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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사장 해수욕장에 해변을 바라보도록 앉아있는 긴 의자입니다. 삼봉 쪽으로 나란히 몇 개가 캠핑장 부근으로 연하여 있습니다.
 백사장 해수욕장에 해변을 바라보도록 앉아있는 긴 의자입니다. 삼봉 쪽으로 나란히 몇 개가 캠핑장 부근으로 연하여 있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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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밧개해변의 곰솔 숲 사이에 있는 호젓한 긴 의자입니다. 쉬었다 가라고 손짓하는
 밧개해변의 곰솔 숲 사이에 있는 호젓한 긴 의자입니다. 쉬었다 가라고 손짓하는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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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 '적송'이 아니라 '안면송'으로 불러주세요)

서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의 자리가 돼 드리리다.
피곤한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을 편히 쉬게 하리다.
두 사람이 와도 괜찮소.
세 사람이 와도 괜찮소.
외로움에 지친 모든 사람들
무더기로 와도 괜찮소. (장재남의 <빈 의자> 일부)

왜 갑자기 청년 때 듣던 이 노래가 생각난 걸까요. 아무라도 오면 환영하겠노라 말합니다. 자신은 빈 의자라고.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도 괜찮다고 하더니 이내 무더기로 와도 편히 쉬게 하겠다고 말합니다. 참 좋은 의자입니다. 참 위로가 되는 의자입니다.

꼭 예수님 같은 의자입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태복음 11장 28절)고 말씀하셨잖아요. 서있는 사람, 외로운 사람, 쉼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와도 환영하는 의자입니다.

예수님의 그 의자가 여기에 있습니다. 장재남 가수만 그런 게 아닙니다. 내가 아침마다 걷는 안면도의 해변길(노을길, 샛별길, 바람길)에는 빈 의자가 많습니다. 서서 걷다가 앉고 싶으면 언제든 앉을 수 있습니다. 수고하고 지친 삶으로 힘들어한다면 누구라도 앉을 수 있습니다.

빈 긴 의자, 혼자 앉아도 좋습니다. 어쩌다 같이 가는 아내와 나란히 앉아도 널찍하니 공간이 남습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 앉은 곁에 엉덩이 들이대도 괜찮습니다. 앉아서 지나가는 바람과 호형호재 할 수 있습니다. 바람 소리에 놀라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자연의 미학을 탐구할 수도 있습니다. 지저귀는 새소리는 배경음악이고요.

의자가 쉬었다 가라고 잡습니다

 기지포의 한 전망대에 있는 긴 의자입니다. 바다와 숲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위치입니다.
 기지포의 한 전망대에 있는 긴 의자입니다. 바다와 숲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위치입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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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지포 해수욕장의 곰솔 밭에 마련된 놀이터에 의자들이 가지런히 쉼을 찾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지포 해수욕장의 곰솔 밭에 마련된 놀이터에 의자들이 가지런히 쉼을 찾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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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포 해변과 숲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장재남과 예수님을 떠올려 봅니다. 마른 목을 축이며 파르르 파르르 떠는 나비의 춤사위도 구경합니다. 해변길의 긴 의자는 기지포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백사장에서 영목항까지 안면도 해안길 전역에 지칠만하면 쉴 수 있도록 넉넉히 있습니다.

이 글이 삼봉과 기지포에서 너무 지체하는군요. 그만큼 할 얘기가 많아서이지요. 내 걸음과 글은 너무 엇박자랍니다. 이미 내 걸음은 샛별해변까지 갔는데 글은 삼봉과 기지포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얼른 글과 보조를 맞춰야 하겠는데. 아무래도 행동이 더 빠릅니다. 그렇다고 해야 할 얘길 안 하고 갈 수도 없고. 실은 글을 쓸 때까지 한 구간을 수도 없이 많이 걷는답니다.

삼봉은 세 개의 봉우리 동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이미 말했습니다. 기지포는 어떻게 얻은 이름일까요. 기지포는 마을이 베틀모양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베틀 기(機), 연못 지(地), 포구 포(浦)'자를 쓰는 거죠. 이름의 유래를 알고 난 후 기지포 해변이 베틀모양 같은가 하고 다시 돌아보지만 다른 해변과 모양새가 그리 다르지 않답니다.

기지포 해변은 자연관찰로가 있어 자연해설프로그램이 운영 중에 있습니다. 3일 전에 인터넷이나 전화(041-672-9737,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로 예약하고 탐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안면도의 기지포 뿐 아니라 태안의 몽산포와 연포, 학암포 등에서도 자연해설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답니다.

