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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며느라기] 기획은 시댁과의 관계, 가부장제 구조 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며느리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명절의 사회적 의미는 '즐기거나 기념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기혼 여성들은 명절 때마다 즐기기는커녕 막대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명절후 증후군'에 걸리기 일쑤입니다. '남편의 친척'들이 모이는 '가부장제의 끝판왕' 행사에서 며느리는 그저 '일하는 사람'으로 취급받을 뿐, 목소리를 내어 부당함을 지적하기도 힘듭니다. 이렇듯 여성에게 고통을 가중시키는 명절의 악습을 없애지 못하면 '성 평등'한 가족은 영원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명절도 달라져야 합니다. [편집자말]
 웹툰 <며느라기> 6_4.제사편 중 한 컷 (작가의 동의를 얻어 싣습니다)
 웹툰 <며느라기> 6_4.제사편 중 한 컷 (작가의 동의를 얻어 싣습니다)
ⓒ 며느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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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온다. 올 추석에도 텔레비전에서는 며느리들의 이야기가 전파를 탈 것이다. 아침방송에서는 고부갈등을 겪는 이야기가 되풀이될 것이며, 특집 방송에서는 외국인 며느리가 나와 수다를 떨 것이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시골의 며느리가 밥 짓는 모습이 나올 것이며, 뉴스에서는 '명절 증후군'에 대해 보도할 것이다. 그만큼 며느리는 우리네 명절을 감당하는 큰 축이다. 그런데 명절이 끝나면 이혼율이 10% 이상 증가한다고 한다. 왜일까.

결혼 전에는 추석이 마냥 즐겁기만 했었다. 사과, 배, 딸기, 한과, 떡, 강정 등 귀한 음식들을 마음껏 먹으며 친척들과 신나게 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제 낯선 시할머니댁에 며느리로 앉아있으니 밥 한 숟갈 뜨는 것조차 눈치가 보인다. 제일 눌은 밥은 왠지 내가 먹어야 할 것 같고 밥상에서도 내가 제일 먼저 숟가락을 놓고 일하러 가야될 것 같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 며느리가 '할 일'

'며느리'라는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시집 식구들에게 음식(뫼)을 만들어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 속에는 이미 시집과 며느리라는 상하관계가 뚜렷하게 내포돼 있다. 방송을 통해 아무리 며느리의 애환을 심각하게 다루고 며느리의 행복을 위해 애쓴다고 하더라도, 이 틀 속에서 며느리는 늘 약자일 수밖에 없다. 통상 우리 사회가 '며느리'에게 부여하는 의무와 기대는 너무나도 크다.

시어머니는 "명절에 내려올 거지? 할 일 별로 없을 거야"라는 말씀은 하시지만 나는 말하지 않아도 내가 척척 해야 하는 그 수많은 일들을 안다. 친정으로 넘어가고 싶어도 시댁 눈치부터 볼 수밖에 없고, 설령 명절에 여행을 간다 해도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잠깐의 일탈밖에 허락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약자의 서러움 속에서 며느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뒤돌아 우는 것 밖에 없다. 어쩌면 우는 것도 허락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너만 며느리니?" 하면 할 말이 없다.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오랫동안 축적돼 온 며느리의 슬픔이 입까지 막아버린다.

명절의 본래 의미로 되돌아가 보자. 명절은 본디 축제였다. 상하관계가 뒤바뀌고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즐기며 정서적 합일을 이루는 순간들이었다. 특히 추석은 '가배'라고 불리며 여자들이 모여 길쌈을 하고 가무를 하는 등 각종 놀이를 하던 큰 잔치였다. 우리는 모두를 위해 축제로서의 명절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며느리에게 과중한 노동의 의무를 얹는 기존의 명절 문화 대신, 함께 어울려 즐길 만한 것들을 발굴해보는 것은 어떨까. 체험할 만한 것들, 눈 여겨 볼만한 전시들, 혹은 명절날 가기 좋은 국내 여행지, 명절 가족 패션 제안, 가족 힐링 프로그램, 레크리에이션 등 새로운 명절 문화들을 우리는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바쁜 현대인에게 명절 휴일은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이 아까운 시간에 서로에게 상처만을 안기고 감정의 묵은 앙금들을 찔러대는 문화는 너무나 낭비적이다. 며느리도 동등한 인간으로서 명절을 마음껏 즐길 권리가 있다. 축제로서의 명절이 주는 치유의 힘을 되살려야한다. 음식을 나눠먹는 것만큼이나 기쁨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과정도 명절의 중요한 요소다.

기존의 남성 중심적 명절 문화에서 탈피해 명절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해보자. 추석날 가장 큰 원무를 그렸다는 강강술래처럼, 모두가 축제 속에서 함께 어울렸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며느리들의 얼굴에도 보름달만큼이나 큰 함박웃음이 깃들 수 있기를 바란다.

며느리도 명절을 즐기고 싶다.

[며느라기] 기획 지난 기사

②'며느리'로의 첫 명절, 나는 '시댁 소속'이 아닙니다
① "올케 엄청 교활한 애니까 조심해" 시누이의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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