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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성북구, 강북구를 관통하는 총 13개 역의 지하철이 개통됐다. 지금까지의 지하철과 다른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지하철의 미니멀리즘을 실현했다. 모든 게 작다. 열차는 물론이고, 심지어 역사 플랫폼까지도. 지하철 2량이 1편성으로 운행된다. 편성당 좌석 수는 고작 48석이며, 입석을 포함해 한 번에 174명만 이동할 수 있다. 실제로 객차를 타보면 마주 보고 앉아 있는 승객이 상당히 가깝게 보인다. 마을버스의 아늑함이 느껴질 정도로.

애초 7월 29일 예정이던 개통일이 9월 2일로 연기됐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안전 때문이었다. 열차 간 운행 간격을 2분 30초에서 3분으로 연장해야만 했다. 어린이와 노약자를 위해 서행이 필요했다. 급출발과 급제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이면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 열차는 지하에서 무인으로 운행되는 서울특별시의 첫 번째 경전철 '우이신설선'이다.

문화적 이동성, 현실로 다가오다

우이신설선 동대문구, 성북구, 강북구를 관통하는 총 13개역의 지하철이 개통됐다. 지금까지의 지하철과 다른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지하철의 미니멀리즘을 실현했다.
▲ 우이신설선 동대문구, 성북구, 강북구를 관통하는 총 13개역의 지하철이 개통됐다. 지금까지의 지하철과 다른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지하철의 미니멀리즘을 실현했다.
ⓒ (주)우이트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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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신설선 공사가 시작된 이후 개통이 되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몇 번의 중단 위기도 있었지만 이제야 개통이 된다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지하철이 다니는 구간은 강북구 우이동에서 동대문구 신설동역까지 총 11.4km다.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50분이나 걸렸던 시간이 30분 이내로 단축됐다.

서울은 이미 25개 자치구 전역에 걸쳐 지하철뿐만 아니라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선진 사례로 꼽힐 정도다. 그러나 우이신설선이 관통하는 서울 동북권은 교통의 사각지대로 악명이 높다. 게다가 이 지역의 지리적, 인구 통계적, 경제적, 문화만족도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연구원에서 발표한 '한눈에 보는 서울 2016'에 따르면 우이신설선이 지나가는 동북권은 200만 원 이하 소득자 비중이 두 자릿수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다.

또한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에서는 동북권이 미술관, 박물관, 영화관, 공연장 등 문화시설이 부족한 문화소외지역으로 인식돼 주민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문화만족도는 바닥을 친다고 한다. 이러한 환경 분석을 토대로 서울시는 새롭게 태어나는 우이신설선을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지하철로 만들 계획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지역주민을 위한, 지역주민이 주인공이 되는 지하철의 첫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보통 지하철을 타면 대부분 휴대폰에 빠져들거나 잠으로 시간을 보낸다. 옆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지하철을 단지 운송수단 이상으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트렌드는 변했고, 점차 지하철로부터 1차적인 목적 이상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이를 '문화적 이동성'(Cultural Mobilities)이라 부른다. 대중교통 수단이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공간으로 머물지 않고 새로운 문화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런던, 스톡홀름, 뮌헨 등 유럽의 지하철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 지하철의 양옆으로 뻗어 있는 광고판에는 각종 공연과 전시 게시물이 넘쳐난다. 사람들이 이동하는 통행로에는 전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작품이 걸려 있다. 심지어 플랫폼까지 문화공간이 됐으며, 사람들의 눈길이 닿는 곳곳에 예술의 흔적이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지난 2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상가와 통행로 기능 중심의 지하철 역사공간을 개선해 문화와 예술이 숨 쉬는 공간으로 바꾸겠다"라고 발표했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관련 부서 업무보고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번에 개통되는 우이신설선이 문화철도로 태어나서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랄 수 있기를 바란다."

시민들의 일상을 '달리는' 문화철도  

레일형 전지포스터 기존의 지하철 공간 홍보물과는 다르게 우이신설선의 홍보 포스터는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는 듯한 효과를 준다.
▲ 레일형 전지포스터 기존의 지하철 공간 홍보물과는 다르게 우이신설선의 홍보 포스터는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는 듯한 효과를 준다.
ⓒ 이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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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를 열어 2017년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올해의 경영목표를 2가지로 요약한 것인데, 하나는 생활 속 문화예술을 시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문화정보를 생산·전달하는 '아무나PD'이며, 다른 하나는 일상과 가장 밀접한 공간인 지하철역을 문화예술과 연계해 더 즐겁고 다 행복한 문화생활을 구현하는 '문화철도'이다.

이 중에서 필자는 두 번째로 언급된 '문화철도'를 소개하려 한다. 지하철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프로젝트는 복잡한 지하철 노선도만큼이나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었다. 25개 자치구와의 이해관계,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업체들과의 계약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비영리를 목적으로 포기해야 하는 경제적 기회비용 등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이신설선에 주목했다. 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빈 곳으로 문화를 채우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기 때문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우이신설선에 장착될 '문화철도'의 슬로건을 철도 이미지에서 유추해 '달리는 시리즈'로 정했다. 개통에 맞춰서 우선적으로 '달리는 도서관'과 '달리는 미술관'이 시작된다. 달리는 열차 안과 역사의 곳곳이 문화의 현장으로 변하게 된다.

