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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소를 하나씩 없애면, 어떻게 될까요? 전기가 부족해지고 큰 혼란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미 아무런 문제없이 원전 하나 줄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많은 에너지자립마을들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였고, 결국 서울에서는 원전 1.83기가 1년 동안 생산하는 발전량 만큼의 에너지를 절약했습니다. 녹색당의 도움을 받아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말]
‘현재발전량’ ‘누적발전량’ ‘나무심은 효과’ ‘CO2 저감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광판이 설치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현대아파트 입구에서 허정자 입주자대표회의 총무가 활짝 웃고 있다.
 ‘현재발전량’ ‘누적발전량’ ‘나무심은 효과’ ‘CO2 저감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광판이 설치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현대아파트 입구에서 허정자 입주자대표회의 총무가 활짝 웃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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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전기요금이 절반 가까이 줄었네요? 공동전기료는 절반 넘게 줄었고요."

허정자(52)씨가 보여준 관리비 명세서에, 기자는 감탄사가 터트렸다. 허씨는 전용면적 84㎡(33평)형 880세대로 이뤄진 서울 신대방동 현대아파트 주민이다. 그는 몇 년 치 관리비 명세서를 모아놓았다.

지난 7월 허씨가 낸 전기요금은 3만2790원. 2013년 7월 전기요금이 6만1870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4년 새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공동전기료는 더 떨어졌다. 2013년 7월 9160원이던 공동전기료는 올 7월엔 3730원이었다.

뭔가 수상한 구석이 있는 아파트 단지다. 허씨가 기자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네며 한 말도 이상했다.



"태양이 만든 커피예요. 맛있을 거예요."


커피를 뽑은 곳은 아파트단지 한 쪽에 주차돼있는 미니 탑차였다. 경트럭인 라보를 전기차로 개조한 것으로, 짐칸에는 커피 머신을 마련했고,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커피를 내리는 데는 태양에너지로 충분했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현대아파트 허정자 입주자대표회의 총무가 기자에게 ‘태양이 만든 커피’를 소개하고 있다. 경트럭 ‘라보’를 개조한 전기자동차 위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커피 머신을 작동시킨다.
▲ '태양이 만든 커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현대아파트 허정자 입주자대표회의 총무가 기자에게 ‘태양이 만든 커피’를 소개하고 있다. 경트럭 ‘라보’를 개조한 전기자동차 위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커피 머신을 작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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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파트단지, 뭔가 수상하고 특별하다. 허씨의 명함에는 에너지자립마을 현대 푸르미 대표라고 쓰여 있다.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달 27일 이곳을 찾았다.

가정 주부에서 활동가로

'현대 푸르미'라고 쓰인 조끼를 입은 여성 10여 명이 꽃을 심고 있었다. 회원 박막동(47)씨와 마주 앉았다. 박씨는 "저 말을 잘 못하는데, 두서없이 얘기해도 잘 정리해주세요"라며 걱정을 했다. 기우였다. 그의 입에서는 전문적인 내용도 술술 나왔다. 

"전기밥솥은 보통 늘 전원을 켜놓고 보온으로 해놓잖아요. 하루 종일 보온으로 해놓으면 전력 소모가 많아요. 밥을 조금만 하고, 남으면 얼려서 데워먹는 게 나아요. 대기전력만 없애도 전기요금을 많이 아낄 수 있어요. 멀티탭을 사용해서 '톡톡' 끄면 돼요."

박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단지 내 탁구 모임에 참여하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그가 2013년 아파트를 예쁘고 아름답게 가꾸는 모임인 '현대 푸르미'에 가입했을 때만해도, 에너지나 원자력발전소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여겼다.

2014년 이곳 아파트단지가 에너지자립마을로 선정되면서, 박씨도 에너지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교육도 많이 받았다. 원전 주변 마을이나 밀양 송전탑에 반대하며 싸우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그는 시나브로 가정주부에서 에너지자립마을 활동가로 바뀌었다.

