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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의 노동자들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공정언론, 적폐인사 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여기에 속속 밝혀지고 있는 지난 9년 동안의 언론 장악 실상이 더 큰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파업은 언론의 '정상화'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부정'의 목소리는 두 공영방송이, 아니 한국의 언론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줄 움직임과 함께 해야 합니다. 이번 파업을 지지하는 일군의 언론학자들이 파업이 모두 종료될 때까지 <오마이뉴스>에 주 2회의 릴레이 기고를 이어가는 '라이팅 위드 스트라이트(Writing With Strike)'를 시작합니다. 언론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중요한 이행기에 지식인들이 할 행동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무엇을 위해 지금의 힘겨움을 견뎌야 하는지를 제안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파업 기간 동안 모든 언론노동자들이, 그리고 시민들이 언론에 대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말]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방송독립 연대파업 출정식’이 파업중인 언론노조 MBC본부와 KBS본부 조합원들을 비롯한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방송독립 연대파업 출정식’이 파업중인 언론노조 MBC본부와 KBS본부 조합원들을 비롯한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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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파업과 함께 느끼는 신선함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켰을 때 두 공영방송사의 파업을 실감한다. 라디오는 파업으로 인해 음악방송을 편성하고 있다는 안내 멘트를 가끔 내보낼 뿐 계속해서 음악을 들려준다. 텔레비전의 재방, 삼방에 텔레비전을 끄거나 아주 재빨리 다른 채널로 이동한다. 파업이 준 여백이자 여유다. 별 시답잖은 이야기들로 온종일 떠들어대는 소음을 듣지 않아 좋다. 거짓부렁이 뉴스나 시사 토크를 듣지 않아 좋다. 가짜 현실 혹은 초현실의 이미지로 픽션을 구축하면서 잘못된 현실을 감추고 정당화하는 장치가 잠시 중단되는 것 같아 기쁘다. 애써 스스로 선곡하지 않아도 참으로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는 라디오가 새삼 고맙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런 감정이 나만의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파업하니 훨씬 좋다고 한다. 알게 모르게 우리가 지나치게 많은 방송 소음과 의식 제조 장치 속에서 살아왔다는 생각을 한다.

방송 적폐 청산과 정상화를 요구하며 4주차에 접어든 공영방송 노동자들이 들으면 무척 기분 나쁠 말이다. 방송을 정신 사납게 만드는 소음장치 정도로 취급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보수주의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겠다. 하지만 텔레비전과 라디오가 우리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손상을 가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파업과 함께 새롭게 발견한 '방송 공백 혹은 부재'의 신선함에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과 같은 공영방송은 없는 것이 낫다

지금과 같은 공영방송은 없는 것이 낫다. 하기야 이제는 KBS, MBC 두 공영방송사의 존재감도 그리 크지 않다. 보수 정치집단과 재벌의 언론장악 프로젝트라고 비난받으며 출범했던 종편 채널 JTBC가 더 훌륭한 공영방송처럼 느껴진다면 상황은 이미 끝났다. 지금과 같은 미디어 홍수 속에서 천지사방에 볼 것과 들을 것이 깔려 있다. 여기에 5년, 10년도 못가는 특정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주문형 여론제조실이 된 방송을 누가 신뢰하고 지지하겠는가.

이명박 정권과 구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공영방송을 전리품으로 생각했다. 김대중․노무현 세력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쟁취한 전리품으로서 공영방송은 정권과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재벌을 포함한 극우보수기득권 집단의 지속적인 승리를 위해 존재해야 했다. 누워서 떡 먹기 아닌가. 가장 충성스러운 사장과 이사들을 임명만 하면 된다. 언론계의 영주(領主)가 되어 돈과 언론권력, 명예를 모두 움켜쥔 실세로 살고자 하는 욕망으로 가득 찬 충성스러운 신하들이 긴 행렬을 이루었다. 이중에서 그럴싸해 보이는 부하를 선택해 자리에 갖다 놓으면 알아서 조직을 장악해 움직여주니 참으로 대견한 일이다. 게다가 공영방송사 사장 자리가 어디 하나뿐인가. KBS와 MBC의 지역방송국과 온갖 계열사 사장을 위한 자리가 60개는 족히 넘는다. 지역방송을 장악할 수 있고 자기 사람을 온갖 고위직에 앉혀 놓을 수 있는 신나는 의자놀이를 벌일 수 있다.

이렇게 구축된 공영방송 내부의 극우보수언론인연맹은 자신들의 주군과 세력을 위한 '정권 연장 방송'을 참으로 철저하게 수행했다. 양심적인 언론인을 추방하거나 한직으로 몰아냈다. 정권이나 기득권 세력에게 부담이 되는 시사프로그램을 차례로 폐지했다. 자기편이 아니라고 판단된 진행자들을 텔레비전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시켰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무대 위에 오를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관리했다. 공영방송을 일베와 같은 극우 온라인 사이트처럼 생각하는 자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월호 보도 재앙이나 분단냉전 시대의 적대감을 고취시키는 보도 행태를 다시 꺼내는 것도 이제는 입만 아프다. 구지 이 글이 아니더라고 지난 10년 동안 공영방송의 처참한 붕괴를 실증하는 보고서는 많다. 이렇게 공영방송을 망친 자들이 중간광고 허용이니 수신료 인상을 내세우며 돈타령 중이다. 

