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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아이가 없다. 신혼도 아니고, 나이도 적지 않다 보니, 한동안 많은 질문과 강요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제는 그 압박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되었지만, 사람들의 성향이 최근 들어 급격히 변했을 리는 없다. 늘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진 않으니 그 질문을 받는 주기가 뜸해졌다 뿐이고, 또 내가 그 질문들에 적당히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는 몇이예요? 없어요? 언제 낳게요? 늦었어요!"

이렇게 흘러가는 질문과 은근한 압박들. 기껏 조심스러운 사람들이라고 해봐야 슬그머니 다가와 이렇게 묻는다.

"'아직' 없는 거예요? 아님 안 가질 생각이에요? 무슨 이유가 있어요?"

대한민국에서 아이 없는 부부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인 것만은 확실하다. '아직' 그럴 뿐인지, 영원히 이럴지는 모르겠다만. 나처럼 아이가 없든, 딱 한 명의 아이가 있든, 혹은 늦은(?) 나이까지 미혼이든 간에, 한국에서 이런 저런 질문을 받고 사는 것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카이 준코의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괜찮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듯하다.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책표지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책표지
ⓒ 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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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행정자치부가 지역별 가임기 여성 수를 나타내는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만들어 온 국민을 기함하게 한 바 있는데, 가까운 일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책에 의하면, 후생노동대신을 맡았던 야나기사와 하쿠오씨가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라며 망언을 하고, NHK 경영위원이기도 했던 한 여성대학교수가 "역시 여자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남자는 밖에서 일하는 편이 합리적입니다"라는 발언했단다.

다들 나라의 부국강병을 위하여 저조한 출산률을 걱정하는 것 같은데, 어쩌나. 아무리 봐도 방법이 틀린 듯하다. 그 말을 듣고 분연히 일어나 출산을 결심하는 여성이 과연 있을지. 오히려 그런 정형화된 굴레와 압박이 힘겨워 관습화된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것은 아닐까.

이 와중에 출간된, 게다가 미혼에, 출산도 해 본 적 없는 40대 중반의 여성 작가가 쓴 책이니(게다가 제목도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다), 아이를 갖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다고 주장하는 게 아닐까 예상한다면 '일단은' 틀렸다고 말해야겠다. 작가는 아이가 없냐는 질문, 아이 하나를 더 낳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들까지도 유효하다고 말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압력은 기혼자를 진절머리가 나게 하죠. 하지만 그런 외압이 없어질 경우 일본의 출산율이 어디까지 내려갈까를 생각하면, 아이가 있어야 한다는 압력은 의외로 중요한 '의견'일지도 모릅니다."

뿐인가. 저자는 조카에게 사촌을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미안해하고, 훗날 장래를 "조카의 그 가녀린 팔"에 맡겨야 하는 사태가 올까 봐 걱정하기도 한다. 아베 내각이 "희망출산율 1.8명"이라는 목표에 대해서는, ""저도 정부의 목표 달성에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그저 발목만 잡고 있어서 죄송합니다"고 사과하고 싶어지네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왜 모든 압박은 여성들에게만 향하는 것인지 따져 묻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여자 쪽은 확실히 아이 낳는 기계가 됩니다"라고. 또 국가 및 각종 기관들이 흔들어대는 그런 수치들이 실제 출산을 장려하는데 진정 도움이 될지, 저자는 의구심을 표한다.

"왜 출산을 해야만 하는지 분명하게 대답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하지 않는 한 수치만으로 사람들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남녀 평등을 철저하게 실현하는 것이 저조한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올바른 해답이라고 저자는 짚고 있으면서도, 그녀만의 독특한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늦게 낳으면 건강에도 안 좋다는 식의 슬로건보다는, 차라리 SNS에 아이를 자랑하게 하는 게 아직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들을 더 자극할 것이라고. 어리둥절한 부분도 있지만, 사뭇 진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비록 SNS가 인터넷상의 세상이어도 우리 일본인은 세상의 규범에서 결코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일본인을 움직이기 위해 날카로운 메스를 댈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 똑같아지고 싶다'고 생각하게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본다면 SNS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일반인 모두가 '아이를 낳아 기르니 행복하고 즐겁다'는 모습을 거짓일지언정 계속 올리면 그것이 앞으로 출산율 증가로 연결되리라 생각합니다."


