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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김미화, 블랙리스트 피해 증언 소설가 황석영씨와 개그맨 김미화씨가 25일 오전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사무실에 조사신청 및 증언을 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 권우성
블랙리스트 피해사례 밝히는 황석영-김미화 소설가 황석영씨와 개그맨 김미화씨가 25일 오전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조사신청을 한 뒤 블랙리스트 피해사례를 밝히고 있다. ⓒ 권우성
1962년 작가로 데뷔한 뒤, 군사독재정권에서 온갖 고초를 겪은 노작가는 치를 떨었다. 국민에게 큰 웃음을 주던 코미디언 출신의 베테랑 방송인은 웃음을 잃었다.

작가 황석영씨, 방송인 김미화씨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직접 겪은 문화예술인 지원·출연 배제(블랙리스트) 피해를 증언하는 자리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두 사람은 최대한 냉정하게 사실을 밝혔지만, 분노를 숨기지는 못했다.

두 사람은 25일 오전 서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 조사신청서를 제출한 후 기자들과 만났다.

황석영 "문재인 지지하자, 모함·공격 이어져"

황석영씨는 19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록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쓰고 북한을 방문한 탓에, 망명과 감옥살이를 비롯해 많은 탄압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도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황석영씨는 2010년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황씨는 "그해 가을 국가정보원 직원을 만났는데 나에게 충고를 겸한 주의를 주었다. '이제부터 정부 비판을 하면 개인적으로 큰 망신을 주거나 폭로하는 식으로 나가게 될 테니 자중하라'는 내용이었다"라고 밝혔다.

황씨는 이후 2011년 한진중공업 대량해고에 맞서 고공농성을 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지원하기 위한 희망버스에 참여했고,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했다. 이때 인터넷 공간에서 황씨를 향한 모함과 공격이 이어졌다는 게 황씨의 말이다.

"(누군가) 방북 직후에 안기부와 공안당국이 일방적으로 주장했던 혐의 내용을 교묘히 짜깁기해 개인 블로그를 통해 인터넷상에 유포하였는데, 이것은 국정원에서 흘려주지 않고서야 일반인이 알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북한 특수군이 광주에 내려와 폭동을 일으켰다느니, 황석영이 쓴 광주 항쟁 기록은 북한 책을 베낀 것이라는 둥, 황석영이 제작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김일성의 지령을 받아 공작금을 받고 영화와 함께 만든 것이라는 둥 허무맹랑한 사실 왜곡이 일반인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다."
블랙리스트 피해사례 증언하는 황석영 소설가 황석영씨 25일 오전 개그맨 김미화씨와 함께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조사신청을 한 뒤 블랙리스트 피해사례를 밝히고 있다. ⓒ 권우성
그는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 문화인에 대한 적극 관리와 억압이 노골화되었던 것은 대개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후부터였다"라고 밝혔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작가회의 성명서 발표에 대표로 나가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 이틀쯤 후 청와대 교문수석과 외교안보수석이 만나자는 연락을 했다. 요지는 그런 일에 내가 연루되는 것을 염려한다는 것과, 광주의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 개작에 관한 글을 쓸 의향이 있는가 하는 것과, '통일위원회'에 들어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나는 거절했다."

황씨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부터 해마다 6월이면 국민은행 동대문지점에서 검찰 측의 수사 목적에 의한 요청으로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내게 통보됐다"면서 "이 기간 중 내게 제의가 들어왔던 영화 두 편, 뮤지컬,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이 계약 단계에서 갑자기 '곤란하다'는 애매한 이유로 취소됐다"라고 말했다.

피해는 또 있었다. 황씨는 2014년 로마대학이 주최한 '한국과 유럽작가의 만남' 행사에 초청을 받았으나, 문예진흥위원회는 이를 취소했다. 2016년 한국이 주빈국인 파리도서전에 황석영씨가 참여하자, 한국문학번역원 실무자들은 시말서를 써야 했다.

그는 "21세기 한국에서 1950년대 미국 매카시즘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더 치졸하게, 뒤에 숨어서 보이지 않게, 하수인을 시켜서 교묘한 방법으로 모해하고, 밀실에서 누굴 배제시키라고 고립을 유도했다"라고 지적했다.

황씨는 "국가가 이런 일을 자행했다는 것은 문화 야만국의 자기 치부를 드러낸 일"이라면서 "부끄러워서 밖에 나가서 세계 속에 한국문학·문화·영화가 어떻고, 한류가 어떻고, 이따위 소리를 할 수가 없게 돼버렸다"라고 비판했다.

김미화 "제가 종북 세력이라 수용 불가라니..."
블랙리스트 피해사례 증언하는 김미화 개그맨 김미화씨가 25일 오전 소설가 황석영씨와 함께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조사신청을 한 뒤 블랙리스트 피해사례를 밝히고 있다. ⓒ 권우성
방송인 김미화씨는 지난 19일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피해자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조사를 받으면서 국정원이 저에 대해 작성한 서류를 보면서, 국가에서 커다란 권력을 이용해 개인을 사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매우 불쾌했고 화가 났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문건에는) 원장 지시가 상당히 많고,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나 홍보·민정수석에서 특정 인물을 계속 관찰해서 보고하라는 내용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연예인 건전화사업 TF팀을 조성해서 좌편향 진행자 퇴출, 교체 권고'라는 내용이 있었다. 끝으로 가면 갈수록 '골수 좌파 연예인, 종북 세력 연예인 김미화' 이렇게 돼있고, 맨 마지막 페이지에는 '김미화 수용 불가'라 돼 있다. 제가 어디서 수용 불가인가.

KBS, MBC 등 여러 방송사의 간부, 경제인협회, 방송 관련 모든 단체, 광고사, 정부 유관기관, 지방행사 등에서 저의 출연이나 노출·활동을 못하도록 하는 증거자료들이 많이 발견됐다."

김씨는 2010년 'KBS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을 요청을 한 뒤 겪은 일의 전말도 국정원 문건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변희재씨가 운영하는 언론사에 있는 기자는 당시 제가 사문서를 위조했다면서 두 차례에 걸쳐 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에서 혐의가 없다고 했는데, 그때 의문을 가졌다. (검찰 조사를 받다가) 검사가 'MBC 편파방송 근절, 좌파방송인 김미화 사법처리 확행으로 방송협회 차원 좌편향 연예인 고립 유도(청와대 일일보고)'라는 자료를 보여줬다."

그는 "이것이 내가 사랑했던 대한민국인가 싶었다. (국정원이) 청와대, 방송사 간부들과 교감한 것으로 짐작된다. 정말로 이런 사실이 있었으면 사과해야 한다. 적폐청산 위에서 다시 언론(방송)이 바로 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블랙리스트 피해사례 밝히는 황석영-김미화 소설가 황석영씨와 개그맨 김미화씨가 25일 오전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조사신청을 한 뒤 블랙리스트 피해사례를 밝히고 있다. ⓒ 권우성
황석영-김미화, 블랙리스트 피해사례 증언 소설가 황석영씨와 개그맨 김미화씨가 25일 오전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조사신청을 한 뒤 블랙리스트 피해사례를 밝히고 있다. ⓒ 권우성
황석영-김미화, 블랙리스트 피해 증언 소설가 황석영씨와 개그맨 김미화씨가 25일 오전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사무실에 조사신청 및 증언을 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 권우성
태그:#블랙리스트, #황석영, #김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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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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