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에서 전망 좋은 미술관을 꼽으라면 자하미술관을 뺄 수 없다. 종로구 부암동, 산 중턱에 있어서 접근성은 좀 떨어진다. 하지만 미술관 2층 마당에서 보는 인왕산 풍광은 숨통이 탁 뚫리면서 보상 받는 느낌이다. 자연 풍광과는 사뭇 대비되는 작품들이 전시장에 걸려 있다. 

부산 지역 작가로서 전국 미술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보기 드문 여성작가다. 방정아 작가는 여성으로서 겪는 일상과 사건을 독보적인 감성과 유머로 담고 있다. 시대의 정서를 특유의 필치와 형식으로 거미 실타래 같이 꾸준이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서 겪은 4대강 사태, 고리 원자력발전소, 국정농단 등 정치, 사회 불안과 한탄을 마치 '영화의 한 컷'처럼 연출하여 담고 있다.

방정아 개인전 출품작_캔버스에아크릴 채색_193.9x390.9cm_2017
▲ 군중헤엄 방정아 개인전 출품작_캔버스에아크릴 채색_193.9x390.9cm_2017
ⓒ 방정아

관련사진보기


시선을 끄는 작품은 단연 <군중 헤엄>이다. 수많은 인간 군상이 벌거벗은 모습으로 헤엄친다.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군상이 있는 곳은 탁하고 흐리다. 군중들이 집단헤엄으로 물을 흐려 놓았는지, 아니면 딴 놈이 물을 흐려 놓았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현재 있는 곳은 회색빛 흙탕물이요, 이들이 필사적으로 헤엄쳐 나가려는 곳은 맑고 푸른 물이다. 묵시적인 현실이다. 방정아표 리얼리즘은 대상의 재현에 머물지 않고 정의의 문제를 재미있게 담고 있다. '재미'란 '아름다움이 있다'는 거고, 인문학적 '알음'이 바탕이 된다.

다음은 지난 6일 개막일, 방정아 작가와 나눈 대화다.

<꽉, 펑, 헥>

- 쪼이고, 터지고, 숨찬 느낌! 제목이 예술이다.
"<지금, 여기>에 대한 솔직한 느낌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테니, 주관적 느낌이다. 어쨌든, 긴장감으로 꽉 죄는 느낌이고, 그래서 또 위험하다. 그러면서도 또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어가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방정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30.3cm_2017
▲ 꽉 방정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30.3cm_2017
ⓒ 방정아

관련사진보기


통계적으로만 봤을때는 '뜻밖으로 현재가 과거에 비해서 전쟁, 질병, 재난으로 죽거나 다치거나 또다른 물리적 피해 등이 증가한 건 아니라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말한다. 그러니까 우리 세계인들은 역사상 항상 꾸준히 인간 본성이 손상될 정도의 극한 위협받으며 살아 오면서도 변화 발전해 왔지 않았나 싶다.

물론 <꽉 펑 헥> 자체는 위협적이고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혼란 두려움에 찬 현실에 바둥거릴 때는 현재가 가장 지독하게 느껴진다. 나도 자주 잘 이 늪에 빠져 바둥거리다가 또 핵헥거리며 어찌어찌 빠져나온다."

방정아_종이에 오일파스텔_146x3105cm_2017
▲ 마그네슘 결핍 방정아_종이에 오일파스텔_146x3105cm_2017
ⓒ 방정아

관련사진보기


- <마그네슘 결핍> 같은 작품은 크레파스 같은데도 상당히 밀도 깊은 작품으로 보인다.
"20년 가까이 아크릴물감 가득 묻은 붓을 행구며 수채 구멍에 부을 때마다 양심이 찔렸다. 어느날 작업실 구석에 크레파스가 엄청 많이 있는 걸 보았다. 이 작업실로 이사 오기 전에 어린이 미술 학원이었는데 두고 가 버려진 것들이다.

버리기 아까워서 끄적거리다가 크게 그려 봤고 아무리 그려도 크레파스는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오기 섞인 마음으로 '크레파스 없애기 대작전'에 들어갔는데, 어느새 아크릴 물감작업은 저쪽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다. 물론 지금도 아크릴 물감을 쓰지만 예전보다는 붓 씻은 물을 덜 버리게 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방정아_종이에 오일파스텔_145.5×112.1cm_2017
▲ 녹아 내리는 방정아_종이에 오일파스텔_145.5×112.1cm_2017
ⓒ 방정아

관련사진보기


25일 오후 5시, 방정아 작가와 대화

- 작품마다 제작 동기가 있을거 같고, 25일 오후 5시 방정아 작가와 대화가 기대된다.
"그날 관객들과 함께 작품을 둘러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작년에 원전 답사를 하고 모임으로 발전된 핵몽 팀과의 이야기, 먹거리, 창작 일기를 소개할까 한다. 탐욕과 무지와 잘못된 확신, 이로 인해 벌어진 원전 문제, 4대강 문제, 인간 본성의 위험성과 절제들을 나의 일상과 연관시켜 들려줄 생각이다."

방정아 개인전 포스터
 방정아 개인전 포스터
ⓒ 방정아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방정아 작가와 대화> 10월 25일 오후 5시



태그:#방정아, #꽉펑헥, #자하미술관, #박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