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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2월 18일, 이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측근들과 송년만찬 회동을 마친 후 식당을 나서며 옷깃을 여미고 있다. 이번 만찬은 지난 2007년 이 전 대통령 당선일과 생일이 겹치는 19일을 하루 앞두고 축하 차원에서 마련됐다고 측근들은 밝혔다.
 지난 2014년 12월 18일, 이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측근들과 송년만찬 회동을 마친 후 식당을 나서며 옷깃을 여미고 있다. 이번 만찬은 지난 2007년 이 전 대통령 당선일과 생일이 겹치는 19일을 하루 앞두고 축하 차원에서 마련됐다고 측근들은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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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저는 자타가공인하는
이명박정권을탄생하는데
1인자였습니다
이재오가없었으면이병박정권은없었다는소리도들었습니다
이명박정권의2인자
왕의남자로통칭되었습니다
저는 이명박정권이 반빈주적이고 자유민주주의근간을무너트린 일을자행했다면 그 책임에서자유로울수없습니다
정권을감시감독하지못하고
권력을견제하지못하고 내자신의안일에빠져있었던것에대한책임 피하지않겠습니다
이모든책임을 저가
지고 감옥이라도가겠습니다
정권이잘못되었다면 그책임또한저가지고가겠습니다
책임은저하나로끝내시고 나라를더이상혼란에빠뜨리지말아주십시요
지금은할일도많고갈길도멉니다
언제든지어디서나
낮은자리에서작은소리라도
내겠습니다

스스로 '이명박 정권의 2인자'이자 '왕의 남자'로 칭하는 인물이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무시한다. 띄어쓰기는 무시가 아니라, 다닥다닥 붙여서 쓰는 문체를 무슨 본인의 장기라 여기는 수준이다.

이런 분이 이전 정권의 '특임장관'이자 정권을 탄생시키는 데 1인자였다니. 더군다나, 추석을 앞두고 국민들의 혈압을 다시 한 번 올리는 글을 '추석인사'라고 내놨다.

30일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다분히 의도가 빤한 글이다. 최근 이명박 정권이 국정원과 군을 동원해 블랙리스트 등과 같은 불법적인 공작을 벌이고 진두지휘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이에 대해 반박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수준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난 9월 28일 입장을 표명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그것과 대동소이한 것도 모자라 그저 복사한 수준에 머물렀다. 안보 강조하고 경제 운운하는 꼴이 딱 그 짝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이 대표는 "이 모든 책임을 저가 지고 감옥이라도 가겠습니다"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예의 그 충정(?)을 재확인했다. 꽤 강도 높은 발언이다.

이미 국민들의 관심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라는 최종 심급으로 쏠리고 있는 마당에 '2인자'가 눈에 들어올 리 없지 않은가. '적폐' 운운하는 글의 논리마저 해괴하기 이를 데 없다. 

"감옥 가겠다"는 이재오의 '설레발'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가 9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가 9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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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년 단임제의 제왕적권력을 거치면서ㅡ
이 긴세월동안 적폐는쌓일대로 쌓였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적폐청산을위한 새로운 국가개혁에는 관심이없고 여당이나야당이나
권력 놀음에만 여념이 없습니다
있는 적폐는 당연히 청산해야합니다
눈 앞에 보이는 적폐는 청산해야합니다
그러나
정치적 이유로.권력을 잡았다는 이유로 없는적폐를 기획하고
바람몰이하고 인민재판하듯이 정치보복하는 적폐청산은 과거 자유당독재 박정희군사독재 유신독재가 낳은 또 하나의 적폐입니다
적폐청산을 적폐의 방법으로
하면 안됩니다
정의로운 국가를 만든다고 하면서 권력이 곧 정의인듯이 설쳐대면 안됩니다
6.25.직후완장부대가 그러했습니다
집권의시대를.분권의시대로
분단의시대를통일의시대로
권력의시대를 인간의시대로
바꾸는 큰틀의 국가개혁에 정치권이 매달렸으면 합니다

아무래도, 과거 'MB맨들'과 자유한국당 인사들 사이에서 '적폐' 재규정이 유행인 듯 싶다. 너도나도 '적폐' 재정의에 나서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본인들이 '적폐'로 규정되는 걸 막기 위해, 또 아니라고 몸부림친다.

이재오 대표가 딱 그런 꼴이지 싶다. '6.25 완장 부대'를 들먹이지 않나, 이승만 정권부터 노태우 정권까지 언급하며 적폐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와 연결시킨다. 그 제왕적 대통령 중에 한 분이 MB였다는 건 인정하지 못하면서, 왜 애먼 기존 '적폐'의 정의마저 흔들려고 하는가.   

