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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의 한국씨티은행 지점 모습(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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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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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아래 씨티은행)에서 복사·서류배달 등 단순업무만 해야 하는 굴욕적 부당인사를 당한 부장급 직원이 최소 10명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부당발령에 반기를 든 한 직원이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는데 이같은 고통받는 다른 간부급 직원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씨티은행은 부당인사로 비슷한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인사규정을 몰래 바꿔 부당 발령을 계속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도 씨티은행은 내부 인사규정을 노동조합 동의 없이 변경하고 부당발령을 해 오다 김아무개씨(가명)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에 씨티은행 관계자는 "항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항소하겠다는 씨티은행... "부당 처지 노동자 최소 10명 넘어"

김씨의 소송대리인인 노주희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변호사는 2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씨티은행 입장에선 재판부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아 있는 다른 직원들에게도 정당한 발령을 다시 해 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노 변호사는 "1~2급 직원 중 이런 (부당발령)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며 "최소 10명은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티은행에선 본부장, 지역본부장, 부장, 팀장 등 조직단위의 장에 대해 1~2급의 직급을 부여하고 이에 맞는 업무를 맡겨 왔다. 그런데 이 가운데 일부는 심사역 등 3~4급 신입직원이나 계약직 직원들의 업무인 단순 복사·스캔, 서류배달, 전화영업 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비슷한 상황에 놓인 직원이 10명이 넘는가'라고 묻자, 김씨도 "그렇다"며 "지금 당장 누구 누구라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앞서 씨티은행이 과거에도 이런 전직발령을 인정했다는 것이 노 변호사의 설명이다. 노 변호사는 "지난 2004~2007년 동안 1급 직원 중 심사역 등을 수행한 직원이 매년 5~7명 정도 있었다고 은행이 주장했다"고 말했다. 또 "2급 직원 중에서도 이런 업무를 수행한 직원이 매년 10~47명 정도 있었다고 한다"고 노 변호사는 덧붙였다.

과거에는 매년 40여명 부당 전직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과거 씨티은행이 과반수 노동자 동의 없이 인사규정을 변경한 것은 무효이며 이에 따른 인사발령도 무효라고 판결했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과거 씨티은행이 과반수 노동자 동의 없이 인사규정을 변경한 것은 무효이며 이에 따른 인사발령도 무효라고 판결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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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장 역할을 해야 하는 직원 중 일부에겐 굴욕적으로 단순업무만 맡겼다는 것이다. 회사쪽의 이같은 설명은 마치 이런 조치가 은행의 관행이었음을 알리려고 했던 것으로 노 변호사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이는 회사 스스로 인사규정을 지키지 않고 부당한 전직명령을 했다는 자백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최근 회사를 상대로 승소한 김씨의 판결문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 2007년 10월 18일 사내 인사규정 가운데 '직급별 직위대응표'를 임의로 변경했다. '직급에 맞는 직위를 표에 따라 부여해야 한다'는 조항을 바꾸는 대신 표 내용을 바꾼 것.

이에 따라 은행은 1급 직원도 3급 이하인 심사역, 조사역 등 직위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노 변호사는 "사실상 징계나 다름없는 후선 배치를 허용해 해당 직원에게 각종 불이익을 감당하게 한 것으로,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재판부도 동의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노동자에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동의 없이 변경한 것은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씨티은행이 근로기준법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건에서 졌던 씨티은행...이후 인사규정 마음대로 바꿔

이와 관련해 씨티은행은 "당시 인사규정 변경은 단순 오기사항을 정정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 인사규정 표를 만들 때 실수를 했는데 이를 돌려놓은 것뿐이었다는 것이다. 부장급 직원 중 일부는 단순 업무만 수행하도록 표를 바꾸면서 이러한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에 휘말렸던 씨티은행은 당시에도 패소했다. 지난 2007년 7월 16일 1급 노동자 최아무개(가명)씨가 기업금융심사역으로 발령 받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아래 지노위)에 부당함을 호소했었다.

당시 씨티은행은 "1~2급의 경우 심사역 등 직위가 규정돼 있지 않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후 같은 해 10월 9일 지노위는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고, 은행은 10월 18일 인사규정 표를 마음대로 바꾼 뒤 10년 동안 이를 유지했다.

이에 대해 노 변호사는 "10년 전 일이니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이후 씨티은행이 고참 직원들을 쫓아내고 싶은 마음에 (이를 이용해) 모욕적 인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직원들도 부당 전직에 대해 본인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며 "(이번 소송이) 다른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현재 10여 명의 직원이 부당한 업무를 부여 받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씨티은행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상급법원의 보다 명확한 법적 판단을 받고자 항소를 제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태그:#씨티은행, #부당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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