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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수도요금 인상을 안내한 글 동해시청에서 시민에게 보낸 안내글
▲ 상하수도요금 인상을 안내한 글 동해시청에서 시민에게 보낸 안내글
ⓒ 이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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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에서 수도요금을 올려 받겠다는 안내글을 받았다. 지금까지 먹는 물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보다 수도요금을 낮게 받아서 상하수도사업소 운영이 어려워진 까닭에 어쩔 수 없이 수도요금을 올릴 테니까 시민이 이해하고 협조해달라고 한다.

맑은 물 만드는 데 드는 돈보다 요금이 지나치게 싸서 어려움을 겪는다니 마땅히 시민도 그 부담을 함께 해야 한다. 우리가 먹는 물이고 우리가 흘려보낸 물 아닌가. 다만 시민에게 주는 말이라면 누구라도 알 만한 말로 써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시청에서 준 안내글에서 굵은 글씨로 쓴 부분만 듬성듬성 살펴본다.

상·하수도 공기업 경영의 만성적 적자를 해소하고 깨끗한 수돗물 공급과 안정적 하수처리를 위해 2017년 11월부터 상수도요금이, 2018년 1월부터 하수도요금이 각각 인상됩니다.

상‧하수도사업소는 깨끗한 물을 만들어 집집마다 보내주고 우리가 하수도로 내보낸 물을 깨끗하게 하는 일을 맡아 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 일을 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상·하수도요금을 적게 받으면서 오래도록 어려움을 겪다가 더는 어쩔 수 없어 상·하수도 요금도 올려 받겠다는 말이다.

이 말을 '경영의 만성적 적자 해소', '깨끗한 수돗물 공급', '안정적 하수처리' 같은 어려운 말로 얼버무려 말한다. 일반 시민은 요금을 올린다니 마뜩찮은 마음이 들어도 그저 그런가 보다 할 수밖에 없다. 익숙하지 않은 어려운 말 때문이다. 상하수도사업소가 '만성적 적자'에 허덕인 게 과연 시민이 상‧하수도요금을 적게 낸 때문인지도 궁금하다. 이에 뒤따르는 말은 더 어렵다.

현재 상·하수도 요금은 생산원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요금 현실화율 개선 없이는 상·하수도 공기업 경영정상화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 부분은 죄다 굵고 붉은 글씨로 해놓았다. '요금 현실화', '공기업 경영정상화' 말만 보면 누구나 마땅하고 잘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먼저 '현실화'란 말뜻부터 본다. 말 그대로 '현실에 맞춘다'는 뜻이다. '요금 현실화'는 요금을 현실에 맞게 받겠다는 소리. 여기서 현실은 '생산원가'을 가리킨다. 곧 '요금 현실화'는 수돗물 만드는데 실제로 들어간 비용만큼 요금을 올려 받겠다는 말이다. 그렇게 말해야 분명하게 귀에 쏙 들어온다.

참고로 동해시상수도사업소 자료로는 수돗물 1㎥를 만드는 데 1134원 정도가 든다고 했다. 하지만 수도요금은 73퍼센트 정도되는 829원을 받으니까 진정한 '요금 현실화'는 수도요금으로 1134원만큼 다 받아야 이루어진다.

'정상화'란 말은 어떤가. '정상화'는 정상 상태로 돌리거나 그렇게 만드는 일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을 한번 떠올려 보라. 이 말은 '비정상'일 때나 꺼낼 수 있는 말이다. 뒤집어 말하면 생산원가에 미치지 않는 요금을 받았기 때문에 상‧하수도사업소 운영이 어려운 지경이 이르렀고, 수도요금을 '비정상'으로 받은 까닭에 그간 결손에 허덕이다 이번에 요금을 올려서 경영 상태를 '정상'으로 돌리겠다는 말인데, 조금 어리둥절하다.

상하수도사업소는 사기업이 아니라 공기업이다. 맑은 물 만드는 데 드는 원가만큼 다 받는 게 '정상화'이고 '현실화'인지 묻고 싶다. 살기에 바빠 건성으로 훑어보는 사람이라면 '현실화'하고 '정상화'하자는 데 너나없이 옳다고 생각할 법하다. 나처럼 이 말에 토를 단다고 하면 "그럼 비정상으로 두자는 말이냐"고 버럭 성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금을 올리면서 '현실화', '정상화' 같은 두루뭉술한 이름을 붙이지 말고 정직하게 요금을 올린다고 말해라. 동시에 상하수도사업소 경영이 어렵게 된 까닭이 다른 데 있지나 않은지, 허투루 쓰이는 물은 없는지, 상하수도 요금을 올린다면 어느 정도까지 올려야 하는지 정말 '현실화'인지 말해주길 바란다.

상하수도에 이어 하수도 요금 연체금이 3% 고정비율 부과방식에서 1개월 범위 내는 연체일수별로 계산하여 부과하는 방식으로 연체금에 대한 시민부담은 줄어듭니다.

여기서도 '하수도 요금 연체금', '고정비율 부과방식', '연체일수별로 계산', '부과' 같은 한자말이 줄줄이 나온다. '고정비율 부과방식'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요금을 미처 내지 못했을 때 이제까지 밀린 날수가 하루가 되었든 열 달이 되었든 똑같이 밀린 요금의 3퍼센트만큼 더 받는 것이다.

이에 맞서는 말이 '일할계산'을 해서 받는 것인데, 오는 11월부터는 한 달이 안 될 때는 밀린 날수만큼 따져 받겠다는 소리다. 밀린 날수가 한 달 이내일 때는 분명 줄어든 게 맞지만 한 달이 넘었을 때는 사실 시민 부담은 그대로다. 굵은 글씨로 힘주어 마치 시민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처럼 해놓았다.

말이 길어졌다. 그 어느 곳보다 가장 먼저 쉽고 깨끗한 우리 말을 찾아 쓰는 일을 해야 할 곳이 공공기관이다. 국어기본법이니 시민의 알 권리 같은 말을 굳이 들먹일 까닭도 없다. 그 밑바탕에 깔린 생각은 민주주의 이념이다. 배운 사람 못 배운 사람 가리지 않고 누구라도 동등하게 알 권리를 누려야 한다.

안내문을 보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누구든 공공정보와 공공 업무를 알아야할 권리가 있다. 그래야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행정은 곧바로 우리 삶과 이어진다. 시민을 위한 행정이니 시민 중심이니 어쩌니 하는 말은 구호로 끝나선 안 된다. 쉬운 말 분명한 말에서 시작해야 한다.

시민에게 이해를 바라는 글일 때는 자세하게 마음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 그 글을 읽을 때 시민이 무엇을 알고 느낄까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시민에게 어떤 보탬을 주고 어떤 힘을 줄까. 이런 생각과 애씀이 없이는 '시민 중심'이니 '행복 중심'이니 하는 말은 죄다 헛소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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