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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 완벽한날들에서
 속초 완벽한날들에서
ⓒ 서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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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아리 언니가 속초에 서점을 개업했다. 서점을 놀이터삼아 나다니던 요즘, 아는 언니의 개업이라니. 당장 부천에서 속초 가는 버스표를 끊었다.

추운 겨울이었다. 버스에서 유리창에 기대 잠든 탓에 찬바람을 맞아 코가 얼얼한 채로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지도를 보며 요리조리 찾아가기 시작했다. 20분을 걸었는데 지도의 그 서점이 나오지 않았다. '이거 어떻게 된 거지?'

결국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캐고 물어 서점과 북스테이를 겸하고 있는 '완벽한 날들'에 도착했다. 그런데 서점이 보이자마자 나는, 내가 정말 멍청하단 걸 깨달았다. '완벽한 날들'은 시외버스터미널 뒤에 있었다! 바로 뒤! 그 가까운 길을 돌고돌아 나는 속초중앙시장 방향으로 하염없이 걸었던 것이다.

추위에 길을 찾다가 들어간 완벽한날들. 들어가는 순간 나는 일본영화 <카모메 식당>을 떠올렸고 마치 북유럽의 겨울 한 장면 속 따뜻한 오두막에 들어간 줄 알았다. 따뜻한 조명이 나를 반기고, 책들이 정교하게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 압도감을 주면서도, 모든 것이 제자리에 위치한 듯한 안정감도 느껴졌다. 흘러나오는 비트 느린 재즈도, 넓게 뚫린 천장도 한몫했다.

 속초 완벽한날들
 속초 완벽한날들
ⓒ 서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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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변함없이 예쁜 우리 선배 언니. 언니는 결혼해서 4살짜리 아들내미까지 있는데 새내기처럼 여전히 풋풋한 얼굴로 나를 반긴다. 마치 새댁같은 수줍은 미소가 이 서점하고 아주 잘 어울렸다. '속초의 어느 백반집 사장 아주머니의 강렬한 포스보다도 언니의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가 아마 이 서점을 오래도록 따뜻하게 데우지 않을까?' 그런 느낌이 문득 들었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도 그랬다.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카페. 남편은 무뚝뚝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활달한 아내는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한다. 그 불균형에서 오는 안정감인지 뭔지 모를 기분에 손님들은 그 카페를 일부러 찾곤 한다. '완벽한 날들'도 그렇다.

특별히 좋은 책이 있어서도 아니고, 특별히 맛있는 커피가 있어서도 아니다. 하지만 속초에 가거나 주변 도시에 가게 되면 일부러라도 들르게 되는 바로 그런 특별한 힘을 가진 서점. 그것이 '완벽한 날들'만이 갖는 매력이다.

그러나 이유를 모른다고 해서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 왜 발길이 가는지 생각해보니 그것은 바로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이다. 무엇보다 소품. 소품 하나하나 튀지 않으면서 고객을 배려했다.

북유럽에서 건너온 두툼한 커피 트레이, 책읽기 좋은 1인용 스툴, 푹신한 소파, 유리 화병에 꽂힌 계절 꽃. 화장실은 또 어떤가? 모던하면서도 큼직한 공간이 인상적이다. 편히 쉬고 가라고 소곤소곤 말을 건네는 듯하다.

또 있다. 책장을 보면 세세하게 분류되어 있는 책들의 향연을 보노라면 책에 대해 없던 관심도 생기게 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주인장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동물', '고래' 코너,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어주기를 바라는 '그림동화' 코너, 책을 읽는 독자를 넘어 작가를 생산하는 '글쓰기' 코너 등.

한 해 동안 4번이나 갈 정도로,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좋았다. 시외버스터미널과 가까운 것도 좋았다. 속초 동명항 바다와 가까운 것도 좋았다. 속초 중앙시장과 가까운 것도 좋았다. 그날 산 책을 읽으며 잠드는 포근한 밤도 좋았다. 완벽한날들이었다.

 속초 완벽한날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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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여행을 사랑하는 20대 청춘. 현재 체인지부천/시민카페채움에서 상상력을 실험하고있으며 틈날때마다 국내외 여행을 다니는 유랑가. 글쓰는 일을 꾸준히 하고 싶어요.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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