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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로드 A코스의 절경 중 하나인 해맞이공원과 창포말등대.
 블루로드 A코스의 절경 중 하나인 해맞이공원과 창포말등대.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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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광을 이전에 본 적이 있었던가? 창포말등대 아래 서서 바다를 내려다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마치 수만 개의 사파이어와 에메랄드를 빠뜨려놓은 듯 짙푸르게 빛나는 경상북도 영덕의 바다. 물빛 곱기로 이름 높은 태국의 안다만과 이탈리아와 발칸반도 사이 아드리아해(海)도 이처럼 맑고 투명하게 아름답진 않았다.

고개를 돌리니 야트막한 산 위에 거대한 바람개비 모양의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이국적인 동시에 매력적인 형상이었다.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가는 계절. 영덕의 바다와 산이 선사하는 풍경은 19세기 프랑스의 발레리나처럼 관광객을 매혹하고 있었다.

이렇듯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21세기형 문화관광자원으로 개발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영덕군은 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영덕대게 공원에서 시작해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64.6km의 '블루로드'를 만들었다.

 블루로드를 걷는다면 이처럼 아름다운 바다를 수시로 만날 수 있다.
 블루로드를 걷는다면 이처럼 아름다운 바다를 수시로 만날 수 있다.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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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해안선, 바닷가의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는 소나무 숲, 잘 정제된 설탕처럼 새하얀 모래밭, 어촌 특유의 풍경이 살아있는 조그만 항구, 깎아지른 해안절벽과 갖가지 형상을 한 기암괴석, 그리고 이제는 영덕의 자랑이자 상징으로 자리한 영덕대게의 모형까지.

블루로드에선 이 모든 것들과 웃음 가득한 얼굴로 만날 수 있다. 동해의 멋과 영덕의 맛을 함께 즐기는 '문화·웰빙 탐방로'가 바로 블루로드다.

나이 든 사람들에겐 깨끗한 바다의 기억을 돌려주고, 애정이 식어가는 연인에겐 낭만을 선물하며, 아이들에겐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푸른 길'. 그렇다. 블루로드는 남녀노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이다.

4개의 코스마다 각각의 매력을 지닌 블루로드를 천천히 걸으며 외롭거나 서글플 때 읽고 낭송함으로써 삶을 위로받았던 바다와 관련된 시 4편을 떠올렸다.

 블루로드를 걷다보면 독특한 풍광의 풍력발전단지도 보게 된다.
 블루로드를 걷다보면 독특한 풍광의 풍력발전단지도 보게 된다.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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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푸른 바다가 여행자를 맞이하는 영덕 강구항.
 짙푸른 바다가 여행자를 맞이하는 영덕 강구항.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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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바람의 길'로 불리는 A 코스

물결, 불꽃의 물결 늘 움직여
왜 자꾸만 나를 살고 싶게 하는지
왜 이리도 목마르게 하는지...
- 나희덕 시 '바다' 중 일부.

강구터미널에서 시작해 금진구름다리와 고굴봉, 풍력발전단지를 거쳐 해맞이공원에 이르는 블루로드 A 코스에선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다. 좋은 기운을 뿜어내는 울창한 소나무 숲 가운데 다리를 뻗고 앉으면 평소 고민했던 세상사 시름들이 하나둘 사라져 없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갈증과 열망 없이 살아가는 인간이 어디 있으랴. 누구도 아픔과 고통 하나씩은 안고 있는 게 사람이다. 블루로드 A 코스에서 만나는 조용한 포구 강구항의 풍경은 바로 그 사람살이의 힘겨움을 따스하게 위로해준다.

풍력발전단지에 이르기 전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을 둘러보고, 창포 족욕 체험장에서 따스한 물에 발을 담그면 어느덧 차가웠던 마음이 부드럽게 가라앉을 것이다. 그렇다. 때로 아름다운 풍경은 사람을 '살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블루로드 B코스에선 죽도산과 만날 수 있다.
 블루로드 B코스에선 죽도산과 만날 수 있다.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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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대게의 길'로 명명된 B 코스

나의 약점까지도 이해하는
오래된 친구처럼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더 넓어지라고 하네
사소한 일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더 맑게, 크게
웃으라고 하네.
- 이해인 시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중 일부.

