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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잘 살고 있을까? 정말로 잘 살고 있는 걸까? 김은숙, 엄순미, 장순일 세 작가가 뭉쳐 오는 12일까지 파주시 숲속노을로 256 교하도서관 3층에서 지난해에 이어 <잘 살고 있니!!> 전을 개최한다.

무엇이 행복한 삶인가라는 화두는 나에서 우리로의 생명 존중의 가치 있는 삶. 나에서 우리로의 변화와 공감하며 더불어 사는 삶으로 이어져가야 함을 이야기 합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냥 막 그리며 이야기 합니다.

잘 살고 있냐고…
잘 살아 왔다고…
잘 살고 있다고…
- <잘 살고 있니!!>를 준비하면서

 숲(304그루 중첩).  김은숙.  천에 아크릴.  150 x 120cm.  2017
 숲(304그루 중첩). 김은숙. 천에 아크릴. 150 x 120cm. 2017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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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고 황금자 할머니 1주기 때의 활동을 계기로 뭉치게 되었다는 세 작가. 미술 작업의 방식이나 관심 분야는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현재 민족미술인협회(회장 이종헌)에서 꾸준히 활동을 하면서 서로를 북돋워주고, 지켜봐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좋은 동행자라고 했다.

먼저 김은숙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세월호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같이 하면서 활동해 온 김은숙 작가는 유난히 눈망울이 크다. 힘이 있다. 눈을 깜빡이지 않으면 무엇이든 뚫어버릴 듯하다.

"올 봄부터 304그루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바를 正자를 써 가며, 한 그루 한 그루에 집중하다가 구명조끼를 서로 묶은 친구들을 떠올리며 두 그루 나무로 엮어주고, 미수습자 은화와 다윤이를 찾고, 그래도 찾았다는 감사함에 기쁨의 이별식을 한 후로는 바람도, 비도, 하얀 눈도 되어 세상으로 오는 듯 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마무리를 할 때 쯤에는 많은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었어요. 물론 마음의 부담을 던다는 게 잊힌다는 게 아니고, 더욱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실천할 수 있는 새 힘을 얻게 된 거죠."

 나무(자화상).  김은숙.  천에 아크릴. 165 X 206cm. 2017
 나무(자화상). 김은숙. 천에 아크릴. 165 X 206cm. 2017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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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순미 작가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청첩장을 만드는 회사를 다니는데, 구겨지거나 잉크가 묻은 봉투가 버려지는 것을 보고 어느 날, 그것들이 아까워 화판으로 생각하고 작은 드라이버를 이용해 밑그림을 그리고, 색연필로 채색했다고 한다.

 열흘간의 실어증.  엄순미.  종이봉투, 색연필 믹스.  21 X 19.5cm
 열흘간의 실어증. 엄순미. 종이봉투, 색연필 믹스. 21 X 19.5cm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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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거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어떤 순간에 아, 저 느낌! 하고 올 때가 있어요. 그럼 작은 드라이버로 밑그림을 그리고 시간이 날 때 채색을 하는데, 다 해놓고 보면 어떤 때는 첫 느낌 그대로 나올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채색을 하면서 느낌이 더해지거나 들어내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처음 드로잉 할 때 마음에 채색할 때의 마음이 보태지면서 묘하게 만나는 지점에서 인물이 나오게 되죠. 예술이, 그림이라는 게 생활과 동떨어진 게 아니고 삶 속에 있는 거더라구요. 그때그때 그 마음을 잡아채는 거죠."

 타인을 견디는 것과 외로움을 견디는 것 중 어느 것이더 힘들까.  엄순미.  종이봉투, 색연필 믹스.  21 x 19.5cm
 타인을 견디는 것과 외로움을 견디는 것 중 어느 것이더 힘들까. 엄순미. 종이봉투, 색연필 믹스. 21 x 19.5cm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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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순미 작가는 오는 20일 광화문 광화랑에서 <윤회의 강>이라는 주제로 개인 전시회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그녀의 손을 통해 윤회를 탄생되는 윤회는 다시 어떤 의미를 얻게 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장순일 작가는 보리출판사 식물도감 중 나물 감자 등 먹는 것들을 세밀화로 표현한 작업에 참여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생활을 하다보면 폐기물들이 생겨나요. 저는 그것들을 보면서 새로이 활용해보고 싶었어요. 이번 작품들은 5, 6년 전 동네 엄마들과 함께 공방을 만들어 바느질을 하면서 해온 연장선상에 있어요. 바느질은 노동이죠. 만들어진 것만 쓰는 게 아니라 내가 주체가 되어 뭔가 만든다는 것, 아이들도 할 수 있는 창조 작업이라 무척 좋았어요. 파주 출판단지 카페에서 일년 동안 아이들과 바느질 수업을 하면서의 경험들을 모아 <직녀와 목화의 바느질 공방>(고인돌출판사) 책을 내었어요. 그 책이 좋았던지 지난해 출판진흥원에서 제작지원비도 지원받았죠."

 좌: 생...구름에 달 가듯.  장순일.  패브릭(혼합재료). 43 x 183 cm
 좌: 생...구름에 달 가듯. 장순일. 패브릭(혼합재료). 43 x 183 cm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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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일 작가가 이웃들로부터 못쓰게 된 양말을 받아 만들었다는 물고기들을 본다. 아이들 발에 묻었을 땀 냄새, 그들의 성장의 흔적들이 물고기가 되어 넓은 바다로 꼬리를 흔들며 나아가고 있다.

예술이라는 게 무엇일까? 무엇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걸까? 전시장을 돌아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울컥해지기도 하고, 만져보고 싶기도 한 작품들을 보면서 "소더비 경매 최고 낙찰가의 작품" 못지않음을 느낀다.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고, 자본에 끌려가지 않으면서, 내가 주체가 되는 노동, 존중 받는 노동의 창조 작업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예술. 아, 올 겨울에는 나도 예술 한 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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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