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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종사자들이 대부분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자료사진).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종사자들이 대부분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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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 이들을 보듬고 상담하며 사회 복귀를 도와주는 상담가가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면 어떨까. 아마도 제대로 된 상담이 이뤄지기 힘들 것이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들이 그런 상황이다. 이들 대부분은 기간제 비정규직이다.

29일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00개(국고보조금을 안 받는 서울지역 센터 제외)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 1409명 중 1381명(98.1%)가 기간제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성을 요하는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이 잦은 고용불안과 단절을 겪는다면 상담 대상자들의 심리적 안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가 윤소하 정의당 의원에 제출한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근로자 현황'
 보건복지부가 윤소하 정의당 의원에 제출한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근로자 현황'
ⓒ 윤소하 의원실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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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비율이 이처럼 높은 것은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윤 의원에 따르면, 200개 센터 가운데 72%에 달하는 144개소가 민간위탁 운영 중이며 근로자들은 평균 3년마다 재계약을 하고 있다. 3년마다 위탁 업체가 변경되고, 근로자들은 변경되는 위탁 업체와 해마다 근로계약을 맺는 실정이다.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센터 가운데 정규직은 단 한명도 없었다.

복지부는 위탁 변경이 이뤄져도 근로자들의 고용은 승계되니 근로자들의 고용은 안정돼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7월 진행된 전국 지역센터 설문조사에 다르면 위탁, 재위탁 과정에서 권고사직이나 퇴직을 경험한 비율이 7.3%, 임금삭감을 경험한 비율이 17.3%, 직급 직책의 하향 조정이 이뤄진 경우는 5.9%로 조사됐다. 윤 의원은 "임금 삭감을 거부하거나 직급직책을 하향하지 않으면 고용이 유지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라며 "근로자들이 고용불안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의원이 지난 7월 개최한 '지역정신건강복지사업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안'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박수진 정신건강전문요원은 "12년째 일을 하고 있는데 매해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 계약직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라며 "고용불안정과 표준화되지 않은 업무량으로 하나 둘 떠날 때마다, 잦은 인력 교체로 발생되는 손실이 너무 크다"라고 밝혔다.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은 쪼개기 계약을 해야 하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용상황 속에서 "타인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감정의 쓰레기통' 같은 존재"라고 토로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 열린 '지역정신건강증진센터 공공성 강화 과제' 토론회에서 김성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지부장은 "각종 전염병 등에 노출되어도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며, 시간외수당과 출장비는 받을 수 없는 현실"이라며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도 상담 실적을 채우기 위해 본인의 안전은 뒷전이다, 종사자의 고용불안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상담의 질은 하락할 수밖에 없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신건강복지센터 노동자의 직장생활 만족도는 매우 낮다. 2016년 8월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서울시 주요 사회서비스 영역(정신건강증진센터, 노인종합복지관, 청소년수련관, 120다산콜센터) 민간위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정신건강증진센터 노동자들(37.8점)의 직장생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특히 직장생활만족도 12개 영역 중 '고용불안정성'에서 정신건강증진센터(37.2점)는 4개 기관 평균 46.8점에 훨씬 못 미쳤다.

3D에 노출된 정신건강전문요원..."고용 형태 변해야"

2016년 10월 열린 '서울의 정신건강증진센터 실태로 본 지역정신건강증진센터의 공공성 강화 과제' 토론회 발제문에 담긴 손팻말 내용. 김성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지부장
 2016년 10월 열린 '서울의 정신건강증진센터 실태로 본 지역정신건강증진센터의 공공성 강화 과제' 토론회 발제문에 담긴 손팻말 내용. 김성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지부장
ⓒ 김성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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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의 업무 환경은 열악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실정이다.

"'사람을 씹어 먹고 싶다'라고 호소하고 아파트 베란다에 다리를 걸치고 있는 대상자를 설득하며 병원 모셔가는 과정에 2인1조가 아닌 1인이 가면서 중간에 신호 걸린 상황. 대상자는 차 밖으로 뛰어내려 도로에서 대상자 잡으러 다닐 수밖에 없었던 구조"
"너를 성폭행하겠다, 핥고 싶다, 나 뭐하고 있는 줄 아냐? (자위 암시)"
"가정 방문을 나갔다. 가위를 들고 음주상태에서 죽겠다고 얘기를 하고 있으나 경찰에 동행 요청했으나 상담하시라며 문을 닫고 경찰은 나가버렸다."
"대상자가 죽었다. 하지만 장례식장 조차 갈 수 없었다. 다른 대상자를 만나야 한다. 우리는 기계로 전락했다." 
-2016년 10월, 서울시 정신보건전문요원들의 현장 증언 중-

이 같은 상황에서 박수진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치료가 필요한 주민에게 적절하게 서비스를 연결하고 일상생활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는 것이 이 직업의 유일한 버팀목"이라고 말하고 있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 전달 체계를 개편, 전문 인력 충원과 근무조건 개선,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라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업무를 담당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들의 고용 형태가 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고를 연간 500억 원 이상씩 국고를 지원하는 사업이 비정규직을 양산, 유지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서비스공단 대상에 지역정신건강센터 인력도 포함시켜야 한다, 그것이 민간에 떠맡겨진 정신건강센터의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태그:#정신건강복지센터, #비정규직, #윤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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