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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인 대수산봉 일대에서 바라본 성산읍의 전경. 오른편에 성산일출봉이 눈에 띈다.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인 대수산봉 일대에서 바라본 성산읍의 전경. 오른편에 성산일출봉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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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제2공항 사업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한때 70%에 달했던 사업 추진 지지 의견이 관광객 포화와 난개발 등 여러 부작용의 여파로 수그러들고 있는 반면, 사업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주 지역 1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 행동(이하 도민행동)'은 27일 제2공항 사업 추진과 관련한 도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데일리리서치(대표 김종호)에 의뢰해 지난 2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9세 이상 도민 1천명으로 대상으로 ARS 무작위(RDD)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선, 제주 지역 공항시설 확충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9.3%는 필요하다고 답했고, 41.1%는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나머지 9.6%는 잘 모르겠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50대 이상 응답자의 경우 60% 가까이가 공항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40대 이하에서는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4~5%가량 앞지르는 결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공항시설 확충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 <제공=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 행동>
 공항시설 확충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 <제공=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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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시설 확충 대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분의 1인 33.6%가 현재의 제주공항을 확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성산읍에 제2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응답은 24.4%로 나타났으며, 대한항공이 서귀포시 표선면에 보유한 정석비행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20.8%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정부와 제주도정의 일방적인 사업추진 과정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2공항 계획이 지역주민과 충분히 소통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 추진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50% 이상이 잘 되고 있지 않거나 전혀 안 되고 있다고 답했다. 잘 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3.5%에 불과했다.

제2공항 추진 반대 의견이 급증한 배경에 대해 도민행동은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즉, 과잉관광에 대한 반감이 유럽의 유명 관광지뿐 아니라 제주도민 사회에서도 서서히 나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며 "공항 건설로 인한 영향을 더 많이, 더 오래 동안 받을 수밖에 없는 미래세대인 20-30대와 40대 도민들은 공항인프라 확충이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이 더 많아 눈길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제2공항 추진의 절차적 정당성 여부를 묻는 질문 <제공=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 행동>
 제2공항 추진의 절차적 정당성 여부를 묻는 질문 <제공=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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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여러 제주 도정은 공항 인프라 확충을 위한 연구용역과 도민 공감대 형성에 나섰으나 격렬한 찬반 논쟁 등으로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원희룡 제주지사 취임 이듬해인 지난 2015년 11월 10일 국토교통부가 수행한 공항 인프라 확충 용역 결과 보고회에서 용역진이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를 후보지로 제2공항 사업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제주도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용역보고회가 종료되자마자 도지사와 도의회의장이 담화문을 발표하고, 바로 긴급 반상회를 소집해 제2공항 추진의 당위성을 도민들에게 설명하고 나섰다. 제2공항 추진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곳곳에서 나부낀 것은 물론, 제2공항과 무관한 제주도 산하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제2공항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해 여론몰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업 예정부지 인근에는 부동산 중개소 등이 속속 들어섰다.

하지만 이내 용역보고서에 대한 부실 의혹이 제기됐으며, 공군이 남부탐색구조부대 예정부지로 제주 제2공항 부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반대 목소리가 서서히 힘을 받기 시작했다.

제주 제2공항 추진이 발표된 직후 성산읍 일대에 새로 생겨난 부동산 중개업소들
 제주 제2공항 추진이 발표된 직후 성산읍 일대에 새로 생겨난 부동산 중개업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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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산읍을 후보지로 채택했다는 용역진의 설명과는 달리 활주로의 방향을 조금만 바꿀 경우 오름 10개 가량을 깎아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제2공항 무용론이 확산됐다.

도민행동은 "원 지사는 지난 언론 인터뷰에서 제2공항계획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면 안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며 "이번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도민들의 여론에 귀를 열어 일방적인 제2공항 사업계획 추진절차를 당장 멈추고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의 요구에 구체적인 답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번 조사 대상은 2017년 8월 기준 행정안전부에 등록된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라 성과 연령, 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으며,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3.1%p이다. 문항 등 구체적인 설문조사 결과는 제주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http://jeju.ekfem.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태그:#제주, #제2공항, #제주공항, #원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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