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제작하는 다큐멘터리 3부작 '프로젝트 不(부)'의 두 번째 영화 <저수지 게임>이 관객 수 10만 명을 돌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쫓는 남자 주진우 <시사IN> 기자의 취재 과정을 담은 영화는 캐나다 부동산 투자사기 사건의 전말을 쫓아간다.

하지만 이 영화가 밝히고자 하는 것은 캐나다에서 벌어진 사건 하나가 아니다. 이 사건과 동일한 방법으로, 하지만 더 치밀하고 거대하게 벌어진 다른 사건들을 풀어가길 원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제작한 김어준 총수와, 연출을 맡은 최진성 감독, 주인공인 주진우 기자는 이 영화를 통해 MB정권 당시 정부가 저지른 실수 아닌 실수들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길 원한다. 이번 글은 진실을 밝힐 실마리를 제공하는 영화, 국민이 알아야 할 진실을 좇는 영화 <저수지 게임>의 이야기다.

꿈에서도 이명박을 쫓는 남자, 주진우 기자

 영화 <저수지 게임>

ⓒ ㈜스마일이엔티


프로젝트 부의 첫 번째 영화였던 <더 플랜>에 이어 연출을 맡은 최진성 감독은 <저수지 게임>을 "주진우 기자의 실패담이 이 추적극의 핵심"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저수지 게임>은 결론만 말하면 실패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실패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영화의 초반에는 주진우 기자의 미국 취재기가 나온다. 호텔에서 최진성 감독이 직접 촬영한 영상에는 이명박을 향한 집념이 담긴 주진우 기자의 모습이 나온다. 이명박을 잡기 위해서는 체력단련이 필요하다며 갑자기 침대에서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꿈에서도 이명박과 그의 아들을 만났다고 말하는 주진우 기자는 말 그대로 이명박만을 쫓는 추격자다.

이 추격자는 끈질기다. 그리고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 그에 눈에 들어온 먹잇감은 해외투자 실패였다. 그리고 그 실패들은 신기하게도 이명박과 관련이 있어 보이고, 수법이 어딘지 모르게 비스름한 모양새를 보인다. <저수지 게임>은 이런 수법을 좇는다. 농협이 해외투자에 실패하고도 돈을 환수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점부터 실제 돈이 흘러 들어간 케이만군도의 RBC(Royal Bank of Canada)를 보여주며, 이런 얄팍한 수법을 찾아낼 단서들을 하나씩 밝혀준다.

결정적 단서를 찾아가는 장면들은 주진우 기자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아파트 경비를 자연스럽게 뚫고 들어가는 법부터 인터폰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모습은 그간 주진우 기자가 목표를 잡기 위해 보여준 노력의 결과였다. 꿈에서도 만나는 이명박을 잡기 위해 정보를 향해 달리고, 제보를 애타게 기다리는 주진우 기자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끈기의 끝을 볼 수 있게 한다.

영화 속 실패가 남긴 물음표, 현실의 느낌표가 된다

 영화 <저수지 게임>

ⓒ ㈜스마일이엔티


단서들을 이어가고, 인물의 구성도를 연결하면서 영화는 전개된다. 돈을 쫓다 보면 이야기가 나오고 이야기를 쫓다 보면 인물이 나온다. 영화는 하나의 조직도를 완성하며 끝을 향하지만 완성된 조직도는 돈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인물 간의 연관 관계를 확정 짓지 못하며 물음표로 끝이 난다. 그러나 "오늘도 주 기자는 H를 쫓고 있다"는 멘트를 남기고 끝나버린 영화의 물음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에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시작됐다. 이를 기점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그간의 의혹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4대강과 자원외교, 방산비리에 대한 조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저수지 게임>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부분이다. 영화에서는 주진우 기자가 물음표만을 남기고 끝이 났지만, 현실에서 우리가 영화의 물음표를 지켜보고, 이명박 정부가 남긴 의혹들에 관심을 가진다면 물음표는 느낌표가 될 수 있다.

<저수지 게임>의 시사회, 무대인사, 인터뷰 등에서 제작자 김어준 총수, 연출가 최진성 감독, 주연배우 주진우 기자가 한목소리로 "영화를 주변에 많이 알려달라"고 말한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 영화는 최고 권력자의 부정부패를 다룬 영화다. 어떤 언론, 어떤 미디어도 이 영화를 향해 주목을 주지 않았다. 이미 지나간 권력이라 할지라도 그 권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수지 게임>은 스스로 입소문을 타고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주진우 기자가 남긴 물음표를 현실의 느낌표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일을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스스로 이뤄낸 결과다.

'이득은 개인이, 책임은 국민이', 보고만 있을 것인가

<저수지 게임>이 다룬 사건은 캐나다 부동산 사기 사건이지만, 이를 통해 주목을 받는 것은 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자원외교는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보통은 독의 밑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절차지만 신기하게도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밑이 빠진 독을 골라서, 혹은 밑이 빠진 독을 만들어서 투자했다. 실패할 것이라는 결과를 알고도 물을 붓는 이상하리만큼 '독특한' 투자였다.

이런 '독특한' 투자로 '누군가'는 이득을 챙겨갔다. 망하는 회사를 인수해서 손해를 보는 것을 국가가 주도한 것이다. 하지만 이 피해는 누가 책임지고 있을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굳이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을 뽑으라면 바로 당신이다.

이해할 수 없는 투자로 손해를 보게 한 사람들은 분명 있다. 하지만 책임은 국민이 지고 있다. 원금회수도 제대로 하지 못한 사업에서 매년 갚아야 할 돈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돈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MB정권에 대해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제 이 전 대통령의 말이 사실인지 입증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저수지 게임>은 이명박 정권에 대해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 아닌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돈을 잃을 것을 알면서 투자하고, 그 돈은 어디로 흘러갔는지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이를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피해는 국민이 당하고 있다. 지금 당신의 지갑에서 나가는 세금 일부는 이렇게 쓰이고 있다. 이제 선택은 당신의 손에 있다. <저수지 게임>은 당신의 돈을 빼앗아 가게 한 사람이 누군지 말해준다. 누군가의 돈을 좇아가는 실패담, <저수지 게임>은 당신이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완벽하게 가지고 있다.

ⓒ ㈜스마일이엔티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임동준 시민기자의 네이버 블로그 < easteminence의 초저녁의 스포일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수지 게임 주진우 김어준 최진성 이명박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