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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자 지영복씨와 어머님 탁삼례씨
 효자 지영복씨와 어머님 탁삼례씨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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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엔 어머님 모시고 바닷가나 다녀올까 하는데, 차만 타면 너무 피곤해하시니 걱정입니다."

추석연휴, 특별한 계획이라도 잡았냐는 질문에 지영복씨(54)는 어머님(탁삼례씨, 84) 이야기부터 꺼냈다.

지씨는 소문난 효자다. 군부대 아파트 관리원인 그와 점심이나 저녁을 같이했다는 사람이 없다. 식사 시간엔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와 어머님 밥부터 챙겨 드려야 했다니 그럴 만하다.

지씨 어머님은 10여 년 전부터 치매를 앓기 시작했다. 유명하다는 병원을 찾아다녀도 차도가 없었단다. 지씨는 인근 산세(山勢)에 밝다. 치매에 좋다는 약초를 찾아 안 가본 산이 없기 때문이다.

매일 어머님 목욕을 시켜 드리는 것도 지씨몫이다. 어머님은 유독 아들만을 찾았다. 지씨는 늘 안방을 비워두고 거실에서 잔다. 어머님이 습관처럼 밤 12시와 새벽 3시에 화장실을 가기 때문이다. 행여 넘어질세라 모시고 다녀와야 안심이 된단다.

외출할 땐 바구니에 강낭콩이나 고구마 줄기를 담아 놓는다. 그걸 본 어머님은 콩을 까기도 하고 고구마 줄기를 다듬으신다. 움직여야 하는데, 가만히 계시는 어머님을 위한 지씨의 특별 배려다.

 옛날엔 지게는 유일한 물품 운송수단이었다.
 옛날엔 지게는 유일한 물품 운송수단이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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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가 생각나요."

어릴 적 추석명절에 얽힌 추억을 묻자 지씨는 느닷없이 지게를 말했다. 추석을 앞둔 초등학교 6학년 시절 학교를 파한 지씨는 내일이 추석이란 마음에 들떠 대문을 열었다. 명절이니 부모님이 새 옷과 새 고무신을 사 오셨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웬걸, 지게가 하나 떡하니 놓여 있더란다. 이어 하신 아버님 말씀.

"몇 달 있으면 졸업인데, 중학교 갈 생각은 꿈조차 꾸지 마라! 장남은 아버지를 대신해 돈 벌어 동생들 교육시켜야 한데이..."  

아버님께서 지씨에게 지게를 선물한 건 추석 때 배추를 뽑는 농가에 가서 돈도 벌어오고, 초등학교 졸업 후 매일 땔나무를 해오란 의미였다.  

운명이라 여겼다. 그나마 부모님이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초등학교라도 보내 주셨으니 그보다 더 고마운 일이 어디 있었겠냐는 것이 지씨 말이다.

가족과 함께해 명절입니다

"쇠고기를 사 드리려고 해요."

지씨는 치매를 앓고 계신 어머님 얼굴을 뵐 때마다 안쓰러웠다. 사실 그렇지도 않은데 자꾸 어머님이 야위어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원기 회복을 위해 이번 추석엔 어머님께 쇠고기를 사 드릴 계획이라고 했다.

또 직장 다니느라 같이 있지 못했던 시간만큼 집에서 말벗을 해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설렘이 앞선다고 했다. 

"솔잎을 따 송편도 해 드려야죠."

어머님은 솔잎을 넣어 찐 송편을 유독 좋아하셨다. 몇 평 되지 않은 자신의 산에 소나무를 심을 건 순전히 어머님을 위한 일이었단다.

인터뷰 내내 가슴을 짠하게 만든 지씨 효심. 작고하신 내 어머님 생전, 지씨의 10분의 일이라도 했었던가 하는 후회. 그를 통해 다시 한번 어머님을 떠올렸다.
 
언론에선 매년 명절연휴면 외국여행 떠나는 공항 풍경을 조명한다. 지씨는 부모님을 동반한 장면을 본다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금년 추석연휴는 예년에 비해 길다. 무려 10일이다. 명절은 가족과 함께할 수 있어 좋은 날임을 지씨에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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