"원자력 발전소가 밀집돼 있거나 송전탑이 지나가는 마을들이 있잖아요. 여기서 우리가 전기를 끌어와야 하는데, 거기 주민들은 많이 아프잖아요. 그걸 접하면서 에너지는 나만 생각하고 쓰면 안 되겠구나,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전 하나 줄이기 캠페인을 하니 원전 하나를 멈출 수 있었잖아요. 우리가 좀 더 노력하면 원전 하나, 둘, 셋...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에너지 절약은 귀찮은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굳이 필요 없는 일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박외선(57)씨가 입을 열었다. 그는 신대방동 18통장으로, 허씨와 함께 에너지자립마을을 추진했던 주역 중에 한 사람이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일은 아파트 가치가 올라가는 일이기도 해요. 저희 아파트가 에너지자립마을로 자리를 잡으면서, 집값이 크게 올랐어요. 또한 전기요금도 떨어지니까,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전기요금 2억 원 줄였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현대아파트 허정자 입주자대표회의 총무가 아파트 승강기 입구에 설치된 에너지 절약 상황판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현대아파트 허정자 입주자대표회의 총무가 아파트 승강기 입구에 설치된 에너지 절약 상황판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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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회원들은 돌아가고, 허정자씨만 남았다. 그는 기자를 단지 곳곳으로 안내했다. 104동에 들어섰다. 안내 게시판은 여느 아파트와는 달랐다. 각종 그래프와 표가 들어간 게시물이 연이어 붙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8월 이번 달 절감왕, 절약왕은 누구일까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었다. 전체 세대와 104동의 절감왕, 절약왕으로 꼽힌 세대가 적혀 있었다.

그 옆으로는 '연도별전력사용량 비교', '연도별 전기요금 비교' 등의 제목을 단 게시물이 보였다. 안내판 아래 광고영역도 여느 아파트와 달랐다. '가전제품 소비전력을 살펴볼까요'라는 제목에, 가전제품 사진과 '냉장고 50W/h', '전기밥솥 1000W/h' 등의 문구가 실렸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2016년 서울시 모범관리 단지로 선정됐다는 내용의 상장이 붙어있었다. 허씨는 "2016년 서울의 500~1000가구의 아파트단지 중에서 1등을 했어요"라고 귀띔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상장은 이곳 단지가 최근 몇 년 동안 받은 많은 상장 중 하나였다.

에너지자립마을로 자리를 잡는 일은 단순히 에너지 절약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에너지 효율도 고민해야 한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현대아파트에는 다른 아파트보다 훨씬 많은 태양광 패널이 가정에 설치되어 있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현대아파트에는 다른 아파트보다 훨씬 많은 태양광 패널이 가정에 설치되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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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남향인 104동에 사는 가구들 중 상당수가 베란다에 발전용량 200W(와트)의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 놓았다. 에어컨 실외기를 가릴 수 있는 조그마한 크기였다. 허씨의 집 계량기를 보니 검침이 거의 돌아가지 않았다.

아파트·경비실·관리동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있다. 전체 발전용량은 30kW(킬로와트)로, 한 달 100만 원의 공동전기료를 아끼고 있다. 또한 엘리베이터에 회생제동장치를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는 엘리베이터로 탈바꿈시켰다. 창호교체, 난방 배관 청소, 지하주차장 LED 센서 설치 등은 에너지효율화사업의 일환이었다.

에너지자립마을 첫 해인 2014년 이곳 단지의 개별·공동전기요금 합계액은 2013년에 비해 5359만 원 줄었다. 2013년 대비 2015, 2016년 절감액까지 합치면 3년 동안 2억 원이 넘는 전기요금을 줄였다.

원전 하나 줄인 사람

서울시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원전 하나 줄이기 캠페인으로, 원전 1.83기가 1년 동안 생산하는 전력량만큼의 에너지를 줄였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신대방 현대 아파트와 같은 에너지자립마을의 역할이 컸다.

특히, 이곳 단지는 에너지자립마을 아파트단지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곳으로, 에너지, 탈원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허씨의 사소한 바람에서 시작됐다. 

허씨는 10년 동안 수녀의 삶을 살다가 남편과 결혼해 10여 년 전 이곳에 정착했다. 아이가 커가면서, 단지에는 아이들이 놀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중에 항상 잠겨 있는 단지 내 테니스장을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2013년 동대표에 출마했고, 당선됐다. 입주자대표회의 총무를 맡았다. '현대 푸르미'를 만들어, 꽃심기 등을 통해 아파트를 예쁘게 가꾸는 데 힘을 쏟았다. 그해 구청에서 에너지자립마을 사업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그때부터 아파트가, 그의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은 에너지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 인사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허씨를 보면 "신대방"이라고 외친다. 허씨는 탈원전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스스럼없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한다. 최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후, 탈원전을 두고 논란이 거셌다. 그의 생각은 어떨까 궁금했다.

그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은 기상조건과 일조량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하루종일 꾸준하게 발전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일리가 있다"면서 "원전이 필요없다고 말하면 안 된다. 원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말을 이었다.

"다만, 우리가 필요한 만큼만 원전을 사용하면 돼요. 지금 평시 전력 예비율을 살펴보면, 당장 원전 17기가 없어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에요. 다만,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전력 예비율이 떨어지긴 하죠. 그럴 때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할 수 있다면, 원전을 많이 줄여도 돼요. 필요한 만큼만 쓰자고요. 이 말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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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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