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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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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의 나라' 스페인이 둘로 쪼개질 위기에 처했다.

스페인 북부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10월 1일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총력을 다해 저지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일촉즉발'의 긴장이 흐르고 있다.

1992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스페인 최대의 관광도시 바르셀로나, 그리고 세계적인 축구클럽 FC 바르셀로나로 유명한 카탈루냐는 수도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하는 스페인과 문화·역사·언어가 다르다는 인식이 강하다.

카탈루냐 독립운동의 역사는 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페인은 아라곤 왕국(카탈루냐) 페르난도 왕자와 카스티야(스페인) 왕국 이사벨 여왕의 결혼 동맹으로 현재의 기틀을 마련한 국가다.

그러나 아라곤이 카스티야에 사실상 합병되었고, 1714년 왕권 다툼 때 자치권을 완전히 빼앗기고 말았다. 1938~1975년 스페인의 프랑코 독재정권은 카탈루냐를 수탈하고 언어 사용을 금지했지만, 이러한 탄압은 오히려 독립 의지를 불타게 했다.

카탈루냐가 독립하려는 이유는?

역사보다 더 현실적인 이유는 '경제'다. 바르셀로나는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데다가 다양한 산업이 발전하면서 스페인의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꼽힌다. 카탈루냐 면적은 스페인 영토의 6%에 불과하지만 스페인 총생산의 20%를 차지할 정도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스페인 중앙정부에 막대한 세금을 내며 전체 예산의 19%를 책임지고 있지만 정작 예산 지원은 9.5%에 불과해 피해의식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독립 국가를 세우면 지금보다 더 부유한 경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스페인이 극심한 재정적자로 긴축정책을 펴자 카탈루냐의 불만은 더욱 커졌고, 세금을 줄여주고 자치권을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스페인 중앙정부로부터 거부당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카탈루냐는 2014년 분리독립을 묻는 비공식 주민투표를 치른 결과 81%가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표는 10%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성과 반대 둘 다 40%대로 팽팽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주민투표를 치르는 것은 70%가 찬성하면서 분리독립을 둘러싼 오랜 갈등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찬성이든 반대든 투표를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스페인과 카탈루냐(붉은색) 지도
 스페인과 카탈루냐(붉은색) 지도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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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압수하고 투표소 폐쇄... 다급한 스페인

반면 스페인 중앙정부와 헌법재판소는 이번 주민투표를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하며 결과는 물론 투표 자체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공권력을 동원해 주민투표를 집요하게 방해하고 있다. 

경찰이 카탈루냐 주민투표에 사용할 우편물과 투표용지를 압수했고, 투표소가 있는 모든 건물에 폐쇄령을 내렸다. 또한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100여 개 웹사이트도 차단하는 초강수도 뒀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성명을 통해 "그런 행위는 터키, 중국, 북한이나 하는 것"이라며 "인터넷은 표현의 자유가 있는 영역이며, 민주국가에서는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라고 반발했다.

유엔 인권위원회도 "주민투표의 적법 여부를 떠나 스페인 정부는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적 권리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라며 "공공의 정보와 토론을 차단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주민투표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스페인 검찰로부터 '표적 수사'를 받고 있는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유례가 없는 탄압을 당하고 있지만 감옥에 가거나 비상사태를 선포해서라도 반드시 주민투표를 강행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스페인 중앙정부 대변인으로 나선 이니고 맨데즈 문화장관은 "정부는 시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법을 집행할 권한이 있다"며 "누구라도 법을 어긴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탈루냐, 주민투표 '찬성' 많으면 독립 선언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투표율에 상관없이 주민투표 결과가 찬성이 나오면 48시간 안에 독립을 선포하고 국경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카탈루냐의 경제 규모는 덴마크나 아일랜드 정도와 비슷하다.

하지만 경제 규모가 카탈루냐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독립하면 다른 나라들과 외교·무역 관계를 맺어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유엔이나 유럽연합 등 국제기구 가입도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이번 주민투표 결과가 영국의 스코틀랜드,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 벨기에 플랑드르 등 분리독립 운동이 있는 다른 곳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어서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푸지데몬 자치청부 수반은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독재자 프랑코가 사망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스페인 정부는 여전히 권위주의적 본능이 있다"라며 "소수민족에 대한 존중은 기본적인 인권이며, 자결권은 모든 국가의 권리"라고 밝혔다.

이어 "카탈루냐는 국제사회 앞에서 새로운 독립국이 될 것이냐를 결정하는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며 "전 세계 모든 민주주의자들이 우리의 오랜 투쟁을 지지해줄 것을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스페인, #카탈루냐, #분리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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