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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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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생활 화학제품도 천연재료를 활용하거나 안전한 제품을 찾는 '노(no)케미'가 대세다. 소비자들의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요즘에는 '천연 마케팅'이 부쩍 늘었다. 천연 성분으로 만들었기에 기존 제품보다는 더 안전함을 은연중에 강조한다. 대표적인 것이 락스 광고. '천연소금'으로 만든 것이니 안심하란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언어 유희'에 불과하다.

세상에 천연에서 나오지 않은 제품은 없다. 쇳덩어리도 플라스틱도 휘발유도 따지고 보면 모두 천연에서 나왔다. 또 목숨까지 위협하는 유독물도 대부분 소금물 같은 천연물질로 만든다. 소금물을 전기분해하면 가성소다(강알칼리)와 염산(강산) 등의 유독물이 만들어지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2NaCl(소금) + 2H2O(물) → 2NaOH(수산화나트륨, 가성소다, 양잿물) + Cl2(염소) + H2(여기서 H와 Cl을 합하면 HCl, 즉 염산이 나온다). 두 약품 모두 피부에 닿기만 해도 심각한 화상을 입히는 위험한 성분이다. 그럼 락스는 어떻게 만들까. 물론 소금물로 만드는 건 맞다. 소금물 전기분해로 만들어진 가성소다(NaOH)와 염소(Cl)를 저온 냉각법으로 합성하여 안정시킨 것이 바로 락스다(2NaOH + Cl2 → NaOCl(락스) + NaCl + H2O).

락스의 정확한 이름은 차아염소산나트륨. 원액은 유효염소 12%로 위험하므로, 물로 희석하여 4~5%로 낮춘 것이 바로 락스다. 아무리 천연으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몸에 해롭기는 유독물에 버금간다. 특히 락스에 세제나 표백제를 섞어 사용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 제품마다 다르지만 산성 성분이 들어있는 세제는 락스와 2차 반응을 일으켜 유독성의 염소기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실제로 락스와 세제를 혼합하여 사용하다 실신한 사례도 있다.

락스는 용법을 숙지하고 제대로 쓴다면 제대로 살균효과를 볼 수 있다. 단, 반드시 환기를 해야 하며 물에 100~400배 정도 희석 사용해야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정해진 용법보다 많게 사용하거나 다른 세제와 임의로 섞어 쓸 경우 호흡곤란이나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인체에 독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가장 많이 쓰이는 있는 베이킹소다. 이것은 인체에도 일정량 존재하는 천연 물질로 탄산수소나트륨(NaHCO3)이라고도 한다. 최근 화학 생활용품을 대체하는 제품으로 가장 쓰임새가 많다. 욕실과 싱크대의 찌든 때는 물론 냉장고 탈취제거와 과일에 묻은 잔류농약 세척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탄산수소나트륨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탄산이라는 물질을 나트륨과 결합해서 만든 염기성 물질이다.

그래서 레몬이나 식초(아세트산, C2H4O2) 등 산성 물질과 혼합하여 사용할 때는 취급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염기성인 베이킹소다를 만나면 중화반응이 일어나 이산화탄소(CO2), 물(H2O), 아세트산나트륨(NaCH3CO2)이 생성되는데 이 과정에서 부글부글 끓으며 소량의 열과 가스가 생긴다. 안전보건공단에서 제공하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의하면 아세트산나트륨은 중대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흡입 시에는 자극이나 호흡곤란을 섭취 시에는 구토나 위통을 유발한다고 명시했다. 결국,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거나 가까이서 냄새를 맡는 건 피하는 게 좋다.

천연에서 만들었다는 안전성만 맹신하고 화학약품은 다른 제품과 섞어 쓸 경우에는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엄밀히 따지면 모든 화학약품은 천연이 아니다. 천연재료를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뿐 독성까지 천연의 안전성까지 담보할 수는 없다.

또 업체도 무작정 '천연'임을 강조해서는 결코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가장 솔직한 마케팅이 결국에는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 차라리 여러모로 인체에 해로우니 오남용하지 말라고 써라. 천연원료로 만든 사실과 제품의 유해성은 전혀 무관하다. 엄밀히 따진다면 '핵폭탄'도 자연에서 채집한 플루토늄으로 만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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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모이, #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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