버스 안에서 마주한 조호르바루는 못 사는 나라란 기존 말레이시아에 대한 이미지를 깼다. 여기저기 공사가 진행 중인 마천루 천지에 온 도시가 공사판이다. 조호르바루에는 상당수 외국인이 거주하며 싱가포르로 출퇴근한다.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말레이시아 노동자들 역시 이 지역을 거쳐 출퇴근한다. 그 덕에 조호르바루 출입국관리소는 출퇴근 시간에 긴 행렬이 이어진다.

버스에서 내리자 버스정류장은 부동산중개업자들이 장내를 가득 채웠다. 과거 우리나라의 '떴다방'을 연상케 하는 진풍경이다. "30분이면 싱가포르에 갈 수 있어요. 집값은 싱가포르의 절반이죠. 앞으로 조호르바루와 싱가포르를 잇는 전철이 생기면 집값은 분명 오릅니다!" 업자들의 홍보는 투자 구미를 당기게 한다.

실제로 2024년 12월 31일부터 싱가포르 우드렌즈(Woodlands)와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를 잇는 전철이 운행될 계획이다. 싱가포르 언론 스트레이트 타임스(straittimes)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달 25일 전철 건설 관련 조인트벤처 회사 설립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특히 조호르바루 부동산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이들은 돈 있는 중국 개발업자들이다.

"멍청한 사람들이나 조호르바루에 투자하지. 아무리 싱가포르에서 가깝다고 해도 입국심사 통과하는 시간까지 치면 몇 시간이라고. 거기다 싱가포르보다 집값이 싸다고 해도 말레이시아인들은 절대 못 사는 가격이야. 공급은 넘쳐나는데 수요는 정해져 있어. 그런 곳이 어떻게 가격이 오르냐고."

스스로 부동산에 능통하다고 자찬하는 싱가포르인 친구 딜(가명)은 말한다. 그래, 부동산 투자를 아무나 하는 건 아니지.

 말레이시아의 분유와 기저귓값은 낮은 환율 덕에 싱가포르의 3분의 1 가격이다.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서 사 온 분유 6통과 기저귀 4팩.
 말레이시아의 분유와 기저귓값은 낮은 환율 덕에 싱가포르의 3분의 1 가격이다.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서 사 온 분유 6통과 기저귀 4팩.
ⓒ 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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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르바루 부동산 경기야 어찌 됐건 우리는 3분의 1 가격에 분유와 기저귀만 수중에 넣으면 그만이다. 쇼핑몰을 몇 바퀴 돌고 나서야 겨우 분유와 6통과 기저귀 4팩을 살 수 있었다. 배낭이 묵직해진 만큼 마음은 꽉 차오른다.

'당분간 기저귀, 분윳값 걱정은 없구나.'

그렇게 양손 가득 기저귀를 들고 발걸음만은 가볍게 싱가포르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다.

*참고
straittimes, SMRT, Prasarana Malaysia sign MOU to form joint venture for JB-Woodlands rail link
Bloomberg, $100 Billion Chinese-Made City Near Singapore 'Scares the Hell Out of Every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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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산업부 기자였다. 조선, 철강, 중공업을 담당한 데 이어 전자, 전기 및 소형가전 업계를 담당했다. 2010년 9월 아주경제 수습기자로 입사해 부동산부, IT부, 증권부, 온라인부 등을 거쳤고 현재는 싱가포르...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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