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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있다. 지난 9월 23일 자정을 기해 미 공군 소속의 전략폭격기 B-1B랜서를 포함한 일련의 전투기 편대가 북한 동해 국제공역에서 무력시위를 진행했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날 무력시위에는 B-1B랜서 2대와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미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6대의 F-15C전투기, 조기경보기, 헬기, 수송기, 공중급유기(KC-135) 등 10여대가 동원되었으며 후방 지원전력도 30여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면 미군이 단독으로 대북 타격임무에 돌입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 완벽하게 동원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각한 것은 이번 미 전투기편대가 전개한 무력시위가 북방해상한계선(NLL)을 넘어 NLL 북쪽 150킬로미터까지 진출했으며 지난 9월 4일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실시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동남쪽 130~140킬로미터 부근까지 접근했다는 것이다. 이는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 최강의 전략폭격기 B-1B랜서가 탑재한 공대지 장거리 미사일 JASSM의 사거리가 370킬로미터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풍계리 핵실험장이나 원산 갈마공항 인근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장 등 북한 동쪽 라인의 주요 핵·미사일 기지는 물론 평양의 주석궁까지 거의 북한의 모든 핵심 표적이 사정권에 들어갔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 미 전투기편대 전력이 철수한 시점인 24일 새벽 2시, 미 국방부는 유례없이 신속하게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21세기 들어 북한 해상으로 날아간 미군 전투기, 전폭기를 통틀어 이번이 휴전선 최북쪽을 비행한 것"이라고 밝혔으며 미 비행편대는 2시간가량 비행하면서 평양 주석궁 등 북 지휘부와 주요 핵미사일 기지를 겨냥한 모의 타격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전략폭격기 B-1B 랜서, 평양 주석궁 사정권까지 접근해

더 중요한 문제는 이번 미 전투기편대의 무력시위가 미군 단독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전에도 B-1B랜서 등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전개된 적은 있으나 통상 한국 공군의 지원과 협조 하에 이루어졌던 것에 반해 이번에는 공중급유기까지 동원해가며 한국군의 지원은 물론 한국 내 미군기지조차 활용하지 않고 무력시위를 전개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 필요시 한국군의 참여나 지원 없이 단독으로도 북한을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이같은 미국의 무력시위에 대해 극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 전투기편대의 무력시위가 있은 직후인 지난 9월 25일 이용호 북 외무상은 뉴욕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해버릴 것"이라는 연설을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앞으로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영공을 넘어서지 않더라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가 있다"고 공표했다. 이어 29일,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논평을 통해 "미국이 단독으로 B-1B 편대를 조선 동해상에 출격시킨 것은 조선반도 정세를 최극단으로 몰아가려는 망동이며 반공화국적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미국의 범죄적 책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미 전투기편대의 무력시위가 한반도 전쟁 위기를 극한점으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의구심이 드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태도이다. 이 상황이 일어나기 직전인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번째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쟁을 겪은 지구상 유일 분단국가의 대통령으로서 평화는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라며 "자칫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 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문재인정부는 미국에 전략자산을 전개하더라도 비무장지대 접근 등 도발적 방식을 자제해 달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9월 4일, 송영무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UFG 당시 미군 폭격기가 비무장지대에 너무 가까이 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미측에 요구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미 전투기편대의 무력시위는 이같은 문재인정부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일각에서 이번 미국의 무력시위가 한미간 협의를 통해 마련된 대응이 아니라 미국의 사실상 통보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미 전투비행단의 무력시위, 문정부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행위

관련해 청와대는 한미간 긴밀한 사전 조율에 따라 진행된 것이며 철저히 공유하며 대비태세를 갖췄다며 다만 NLL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한국군이 참가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26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워싱턴에서 가진 주미대사관 기자간담회에서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미측이 우리측에 사전 협의와 통보가 있었지만 우리가 동행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극적이어서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한국정부의 우려에도 미측이 단독으로 무력시위를 전개한 것임을 시사한다. 실제 미 태평양사령부는 작전이 시행되기 두 시간 전에야 그 사실을 국방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군 관계자는 "협의가 아니라 통보였다"고도 말했다.

만약 한국정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위험천만한 대북 무력시위를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이라면 이는 중대한 문제이다. 만약, 미국의 무력시위 중 북한이 자신의 방공자산을 활용해 미 전투개편대에 대한 사격을 감행했다면 어떤 사태가 일어났을까. 북한은 1977년 최고사령부 명의로 영해 영공보다 더 넓은 구역을 군사경계수역으로 선포했고 동해안의 경우 영해기선에서 50해리(약 92.6킬로미터) 안에 허가 없이 들어오는 외국 군함 및 군용기를 공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언급한 미 전투기편대의 무력시위는 북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이 공표한 공격권 안에 들어갔거나 근접한 곳까지 접근한 행위이기 때문에 북이 미 전투기편대의 무력시위를 확인했다면 군사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었다. 북이 사격을 하고 미 전투기편대가 이에 대응을 했다면 이는 바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현실화 되는 순간이 되고 마는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 전면전 부르는 위험천만한 군사행동 중단해야

미국의 전투기편대가 NLL을 넘어 강원도 원산 동해상 300킬로미터 지점에서 무력시위를 하고 계속 북상해 함경남도 신포 동쪽 100여길로미터 상공까지 다다랐을 때 용산 합동참모본부 지하의 지휘통제실은 긴장감으로 숨을 죽였다고 한다. 같은 시각 NLL 이남 인접지역에는 북상한 미 전투기편대가 북한의 방공망에 의해 피격될 경우를 대비해 한국 공군의 F-15K, F-16전투기들과 동해 1함대 구축함들이 대기하고 있었다고도 한다. 우리 국민 그 누구도 모르는새 전쟁은 우리 곁에 머물러 있었던 셈이다.

끝간 줄 모르는 북미간의 말폭탄이 실제적인 군사행동으로까지 옮아가고 있다. 한미는 북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결국은 협상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만에 하나 수 많은 제재와 압박의 수단 중 그 어느 하나가 전쟁으로 이어질 경우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간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우리 모두의 절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사태는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일방적 행동에 의해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예고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무모한 군사행동을 통제해야 하며 미국은 한반도의 전쟁을 부르는 위험천만한 일체의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열린군대를 위한시민연대의 뉴스레터 'Watch M' 제111호에 실린 칼럼을 수정 보완한 글임을 밝혀둡니다.
글쓴이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Civilian Military Watch)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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