자칫 우스개소리로 들리기도 하지만, 규범화된 관습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일본 사회를 제대로 짚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한다. 이 점은 무척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는데, 실상 책에서 그녀의 주장은 완전히 반대 방향을 향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책 속에서 계속해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우리가 타인의 다양한 형태의 삶을 모두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아이를 낳으려면 우선 결혼이라는 난관을 통과해야 한다는 사회적 관념부터 옅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녀가 말하는 해답은 산뜻하고, 사뭇 위험하게 여겨질 소지도 있다. 아이는 혼인한 남녀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인식을 타파하자는 것. 이런저런 여건이 안 되어 낳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러저런 여건에도 불구하고, 혹은 이런저런 여건 때문에 아이를 낳겠다는 이들이 있다면, 모두들 환영하자는 것이다. 굳이 출산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 나 자신의 자유로운 삶을 누리며, 서로의 삶의 다양성을 진심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니까.

"현재 가족의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부부라고 해도 아이가 있기도 없기도 하고 초혼, 재혼을 하는 분도 많습니다. 혼인관계를 맺지 않고 사실혼 관계로 사는 커플도 있고 동성 커플도 있습니다. 입양을 하거나 수양부모가 되는 사람들 얘기가 더는 특별 사례로 취급되지 않는다면 가족 형태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의식이 퍼져 '가족'이라는 형태에 짓눌려 답답해 하는 일이 줄지 않을까요."

타인의 삶에 이런저런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내 삶에 구속이 가해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설령 많은 부분에서 내가 절대적 다수에 속할지라도, 모든 문제에서 내가 다수이고, 강자일 리는 없는 법 아니겠나. 모두 서로의 삶을 인정하고, 나의 방식이 옳다고 강요하지 않을 때, 우리는 좀 더 편안하게 내 호흡에 맞게 숨쉬며 진정한 행복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글 초반, 저자가 아이 없는 삶도 충분히 괜찮다고 주장하는 게 아닐까 예상한다면 '일단은' 틀렸다고 말했다. 이제 정정해야 할 듯하다. 바로 그거라고. 아이 없는 삶도 충분히 괜찮다고, 그리고 아이 있는 당신의 삶도 더없이 근사하다고, 우리 모두의 삶은 그 모습 그대로 인정받아 마땅하다고, 저자는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그녀의 말에 백 번 동의하며, 나 역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타인에게 강요한 삶의 모습은 진정 없었는지. 어쩌면 내가 타인에게 들이댔던 사소한 잣대들이, 다시 내게 부메랑처럼 돌아오진 않았는지.

출산과 육아를 하는 친구들과 한동안 관계가 소원해져 있었다. 일상의 시간표가 서로 맞추기 힘들어진 탓도 있지만, 실은 서로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었다. 나는 내 삶을 무언가 임시적인 것, 불완전한 것으로 바라보는 그녀들의 시선이 불편했고, 어쩌면 그녀들은 더이상 나와 공유할 이야깃거리가 없어져버렸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수십년간 쌓아온 우리의 우정도 끝인가 생각하기도 했지만, 저자는 말한다. 그것도 한때이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다시 우정이 예전처럼 솟아날 시기가 분명히 찾아온다고.

"친구들 각자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다시 모여 서로를 지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서로를 인정할 수 있게 된 것은 우리가 다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겠죠."


내 자신도 내 마음대로 좀처럼 되지 않는데, 타인을 내 마음대로 바꾼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내 삶의 자유는 물론 잃은 줄 알았던 우정까지 되찾을 수 있다니, 이건 분명 남는 장사다. 타인의 삶을 인정하자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 그러나 때론 잊곤 하는 그것. 반복학습만이 살 길이다. 나는 당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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