가장 핵심적인 대목은 "적폐청산을 적폐의 방법으로 하면 안 됩니다"라는 조언이다. 현 정부가 국정원을 동원했는가, 군 기무사를 동원했나. 그도 아니면 댓글 부대를 동원했나. 그도 아니면, 치사하고 치졸하게 국가 권력을 개개인의 밥줄을 끊는 데 사용하기를 했나.

불법과 위법적인 사안에 대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조사하고 수사를 벌이는 작금의 상황을 두고 "적폐의 방법"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적폐'의 수사학이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감옥에 가겠다는 그 충정은 국민들에게 고백하지 말고 MB에게 고백했어야 옳다. 그래야 국민도 맘 편하고, MB도 믿음직했을 것이다. 아직 아무도 들여보내겠다는 사람이 없는데도 설레발 칠 필요 없이 말이다.

그저 불법과 위법을 저질렀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으면 될 일이다. 그게 MB가 집권 내내 부르짖었던 '법치주의'다. 이게 다 무의미하다고 여겨졌다면, 어디 방송에 나와 "감옥 가겠다"는 설레발 말고 눈물이라도 흘리시지 그랬나. 과거 MB처럼 말이다.

7년 전 MB의 '눈물'

 지난 2010년 9월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눈물을 흘린 이명박 대통령 부부
 지난 2010년 9월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눈물을 흘린 이명박 대통령 부부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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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가 엄중하고 민생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든 시기에 전전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합니다.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이재오 대표가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한 것 같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금번 추석 인사말의 하이라이트다. '안보'와 '경제' 운운하며 공포감을 조정한 뒤, 적폐청산을 퇴행적 시도로 규정한 것도 모자라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재를 뿌렸다. 더욱이 '말씀드릴 기회' 운운하며 마치 자신의 공격과 관련해 현정부에 대해 뭔가 터트릴 폭로라도 있을 것 같은 뉘앙스마저 풍겼다.

초조감과 위기감이 진하게 풍기는 문장들이 아닐 수 없다.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그러니 이재오 대표가 "감옥에 가겠다"며 헛다리를 짚은 거 아닌가. 추석인사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MB 본인의 특기인 '눈물' 흘리는 동영상이라도 직접 찍어 올렸어야 했다. 재임 시절이었던 7년 전 KBS <아침마당> 방송에서 보여준 '명연기'처럼 말이다.

"내가 늘 이야기를 했거든. 돈 벌면 새옷을 해 주겠다. 대학 졸업을 하고 내가 운동권 학생이었잖아요. 감옥을 갔다가 나오니까 달동네 단칸방에서 나 때문에 걱정해서 장사도 못하고 누웠더라고요.

그래서 내 어머니한테 정치도 뭐도 안 하고 돈을 벌어야 겠다고, 돈 벌면 어머니 새옷을 사드려야겠다, 근데 돌아가셨죠. 12월에 돌아가시고, 난 운동권 학생이라 일자리를 못 구하고 있다가 (다음 해) 7월 달에 현대 건설에 들어간 거죠."

정확히 7년 전, 추석 당일이던 2010년 9월 21일 KBS <아침마당>에 나와 부인인 김윤옥씨와 함께 눈물, 콧물 다 짜며 풀빵 장사를 하던 어머니에게 옷 한 벌 못 사드렸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흐느꼈던 MB의 눈물을 기억한다. 이명박 정부가 마음껏 유린했던 그 공영방송 KBS 방송에서 흘린 눈물 말이다.

한복을 차려입고 추석 당일 아침 공영방송에 얼굴을 비친 MB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 운동권에 잠시 몸 담았고, 가난이 싫어 자수성가를 이뤄 지금의 성공을 일구었다는 본인의 스토리를 늘어 놨더랬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보수층에게 어필했던 성공신화를 참 '징하게'도 우려먹었던 셈이다.

이마저도, 2007년 본인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 출연한 SBS <배기완 최영아 조형기의 좋은 아침>에 나와 연출했던 장면과 판박이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든, 이재오 대표든, 아니면 또 다른 'MB맨'들이든, 마음껏 떠드시라. '적폐'로 규정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도 치시고, 성공 거론하며 현정부의 '적폐청산'에 재를 뿌려 보시라.

속속 드러나는 증거와 정황 앞에서, 과연 꼼꼼하기로 소문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꺼내드는지 온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다. 또 하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그날, 이재오 대표도 꼭 같이 손잡고 조사 받으시라. 감옥에 가셔야 할지 말지 여부는 일단 조사와 수사가 먼저다.


태그:#이재오,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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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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