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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은 죄수복인가?"
"학생은 입시 포로인가?"
"대한민국에서 검문 검색이 가장 자유로운 곳은 학교인가?"

경남교육연대가 거제, 거창, 김해, 남해, 밀양, 마산, 사천, 양산, 창원, 진주, 통영, 함안, 함양, 창녕, 합천 등 40개 중·고교의 학생생활규정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설명했다. 설명은 더 이어진다.

"휴대전화를 차라리 학생들에겐 팔지를 말든지."
"학생회도 교사를 위한 조직인가?"
"학생생활규정은 누가 만들고 누가 고치나?"

경남교육연대는 지난 7월부터 9월 사이 학생생활규정을 분석한 결과, 27일 '교육청에 갇혀 버린 인권친화적 학생생활규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교복부터 따져봤다. 이 단체는 "중고등학교 시절 6년은 학생들이 신체적으로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교복은 함께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교복에 대한 통제는 결국 학생의 신체에 대한 통제이다"라며 "패션 감각이라는 얘기는 아예 말도 못 꺼낸다. 우리사회는 과연 교복의 필요성이나 교육적 의미에 대해 충분한 숙의와 합의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함께 던져 본다"라고 평가했다.

사례를 보면 "남학생 교복 바지는 발목에서 교복을 접어 5cm 이상의 단을 유지해야 하고, 여학생 교복 치마의 길이는 무릎에서 최대 5cm까지로 한다"거나 "겨울철 등하교 시에는 방한용 외투의 착용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학교도 있었다.

학생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이 단체는 "학생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의 전쟁 포로 수준으로 통제하고 있다. 학생생활규정에 왜 이렇게 센티미터 단위가 많이 나오는 것일까?"라며 "학생들을 정말 입시라는 전장에 나서야 하는 군인이나 포로로 보는 게 아닌가 싶은 마음까지 든다. 10대의 사전(事典)에는 '개성'이라는 단어가 없다"라고 논평했다.

사례를 보면 "앞머리는 눈썹을 가리지 않으며 옆머리는 귀를 덮지 않고, 뒷머리는 셔츠 깃을 덮지 않는 단정한 스타일로 한다"거나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머리모양을 하지 않는다(닭 벼슬머리 등)", "머리띠는 검정, 갈색, 회색, 군청색을 허용하되, 너비가 1cm 이내이면서 광택이 나지 않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도 있다.

검문검색도 거론됐다. 이 단체는 "요즘은 거리에서도 함부로 검문검색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단 하나의 문장으로 검문검색에 해당하는 소지품 검사를 자유롭게 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어 "물론 사고의 예방은 중요하다. 하지만 사고 예방에서도 교육적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예방이라는 이름의 소지품 검사가 학생의 인격을 발가벗기는 만행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례를 보면 "월 1회 용의검사 및 소지품 검사를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수시로 검사한다"거나 "학생본인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교장 또는 교감의 입회하에 최소한의 범위에서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은 학교도 있다.

체벌은 완전히 사라졌을까? 이 단체는 "체벌이 사라졌지만 사라진 체벌에 대한 미련이 아직도 학생생활규정 곳곳에 남아 있었다"며 "그 흔적이 너무나 섬세해서 과연 이렇게 남은 체벌의 흔적이 학생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줄까 자못 궁금해지기도 한다"고 했다.

경남교육연대는 "체벌의 흔적이 학생을 위해 남은 것인지, 학교와 교사와 어른을 위해 남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휴대전화에 대해, 이 단체는 "사람 수보다 휴대전화의 수가 더 많은 시대다. 그런데 학교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휴대전화를 강제로 보관하는 곳이다"며 "휴대전화를 어떻게 의미 있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적 시도는 온데간데없다"고 했다.

이어 "휴대전화로 인한 문제가 아예 생겨나지 않도록 아주 꼼꼼한 휴대전화 관리 규정을 만들어 두었다. 휴대전화를 마치 흉기로 취급하는 것 같다"며 "정말 휴대전화가 흉기라면 학생들의 손에 휴대전화가 쥐어지지 않게 했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경상남도교육청.
 경상남도교육청.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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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는 학생 자치 조직 아니라 교사 역할 대신"

학생회는 어떤가. 이 단체는 "학생회를 학생의 자치 조직이 아니라 교사의 역할 대신해 주는 조직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학생회의 주인이 학생이라는 느낌조차 없는 학교도 있었다"고 했다.

또 이 단체는 "학생회를 만들기는 해야겠는데, 학생회가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고, 그래서 별 고민 없이 최대한 유명무실하게 학생회 규정을 만든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지금 학생회가 실제적으로 학교에서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학생생활규정 수정에 학생은 참여할까? 이에 대해, 경남교육연대는 "모든 규정은 그 규정의 정당성 못지않게 규정을 만들고 수정하는 주체가 중요하다"며 "학생생활규정이 학생을 위한 규정이라면 학생생활규정의 제정 및 개정 과정에서 학생이 최대한의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의 관련 규정은 어떻게 하면 학생의 역할을 최소화할까, 학생의 참여를 형식적으로 만들까를 본능적으로 고민해서 만들어진 듯하다"고 덧붙였다.

경남교육연대는 이번 분석 결과, "학생생활규정의 현실은 여전히 이것이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를 알 수 없는, 표준안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위에서 나열한 각종 법령의 이름만 들어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을 아무렇지 않게 위반하는 내용들이 너무나 많다"고 했다.

이들은 "학생들을 교육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교육의 대상으로, 아니 관리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규정들이 너무 많다는 말이다"며 "규정이라기보다는 잔소리라고 해야 할 것들도 많으며, 과연 이 규정들이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내용들도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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