공영방송 노동자의 파업은 우리의 파업이어야 한다

자유한국당 디지털정당위원회 출범식 참석한 이석우 이석우 자유한국당 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디지털정당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당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 디지털정당위원회 출범식 참석한 이석우 이석우 자유한국당 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디지털정당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당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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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 자유한국당이 또 다시 우리에게 웃음을 선물했다. '디지털정당위원회'을 출범시켜 자신들을 공격하는 '악성 댓글'에 대처하고 당 홍보 활동에 나설 118명의 '온라인 전사단'을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주장이 참 재미있다. "기울어진 언론과 포털을 바로 잡고 보수통합으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당 차원의 결연한 의지가 반영된 기구"란다. 언론과 포털이 진보개혁 세력에 경도되어 있으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뉴미디어 온라인 자유전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념전쟁에서 승리자가 되겠단다. 정치적 위기에 몰릴 때마다 내놓은 단골메뉴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도 동일한 메뉴를 사랑한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을 때 이들은 인터넷 좌경화론을 펼쳤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패배한 한나라당은 2003년 '사이버 전사 1천명 양성설'을 주장했다. 2004년 8월에는 충성도가 높은 네티즌 10만 명을 확보한다는 '10만 양병설'을 대선 전략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으며, 10만 대군을 지휘할 40-50명 규명의 소위 '장교' 육성론도 나왔다. 또 PR 전문가들과 함께 한나라당이 언론에만 의존하지 않고 홍보인력을 대거 양성해 인터넷에서 이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이버 중심 홍보 전략을 세웠다.

한나라당의 사이버전사대는 2004년 12월 '4대 국민분열법 바로알기 네티즌 운동'을 통해 과거사법, 국가보안법, 언론법, 사학법을 저지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만들고, 싸이월드 미니홈피, 네이버 블로그, 다음 플래닛 등에 주요 거점을 확보하면서 댓글 이어가기, 방명록 남기기, 퍼나르기 등의 여론전을 전면적으로 수행했다. 이렇듯 극우보수 정권에게 미디어는 한편으로 장악과 청소의 대상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군화와 밥먹여 살찌우기의 대상이었다. 이들에게 미디어는 여론제조실이자 이미지 제조업자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번 공영방송 파업은 우리의 파업이어야 한다. 방송의 자율성과 독립성, 진실성과 공정성 그리고 시민들에 대한 책임성을 회복하고 더욱 다듬어가는 과정을 시민이 함께 해야 한다. 어떤 정치세력이 집권을 하든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대국민 여론전의 기지로 만들게 해서는 안 된다. 공영방송 내부의 민주주의가 더욱 튼튼해지고 내부 권력에 대한 합리적인 통제 장치들이 견고해지도록 시민이 감시하고 참여해야 한다. 미디어 시장의 포화상태에서 무책임한 가짜 미디어와 저질 콘텐츠가 우세해지는 저널리즘과 문화의 위기에 공영방송과 함께 맞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영방송이 방송생태계에서 온갖 권력놀음과 갑질하는 집단이 아닌 보다 많은 미디어 창작자들의 울타리가 되고 공동의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시민이 감시하고 요구해야 한다. 공영방송이 인기스타 한 명에게 회당 수억, 십 수억 이상의 출연료를 지불하며 시청률을 끌어 올리는 전쟁에 뛰어들지 않고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사람들 모두에게 골고루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제작과 생산자 중심 방송사의 성공적인 모델이 되도록 시민이 지지하고 지원해야 한다.

갈 길이 멀다. 두 공영방송사의 사장과 이사들은 끈질긴 버팀 기술을 선보이고 있고, 공영방송 개혁을 위한 관련 법 개정이 언제쯤,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다. 특히 정부나 정당(국회)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보다 더 중요하게는 권력과 자본의 식민지가 되어 버린 공영방송, 정치적 거래 공간이 되어 구성원들끼리 갈기갈기 찢긴 상황에서 보다 나은 저널리즘과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새로운 동력이 어떻게 형성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다. 이런 저런 개혁론은 많지만 실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그 누구도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파업이 사장이나 이사진을 포함해 공영방송 적폐 인사들을 무력화시키고 청산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라면 이 파업을 적극 지지할 수 없다. 지금 파업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방송법 몇 개 정도 개정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참으로 실망스러울 것이다. 사장과 이사진 교체에 시간이 걸린다면 방송계, 학계, 시민단체, 5개 정당이 추천하는 합리적이고 책임성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비상운영위원회를 출범시켜 현 경영진의 총사퇴, 비상경영체제 구축, 해고자 복직과 부당 인사 철회, 내부 조직 정비, 방송 재개와 지속적인 개혁 동력 구축이라는 숙제를 풀어가야 한다. 이번 파업이 정치권 내부의 싸움이나 인사 물갈이 싸움으로 전락한다면 시민들은 계속해서 파업할 것이다. 시청자로서의 파업 즉, 시청하지 않기를 계속하기. 

[공영방송 파업연대기고 Writing With Strike]
1편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
"망가진 언론의 피해자는 누구?" KBS MBC노조만의 파업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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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全國言論勞動組合, National Union of Mediaworkers)은 대한민국에서 신문, 방송, 출판, 인쇄 등의 매체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한 노동조합이다. 1988년 11월 창립된 전국언론노동조합연...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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