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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있는 서은미 작가
 사진을 찍고 있는 서은미 작가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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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무엇인가를 본능적으로 기록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주로 사진작가나 영상 제작자 혹은 기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서은미(51) 사진작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서은미 작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도 '기록 본능'에 이끌려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선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인하 공대를 졸업한 서은미 작가는 서른 중반의 나이에 사진을 공부하고 지난 2007년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서은미 작각의 고향은 인천시 옹진군 덕적도이다. 서은미 작가는 맨 처음 사진에 인천 사람들을 담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 작가는 "인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인천은 문화적으로 혼합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풍어제를 하는 무속인은 물론이고, 인천에 살고 있는 화교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했다"고 말했다.

서 작자의 사진 혹은 '그의 기록'을 이야기 할 때 작가의 아버지인 서재송(88) 어르신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서재송 어르신은 지난 1960년부터 덕적도에서 성원선시오의집(고아원)을 운영했다. 서재송 어르신은 '입양인의 아버지'로 통한다.

서재송 어르신은 해외로 입양 가는 혼혈아와 고아 등 입양아들의 당시 사진과 입양 카드 등을 꼼꼼히 기록했다. 혹시라도 입양아들이 한국에 돌아 왔을 때 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단서가 될 만한 기록을 빠짐없이 남겨 놓은 것이다. 서재송 어르신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7월13일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했다.

서은미 작가는 "아버지는 아이들이 처음 고아원에 들어오는 시점부터 꼼꼼히 기록을 남기셨다"며 "아버지의 '기록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아 사진작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 작가는 최근 절친인 조현옥 청운대 강사와 함께 충남 지역의 천주교 공소와 명소를 탐방하고 있다. 지난 22일 충남 홍성을 찾은 서 작가를 만났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 공대 출신이고 오랫동안 IT관련 일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사진으로 전업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사진은 원래부터 취미였다. 어릴 때부터 집에는 필름이 장전되어 있는 카메라가 항상 비치되어 있었다. 대학 때도 사진관련 동아리 활동을 했다. 한때 창업을 하고 입체 영상 관련 일도 했다. 입체 사진을 찍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공부하게 되었다."

- 사진은 시라는 말을 자주했는데, 사진과 시의 닮은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영화나 동영상은 설명하듯이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진은 정지된 한순간을 포착한다. 시처럼 함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담당 교수한테도 사진으로 소설을 쓰지 말고 시를 써보란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오른쪽부터 서은미 작가의 아버지 서재송(88)어르신과 어머니 인현애 여사, 그리고 서은미(51)작가 순이다.
 오른쪽부터 서은미 작가의 아버지 서재송(88)어르신과 어머니 인현애 여사, 그리고 서은미(51)작가 순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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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주로 어떤 사진을 찍고 있나.
"일적으로는 인천의 근대 건축물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일 외적으로는 아버지를 사진에 담고 있다. 게이트볼을 치시는 모습, 손주들을 보는 모습, 귀국한 입양아들을 만나는 모습 등 아버지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자연인 서재송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 아버지 서재송 어르신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서재송 어르신은 어느 인터뷰에서 자식과 입양아들을 차별없이 키웠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랬나.
"우리 가족은 6남매 이다. 그나마 큰 언니의 경우에 사춘기 때까지도 부모님이 온전히 자신의 몫이었다. 하지만 막내였던 나와 바로 위 오빠는 그렇지 못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고아원에서 고아들과 함께 자랐다. 고3 때도 6명의 고아와 한방에서 살았다.

어머니와 아버지 옆에서 잔 기억도 없다. 아버지가 고아들과 나를 똑같이 대하니까, 오히려 나는 반대로 차별을 느꼈던 것 같다. 내가 고아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을 정도이다."

- 앞으로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가.
"다큐멘터리 사진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보기에 불편한 사진들이 많다. 하지만 사회 비판적인 시선을 담으면서도 사람들이 불편해 하지 않고, 따뜻하게 느낄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

처음 만난 분들에게 함부로 사진을 찍자고 말해 본 적도 없다. 오히려 사진작가인데, 왜 내 사진은 안 찍어 주느냐는 말을 먼저 할 정도이다. 카메라는 때로 흉기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내 사진으로 인해 누군가 상처 받게 하고 싶지 않다."


태그:#서은미 사진작가 , #서재송 , #서은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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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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