그건 그렇고, 확실한 건 기지포와 삼봉해변 주변으로 다른 곳보다 쉴만한 의자가 많답니다. 전망대란 이름의 공간에 가도 꼭 벤치가 있습니다. 한 가지 꼭 밝혀두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해변길을 걷다 보면 '전망대'란 표지판이 많이 나옵니다. 이 표지판을 만났을 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왜냐고요? 하하하. 그리 우뚝 솟은 전망대가 아니니까요. 평지에 혹은 작은 봉우리에 해변을 조망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일 뿐입니다. 서울의 남산이나 전국 유명산의 전망대쯤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면 이내 실망을 곱절은 할 겁니다. 시야가 확 트이는 걸 기대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의자가 '비우라'고 충고합니다

 두여 해변과 밧개해변의 중간에 있는 산 언덕에 있는 두여전망대의 한적한 의자입니다. 높은 곳이어서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는 곳입니다.
 두여 해변과 밧개해변의 중간에 있는 산 언덕에 있는 두여전망대의 한적한 의자입니다. 높은 곳이어서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는 곳입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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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술만에서 샛별 해변쪽으로 가다 만나는 바닷가의 예쁜 한 팬션 앞에 놓인 앙증맞은 의자입니다. 주인 몰래 살짝 쉬었다 왔습니다.
 병술만에서 샛별 해변쪽으로 가다 만나는 바닷가의 예쁜 한 팬션 앞에 놓인 앙증맞은 의자입니다. 주인 몰래 살짝 쉬었다 왔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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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전망대라 이름 붙여진 장소에는 의자 하나쯤은 있습니다. 그 의자가 부르죠. "쉬었다 가세유!" 하고. 전망대가 아니어도 해안길에는 긴 의자가 많이 있습니다. 한적한 곳의 의자, 바닷가를 걸으며 만나는 의자를 볼 때 예수님과 장재남 뿐 아니라 영화 장면도 떠오릅니다.

당신은 어떤 영화를 생각하셨습니까. 저는 <포레스트 검프>(1994, 로버트 저메키스)라는 영화입니다. 톰 행크스의 열연이 돋보였던 작품이죠. 주인공은 남들보다 뒤지는 지능이지만 잘 하는 게 하나 있죠. 빨리 달리는 것.

포스터에 주인공 역의 톰 행크스가 앉아 있던 그 의자, 긴 의자였죠. 바닷가 혹은 곰솔 사이로 놓인 긴 의자, 이곳은 곳곳에 그런 긴 의자가 있습니다. 대개는 지나치지만 목이 마르거나 땀이 많이 흘렀을 때 때마침 놓인 의자에는 꼭 앉아 체온을 실어봅니다.

'나도 포레스트 검프처럼 무엇 하나는 남들보다 잘 하는 게 있을 거야'라며 마음을 다지기도 합니다. 준비해 간 물을 마시며 먼 바다를 응시하거나 숲의 향기를 맡으면서 '쉼'을 음미합니다. 우리 인생을 위해 이런 긴 의자가 사회, 일터, 이 나라의 곳곳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의자는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등받이가 있는 것도 있고 등받이가 없는 것도 있습니다. 병술만이 끝나는 지점에서 만난 하얀 의자는 앙증맞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펜션 마당 끝에 있는 걸 보니 펜션에서 만들어놓은 것인가 봅니다. 바로 아래 바닷물이 사그럭 척, 사그럭 척 파도 소리로 이곳이 쉴만한 물가라고 일러줍니다. 주인 모르게 살며시 앉았다 일어납니다.

한적한 곰솔 사이로 난 길을 걷다 의자가 내어주는 품에 안겨보는 것도 참 좋습니다. 힘들지 않은데도 어느 새 의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엉덩이를 내어주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등바등 살아가다 쉼표 하나 찍는 여유 가지라고 의자가 주문합니다.

바쁜 그대도 잠시 이런 쉼표를 찍는 여유 갖지 않으시겠어요? 어딘가에 쉴만한 빈 의자는 없나 찾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제 내가 그 누구의 빈 의자이길 소망하면서 또 의자에서 일어납니다.

 기지포 관광안내소(왼 쪽은 화장실)가 사진 오른 쪽에 있습니다. 여름 휴가철은 항시, 평상시는 주말만 근무한답니다. 이곳에서 태안의 해안자연관찰로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기지포 관광안내소(왼 쪽은 화장실)가 사진 오른 쪽에 있습니다. 여름 휴가철은 항시, 평상시는 주말만 근무한답니다. 이곳에서 태안의 해안자연관찰로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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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 역 톰 행크스가 긴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 역 톰 행크스가 긴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 (주)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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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안면도 뒤안길]은 글쓴이가 안면도에 살면서 걷고, 만나고, 생각하고, 사진 찍고, 글 지으면서 들려주는 연작 인생 이야기입니다. 안면도의 진면목을 담으려고 애쓸 겁니다. 계속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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