그렇다고 단순히 차량 내부를 래핑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주민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요소를 더할 것이다. 유명 예술가의 기성 작품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의 지하철 프로젝트와 차별화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배경으로 만들 것이다. 

"지하철 광고판 10개 중 7개가 텅텅"

재작년 한 일간지의 기사 제목이다. 실제로 지하철 1~8호선에서는 현장에 있는 광고판의 3분의 2 이상이 비어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서울에서 가장 번잡한 곳 중 하나라는 강남역도 예외는 아니다. 그나마 있는 광고판조차 하얀 천으로 뒤덮여 있을 정도며, 광고가 가장 잘 팔린다는 2호선조차도 수익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채워져 있는 광고판도 끊임없이 문제가 지적됐다. 대부분 피부과, 성형외과 등의 상업광고다. 지하철 이용객들은 이런 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됨으로써 피로가 누적되기 시작했다. 런던의 지하철 광고 중 문화예술 광고가 20%에 육박하고 있는 데 반해, 서울은 고작 6.7%에 머물고 있으니 문화 처방전이 더욱 시급해 보인다.

'문화철도'의 2가지 미션

정도운 작가의 작품으로 래핑된 열차 내부 우이신설선은 잠실창작스튜디오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도운 작가의 작품을 활용해 내부 공간을 꾸몄다.
▲ 정도운 작가의 작품으로 래핑된 열차 내부 우이신설선은 잠실창작스튜디오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도운 작가의 작품을 활용해 내부 공간을 꾸몄다.
ⓒ 이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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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철도' 프로젝트의 첫 번째 미션은 문화예술 광고매체 운영에 있다. 이는 오는 9월 2일 개통하는 우이신설선을 이용객들에게 상업광고가 아니라 문화예술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이를 위해 서울시의 문화, 디자인 관련 전 부서를 비롯해 서울도서관, 서울시립미술관, 세종문화회관 등이 참여한다. 주요 내용은 단순히 광고판에 축제나 자치구의 정책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영국의 지하철처럼, 세계적인 트렌드인 '문화적 이동성'을 실현할 것이다.

광고매체의 종류는 역사별로 설치된 와이드칼라(38개), 레일형 전지 포스터(155개), 에스컬레이터 아트스테이션(146개)이 있으며, 열차 내 손잡이 위에 걸려 있는 모서리 광고(1량당 19개)는 총 18편(36량)이 운행된다. 광고매체는 일정한 주기별로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운영된다.

특히 열차 내에 설치되는 광고는 이 프로젝트의 슬로건인 '달리는' 시리즈의 일환으로 특정 주제를 드러낸다. 개막에 맞춰 '달리는 도서관'과 '달리는 전시관' 콘셉트로 공개된다. '달리는 전시관'을 위해서는 스토리가 있는 대표 작가 2명을 선발했다. 자신이 그리워하는 사람을 그리는 정도운 작가와 시민 1000여 명의 얼굴을 그려준 정은혜 작가는 발달장애가 있는 미술작가다. 이들은 이번 '달리는 전시관'의 메인을 장식하는 대표 작가로 참여한다. 

'문화철도'의 두 번째 미션은 역사 내 공간을 구성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 실현이다. 이를 위해 지하철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전개된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공간의 상징성을 고려해 스토리가 있는 공공작품을 공개한다.

우선,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거점공간을 조성해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우연히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가는 명소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준비한 것이 '왜상아트'(Anamorphosis)이다. 역사 내 숨어 있는 공간을 포토존으로 활용해 일상적 장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역사 내 아트스테이션 우이신설선 역 중 성신여대입구역 에스컬레이터 벽면을 따라서는 대표적인 예술가의 작품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당야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 역사 내 아트스테이션 우이신설선 역 중 성신여대입구역 에스컬레이터 벽면을 따라서는 대표적인 예술가의 작품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당야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 이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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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왜상아트를 위해 2곳의 역사를 정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성신여대역과 북한산으로 통하는 북한산우이역이다. 두 공간은 각 지역의 특성을 드러내는 메시지를 표현하기에 용이하다. 왜상아트 이미지는 유명 작가의 작품을 설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더할 것이다. 지역의 예술가와 아이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 밖에도 13개 역사에 걸쳐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담은 미디어를 보여주는 '우동이'(우리 동네 이야기의 줄임말)와 주요 지하철과 환승 되는 역을 중심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 작품, 타이포 비엔날레 150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포스터, 역사 플랫폼에 설치될 북벤치 등 의미 있는 작품들이 대거 공개된다.

'문화철도' 프로젝트는 그동안의 수많은 공공예술 프로젝트와 확연히 다르다. 지금까지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버스킹 공연이나 이젤로 펼쳐 보이는 사진 전시가 아니다. 훌륭한 미술작품을 보기 위해 유명 미술관으로 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내며,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달리는 지하철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다.

지하철에서 내리는 순간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이번 우이신설선에 장착할 문화철도의 핵심이다. 지하철에서 이동하면서 만나는 예술적 광고들로 사람들은 일상의 즐거움을 느낄 것이며, 북한산으로 이동하는 생태환경 지하철을 이용함으로써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일상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문화예술 전문 시사월간지 문화+서울의 특집 테마 기사로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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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문화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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