블루로드 A 코스의 종착지인 해맞이공원을 출발해 대탄항과 대게원조마을, 죽도산과 축산항을 지나 남씨 발상지에서 끝을 맺는 B 코스는 말 그대로 '하늘과 산, 바다와 인간이 함께 걷는 길'이다. 15.5km로 대략 4~5시간 정도면 완주가 가능하다.

B 코스는 블루로드 중 바다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영덕군청 관계자는 B 코스를 "동해안 최고의 길이자, 영덕 곳곳에 숨어있는 비경을 만날 수 있는 길"이라며 "우리나라 최고의 해안 도보 여행길이라 해도 손색없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해맞이공원에서 보는 바다는 초가을 햇살 아래 휘황하게 반짝였고, 석리 바닷길의 절경은 사람의 마음을 절로 들뜨게 만들었다. 죽도산 블루로드 다리를 건너는 재미와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아찔한 즐거움까지 갖춘 B 코스의 매력은 직접 보지 않고서는 설명이 쉽지 않다.

 고래불해수욕장은 블루로드 C코스에서 볼 수 있다.
 고래불해수욕장은 블루로드 C코스에서 볼 수 있다.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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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파란 물결이 아름답게 부서지는 블루로드 해상산책로.
 새파란 물결이 아름답게 부서지는 블루로드 해상산책로.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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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 사색의 길'이라 부르는 C 코스

저문 유월의 바닷가에선
조개도 울을 저녁
소라방등이 붉으레한 마당에
김 냄새 나는 비가 나렸다.
- 백석 시 '통영(統營) 1' 중 일부.

고려 후기의 명망 높았던 학자 목은 이색(1328∼1396)이 산책했던 길로 추정되는 블루로드 C 코스는 우거진 숲속을 걷는 여유로움과 일렁이는 바다의 역동성이 함께 하는 길이다. 흘러내린 땀을 훔치는 산길의 끝에는 '목은 이색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시인과 학자란 세상을 향한 예민한 촉수를 가진 사람들. 목은은 경북 영덕의 바다를, 백석은 경남 통영의 바다를 사랑했다. 여기서 '학자' 이색과 '시인' 백석의 삶을 떠올려보는 것은 블루로드를 찾아온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톡톡함 체험이다.

C 코스에선 대소산 봉수대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기가 막힌다. 또, 한국 전통 기와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괴시리 전통마을을 보는 즐거움을 놓친다면 아쉽다. 여기에 덕천해수욕장의 소나무 숲길과 고래불해수욕장의 광대하고 처연한 서정을 맛보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옛 숨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괴시리 전통마을.
 옛 숨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괴시리 전통마을.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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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덕대게를 형상화한 커다란 모형이 설치된 대게누리공원.
 영덕대게를 형상화한 커다란 모형이 설치된 대게누리공원.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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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덕대게축제’ 기간 중 블루로드를 찾아온 관광객들.
 ‘영덕대게축제’ 기간 중 블루로드를 찾아온 관광객들.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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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파도의 길'을 상상한다면 D 코스

차라리 눈을 감자
눈을 감으면 보일 거다
떠나간 사람이 와 있는 것처럼 보일 거다
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 거다
밤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닳지 않는 진주로 살 거다.
- 이생진 시 '그리운 바다 성산포 1' 중 일부.

무엇이 그리워 시인은 남쪽 끝 바다로 가서 '그림자' 또는, '진주'처럼 살고 싶었을까? 이생진의 시가 먼 섬 제주를 향한 그리움을 안타까이 노래하고 있다면, 블루로드의 남쪽 출발점인 D 코스는 청옥 빛 영덕 바다의 밑 모를 정한(情恨)을 읊고 있는 길이다. 푸르고, 시리고, 또한 정갈한 동해.

'영덕 해상산책로'는 삼사해상공원의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투명한 창으로 만들어진 산책로 아래 보이는 바다는 잊었던 소년 시절의 꿈을 돌려준다. 뿐이랴. 어촌민속전시관을 돌아보며 옛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아이의 눈동자는 별처럼 빛난다.

대게누리공원에서 만나는 대게 모형을 본 아이가 "이제 진짜 영덕대게를 먹으러가요"라고 칭얼댄다. "그래, 블루로드를 다 돌아봤으니 이제 영덕의 진미를 맛보러 가야겠지." 아이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얼굴이 웃음으로 환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신문>에 게재된 내용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등의 저자. 경북매일 기자.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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