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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시 기흥수 서천동 주택 공사현장에서 만난 정기중(24)씨
 용인시 기흥수 서천동 주택 공사현장에서 만난 정기중(24)씨
ⓒ 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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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동에 12만 원 짜리 일 있는데 하실래요?"


지난 화요일(26일) 동네에 있는 인력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나는 작년부터 집 근처 인력사무소에 내 이름을 등록해 놓고 되는 시간에 짬짬이 일을 하고 있다. 보통 아르바이트보다 벌이가 괜찮고, 일을 골라서 할 수 있어서 몸이 고되진 않다.

다음 날, 소개받은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 주택건설 현장으로 갔다. 아침 7시 반쯤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분이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알고 보니 같은 인력사무소에서 파견 나온 분이었다.

그분은 "주택 공사현장이 처음이에요"라 말하며 우리 외에 청년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그곳에서 나에게 반가운 내색을 했다. 특히나 막노동 판에서는 젊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나도 막일을 할 때 또래 청년들을 만날 때면 괜스레 반가운 마음이 든다.

 용인시 기흥수 서천동 주택 공사현장
 용인시 기흥수 서천동 주택 공사현장
ⓒ 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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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층짜리 주택 시공현장에서 자재 정리와 청소를 하는 소위 잡부 역할을 맡았다. 오랜만에 하는 막노동은 쉽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내가 청년에게 "힘들지 않나요"라며 말을 건네자 그는 "땀 흘리면서 일하니까 너무 좋아요"라고 답했다. 보기 드문 청년이란 생각에 인터뷰 요청을 하자 흔쾌히 받아주었다. 나는 이름과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저는 망포동에 사는 24살 '정기중'입니다. 주택현장에는 오늘이 처음이고 얼마 전에 다른 현장에서 벽돌 쌓는 조적일을 해봤어요. 이전에는 중국집 배달원을 했었는데 배달을 하다가 인력사무소를 발견하고 지나가는 들러서 일하고 싶다고 얘기하고 중국집은 그만뒀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정기중씨가 일했던 중국집이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있는 중국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는 서로 더 반갑게 이야기를 나눴다. 20~30대 젊은 청년들이 막일은 잘하지 않으려 하는데, 정기중씨가 배달을 하다가 그만두고 막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부모님이 제가 배달을 하는 걸 싫어하셨어요. 공사현장도 위험하긴 하지만, 배달을 더 위험하게 생각하셔서 반대를 많이 하셨죠. 저도 때마침 기술을 배워서 기술공이 돼야겠다는 목표가 생겨서, '우선 뭐라도 배워야지' 하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일하면서 배관작업 같은 걸 배워서 기술공이 되려고요.


그런데 일을 해보니까 배달보다 막노동이 더 낳은 것 같아요. 제가 군 제대하고 조금 쉬다가 배달을 시작해서 1년 정도 일했어요. 배달할 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근무로 일주일에 6일을 일했는데 제 개인 시간이 없었어요. 그런데 노가다는 오후 5시 반에 딱 끝나니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운동도 돼요. 땀흘리니까 너무 좋아요."

 2층에 파이프를 정리하고 있는 정기중씨
 2층에 파이프를 정리하고 있는 정기중씨
ⓒ 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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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도 그래서 막일을 시작했다. 내가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고 일당도 나쁘지 않고 운동도 된다. 공사현장에 있는 먼지만 마시지 않는다면 꽤 괜찮은 일거리다.


정기중씨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 하고 바로 입대를 했고, 제대 후 바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저는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그래서 바로 일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죠. 제가 대학진학을 하지 않는 것에 부모님이 크게 반대하진 않으셨어요. 그리고 제 동생이 지금 대학교 2학년인데, 부모님이 저랑 동생을 비교하거나 그러지 않으세요. 부모님이 배달을 반대한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하셔서 반대하시는 거지, 제가 무엇을 하건 크게 간섭하지 않으세요.


이 일을 꾸준히 해서 나중에 기능공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일을 좀 하다가 돈을 적당히 벌면 중국집을 차리고 싶어요."


 1층 청소를 끝내고 쉬고있는 정기중씨
 1층 청소를 끝내고 쉬고있는 정기중씨
ⓒ 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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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면서 근래에 흔히 느끼지 못했던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내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정기중씨는 배우고자 하는 의지로 오히려 내게 더 많은 질문을 건넸다.


우리는 주택 1층, 2층에 폼과 쇠파이프, 판자, 목재 등을 정리하고 자루에 건축폐기물을 담아 깨끗이 청소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서로 함께 땀을 흘리며 일해서 그런지 일이 고되고 지루하지 않았다. 같이 일하던 다른 분들도 젊은 우리가 귀여운지 먹을 것을 많이 챙겨 주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서로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꺼내놓아다. 정기중씨가 오토바이로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주었다. 노가다판에서 청년을 만나는 것은 해외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느낌이다. 역시 또래는 통하나 보다.

 일을 마무리 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정기중씨와 필자
 일을 마무리 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정기중씨와 필자
ⓒ 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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