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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은 공생, 순환의 가치로 지역사회를 만들어갑니다. 대전지역에도 수많은 협동조합이 다양한 사업과 방식으로 조합원의 권익 향상과 지역 사회 공헌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지원기관인 대전사회적경제연구원, 월간 토마토, 오마이뉴스의 공동 기획으로 대전지역 협동조합을 찾아갑니다. [편집자말]
대전화원협동조합은 2014 대전사회적경제박람회에 참여해 도시생활원예 체험학습을 진행했다.
▲ 도시생활원예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대전화원협동조합 대전화원협동조합은 2014 대전사회적경제박람회에 참여해 도시생활원예 체험학습을 진행했다.
ⓒ 대전화원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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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축하하거나 위로하고자 보낸 화환의 꽃이 재사용된 꽃이라면?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인한 폐해는 화훼 산업에도 팽배해 있다. 화환 재사용 문제뿐만 아니라 일부 체인의 독점 문제 등 개별 꽃집이 대응하기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전의 꽃집들이 힘을 합해 대전화원협동조 합을 만들었다. 대전화원협동조합은 화훼 산업의 부당한 구조를 바꾸며 더 나아가 바람직한 꽃 문화 정착에도 힘쓰고 있다.

모여서 함께 구조를 만들다

대전 서구 탄방동, 대전화원협동조합의 사무실이자 이들의 화환제작소가 있다. 대전화원협동조합이 결성된 때는 2013년이다. 당시 열여섯 명으로 시작한 조합은 현재 85명의 조합원이 있을 만큼 규모가 커졌다. 대전에서 꽃집을 운영하거나 꽃집을 운영하는데 거주지가 대전인 이들이 함께하는 사업자 협동조합이다.

이영록 이사장은 30여 년간 꽃집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직접 겪은 어려움을 바꿔 보고자 조합을 꾸렸다. 이영록 이 사장이 느낀 어려움 중 하나는 화환 재사용 문제였다. 많은 곳에서 꽃을 재사용해 화환을 만들다 보니, 새 꽃으로 화환을 만드는 업체는 가격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작은 꽃 집에서는 화환을 만들고 배달하는 게 어려워 화환 제작 및 배달을 외주화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재사용 문제가 발생했다. 대전화원협동조합 설립 이전에도 한국화원협회 등이 주축이 되어 문제를 제기하고 재사용 없는 화환을 만들어 왔다. 대전화원협동조합에서는 현재 화환제작소를 운영 중이다.

화환제작소는 조합원들에게 필요한 화환을 만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직접 꽃을 꽂아 가져가는 조합원도 있고 여력이 되지 않는 조합원은 조합 인트라넷을 통해 화환을 주문한다. 조합에서는 화환을 제작해 배송까지 완료하고 조합원은 그에 따른 비용을 치른다.

화환제작소에서 만든 화환에는 만든 꽃집의 이름이 쓰여 있다. 이른바 '화환실명제'를 운영한다. '이 화환은 꽃을 재사용하지 않고 새 꽃만을 이용하여 제작된 정품 화환임을 인증합니다'라는 문구가 함께 쓰여 있어 화환을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그 성의를 인정하게 된다.

꽃을 재사용하는 곳과 비교하면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지만, 대전화원협동조합이나 조합 꽃집을 통해 화환을 주문한 고객은 확연히 다른 품질에 만족한다. 또한, 조합의 화환을 본 사람들이 화환에 적힌 꽃집 이름을 보고 주문을 하는 등 새로운 고객 확보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화훼 농가에도 화환실명제가 도움이 된다. 화환 꽃을 재사용하면 화훼 농가의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니 화훼 농민들은 대전화원협동조합의 화환제작소 운영을 환영한다.

화환제작소 운영과 함께 조합에서 주력으로 하는 사업은 공동구매다. 개별 꽃집에서 필요한 부자재를 조합에서 공동으로 구매한다. 대량으로 보다 저렴하게 구매해 조합원들에게 낮은 가격에 공급한다. 줄어든 원가로 개별 꽃집은 그만큼의 이윤을 취할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도 그만한 서비스를 해 줄 수 있다.

교육 사업 또한 진행한다. 교육은 분기별로 한 번씩 진행하는데, 조합원을 대상으로 트렌드, 마케팅 등을 주제로 강의를 구성한다.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는 만큼 새로운 트렌드의 습득은 필수적인데 조합원 혼자 관련 교육을 받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조합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꽃이 함께하는 삶'을 꿈꾸며

이영록 이사장이 대전화원협동조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인터뷰 중인 대전화원협동조합 이영록 이사장 이영록 이사장이 대전화원협동조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대전화원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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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배달을 할 때 전국 배달 체인을 이용하게 되는데 체인에서 수수료, 광고비, 서버비 등을 불합리하게 떼어 꽃집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굳이 체인을 통할 필요 없이 우리끼리 뭉쳐서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이영록 이사장은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 또한 고민하고 있다. 별도의 중개업체를 통하지 않고 전국의 화원협동조합 연합회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국 꽃 배달 서비스를 만들고자 계획하며 현재도 실행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에 한국화원협 동조합연합회 인가를 받았고 전국 각지에서 조합이 설립되고 있다.

대전화원협동조합은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하러 올 정도로 조합 이 추구하는 가치를 사업을 통해 충실히 펼치고 있다. 또한, 조합 수익 의 잉여금은 조합원 개개인에게 배당해 조합원과의 상생과 실익 증진을 위해 힘쓴다.

대전이라는 지역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만큼 지역과의 상생 또한 고민한다. 연말에 양로원에 방문해 꽃과 함께 선물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관보 만들기를 통한 기부 시스템도 고민하고 있다. 장례식장에서 버려지는 꽃을 이용해 관 위를 장식하는 관보를 만들어 그 수익을 대표 상주의 이름으로 사 회에 기부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이영록 이사장은 대전화원협동 조합이 화훼 산업 내부의 부조리한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바람직한 꽃 문화를 만드는 데까지 제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한다. 지나치게 소비 중심적인 문화에서 '삶과 함께하 는 문화'로의 전환이다.

"장기적으로 꽃은 선물이 아닌 생활화하는 것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화환만 하더라도 쓰임을 다하면 버려지기 마련이잖아요. 우리나라는 과시하고 크기가 큰 것을 좋아하니까 주로 3단 화환을 쓰는데요. 이 대신 꽃바구니 화환을 사용하면 행사가 끝나고 바구니만 빼서 집이나 사무실에 둘 수도 있어요. 이렇게 신상품을 개발하면서 꽃 문화를 바꾸는 것이 우리의 꿈입니다. 저희가 화환실명제를 실시하면서 대전 지역의 꽃 문화가 서서히 바뀌고 있어요. 저희 꽃이 앞서가니까 다른 데 서도 섣불리 꽃을 재사용하지 못하죠. 많은 사람의 힘으로 이렇게 하나씩 바꿔 나가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월간토마토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그:#대전화원협동조합, #협동조합, #화환실명제, #화환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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