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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한서점이 산속으로 들어온 까닭은?

숲속의 헌책방 새한서점
 숲속의 헌책방 새한서점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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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충북 단양군 적성면 현곡리에서 새한서점을 운영하는 이금석(66)씨 이야기다. 한 번의 판단 잘못으로 서점이 산속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온라인 판매시스템을 구축하면 시골에서도 책을 팔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잘못이었다. 시스템 구축에 1억 이상이 들어갔지만, 판매는 늘지 않고 더 이상 투자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현재로서 새한서점에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 유일한 희망이라면 아들인 이승준씨가 맡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시도가 결실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부자가 함께 경영하는 중고서점 새한서점을 살릴 방법은 없을까. 개인과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단양군의 지원이 필요하고, 문화관광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왜냐고? 그 이야길 해보려 한다.

새한서점의 이금석 사장
 새한서점의 이금석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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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한서점은 1978년 서울운동장(현재: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인근에서 문을 열었다. 충북 제천시 송학면 포전리가 고향인 이금석씨가 초등학교 졸업 후 상경해 여러 직업을 전전한 후 새로 시작한 일이었다. 그때만 해도 서점 일이 괜찮아 3년 후 고려대학교 앞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80년대는 서점의 전성기였다. 책의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들어 서점의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금석씨는 온라인 판매라는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듣게 되었고, 그 방식에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다.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바코드 작업을 하고 어느 정도 틀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시스템 구축비와 운영비가 너무나 많이 들어갔다. 또 서울에서의 한 달 서점 운영비가 월 400만원 정도 들었다. 2002년 3월 충북 단양군 적성면 적성초등학교가 폐교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새한서점을 단양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한다.

금수산과 남한강으로 둘러싸인 적성면
 금수산과 남한강으로 둘러싸인 적성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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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초등학교에 1년 임대료로 1400만 원을 지불하기로 계약을 체결한다. 그때만 해도 학교 건물이 있기 때문에 서가를 설치해 제대로 책을 전시할 수 있었다. 문제는 판매였다. 그렇지만 온라인 판매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고, 시골이라 오프라인 판매도 거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익을 내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설상가상으로 교육지원청에서 적성초등학교 매각공고를 냈다.

최후의 보루인 학교마저도 떠나야 할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 수소문 끝에 구한 땅이 적성면 현곡리 56번지다. 이금석씨는 자재를 구해 산비탈, 물이 흘러내라는 골짜기 땅에 직접 서점을 만들기 시작했다. 수입이 별로 없기 때문에 모든 작업을 직접 할 수밖에 없었다. 서점 건물이 완공되어 이사한 것이 2009년이다. 처음에 본채를 완성했고, 옆에 부속채도 지었다.

13만여 권의 책이 있는 도서관

도서관 느낌의 서가
 도서관 느낌의 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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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의 면적은 300평 정도이며, 670종 13만여 권 정도의 책이 진열되어 있다. 7단으로 된 서가에 책이 빽빽하게 꽂혀 있다. 바닥에도 책들이 쌓여 있다. 그렇지만 바닥은 흙이다. 흙 위에 판자나 골판지를 놓고 그 위에 책을 놓기도 했다. 여러 가지 상황이 너무나 열악하고 어렵다. 숲속이라 여름에는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난방을 할 수 없어 상당히 춥다.

한 번 찾아오는 사람에게 숲속도서관은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로 신비롭지만, 그곳이 삶의 현장인 이금석씨에게는 모든 게 걱정이다. 비가 너무 많이 와도 걱정, 눈이 너무 많이 와도 걱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단양군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진 것이다. 단양팔경이 충북 제일의 관광지가 되었고, 최근에는 적성면 애곡리에 만천하 스카이워크와 잔도가 개설되었다.

음료 안내판
 음료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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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변 애곡리에는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도 있고, 시인 신동문이 경영하던 농장도 있으며, 단양우씨 단소도 있어 역사사문화적으로 중요한 땅이다. 이러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보러 왔다가 새한서점 소식을 듣고는 사람들이 찾아 와 책을 구입하곤 한다. 또 커피나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이곳에서 만나는 특별한 음료가 모히또(Mojito)다. 쿠바의 아바나에서 만들어진 칵테일 음료로 헤밍웨이가 즐겨마셨다고 한다.

영화 <내부자들>을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

영화 <내부자들>의 새한서점
 영화 <내부자들>의 새한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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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모히또가 유명해진 것은 영화 <내부자들> 때문이다. 정치 깡패 안상구(이병헌 분)가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나 마실까요?"라는 대사로 관객을 웃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새한서점에 가면 모히또를 맛볼 수 있다. 레몬과 애플민트 맛을 낸 음료로 럼이 들어간 칵테일은 아니다. 그러나 달콤하고 시원해 여름 음료로는 제격이다. 새한서점을 찾는 사람들은 차나 음료를 마시거나 책을 구입한다.

그들 중 상당수는 영화 <내부자들>(2015년 11월 개봉)을 보고 이곳을 찾아온다. 새한서점이 우장훈 검사(조승우 분)의 집으로 나와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이금석씨는 당시 영화를 3일 동안 촬영했고, 지금은 그때와 달라진 부분도 많다고 말한다. 영화 때문인지 새한서점을 찾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젊다. 그들이 찾는 책은 취향에 따라 다르다.

책을 고르는 서종표씨
 책을 고르는 서종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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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표씨는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찾고,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를 다룬 <치팅 걸쳐>(Cheating Culture)를 찾았다. 그는 포항으로 내려가는 길에 숲속의 헌책방 새한서점엘 들렀다고 한다.

친구로 함께 온 황정숙, 고성연씨는 올해 벌써 이 서점을 두 번째 방문한다고 한다. 그들은 책보다 서점의 분위기가 더 좋은 것 같다. 자연과 어우러진 서점, 꾸미지 않은 전시, 헌책의 따뜻함이 좋다고 말한다.  

숲속 헌책방의 미래는?

이금석씨의 밝은 모습
 이금석씨의 밝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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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정도 새한서점을 살펴보고 사람들을 만나 보았다. 분위기가 좋아 더 머물고 싶은 곳이다. 그렇지만 돈 벌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금석씨도 그것을 걱정한다. 구경 오는 사람은 꾸준히 있지만, 책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홈페이지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온라인 판매도 쉽지 않다. 요즘 같은 세상에 발로 뛰는 영업이나 광고나 홍보도 불가능하다. 

숲속 헌책방 새한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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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으로 내려오지 말고 서울에서 돌파구를 찾았어야 했다고 말한다. 조금 일찍 움직인 것이 아쉽기만 하단다. 이금석씨의 얼굴이 무겁다. 파주 출판도시를 지원하는 것처럼 중고서점 경영자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덧붙이는 글 | 책과 함께 머문 하루 북(스토어)스테이 체험수기



태그:#새한서점, #숲속 헌책방, #이금석, #단양군 적성면 현곡리, #영화 <내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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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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