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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먹었던 다슬기 해장국입니다. 속풀이 해장하러 가서 또 술을 마셔야 하는 그런 맛입니다.
 아내와 먹었던 다슬기 해장국입니다. 속풀이 해장하러 가서 또 술을 마셔야 하는 그런 맛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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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슬기, 일명 올뱅이입니다.
 다슬기, 일명 올뱅이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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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맛이 머릿속에서 뱅뱅 떠돌 줄이야!'

이 정도면 인생 맛집이라 표현해도 무방합니다. 지인 따라 경북 상주에 갔다가 경북과 충북을 가르는 도 경계를 넘어 들렀던 맛집입니다. 충북 영동 맛집입니다. 웬만하면 본인 뜻보다 타인 의견을 존중하는 지인이 극구 "여기 가자"며 우겼던 그런 집입니다. 하여, '대체 어떤 맛이길래 형님이 가자고 고집할까?' 했습니다. 지금까지 맛에 대한 기억이 또렷한 걸로 봐선, 아무래도 기어코 가서 다시 먹어야 직성이 풀릴 듯합니다.

봉이 김선달이 먹어도 푹 빠질 '올뱅이 국밥'

금강 상류인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 자리 잡은 올뱅이 국밥 거리. 그 중 일행이 찾은 곳은 '동해식당'입니다. '올뱅이'가 뭔고 봤더니, '다슬기' 사투리입니다. '올갱이', '대사리'라고도 하네요. 과거, 길거리 노점에서도 많이 팔았죠. 입에 넣고 쭉쭉 빨면 알맹이가 쏙 나오는 묘한 재미가 있었드랬지요.

올뱅이 국밥 거리에 서니 간판에 '원조'가 붙은 간판이 꽤 있습디다. 지인, "너나 할 거 없이 '원조'를 붙였다"며 "잘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경험에 따르면, 각 지자체의 '○○○ 거리'에 들어선 집들 맛은 대개 고만고만합니다. 맛을 베끼는 거죠. 어깨 너머로 배운 데다, 넣는 재료들이 비슷비슷하다 보니 생기는 현상입니다. 그래, 원조를 자랑하는 집에서 발버둥 치며 특허를 내는 게지요.

식당 내부, 기분 좋은 낡음, 인정 많고 푸짐한 낡음으로 다가왔습니다.
 식당 내부, 기분 좋은 낡음, 인정 많고 푸짐한 낡음으로 다가왔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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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맛이 떨어진 곳은 살아남기 힘든 시대입니다. 동해식당, 번듯번듯한 식당이 아니어서 마음에 쏙 듭니다. 간판, 의자, 주방 등 하나같이 멋스럽게 낡았습니다. 이 낡음은, 아마 봉이 김선달이 와서, 대동강 물과 올뱅이 국밥을 바꿔먹자고 '물물교환'을 제안하면, 물물교환이 가능할 것 같은, 인정 많고 푸짐함 낡음입니다. 아니 봉이 김선달이 먹어도 푹 빠질 것 같은 기분. 그래서 괜시리 더 기분 좋은 투박한 옛집 같달까.

메뉴판을 봅니다. 올뱅이 국밥 7,000원, 국 1인분 포장 10,500원, 올뱅이 무침 3,000원, 올뱅이 볶음 대 10,000원, 소 8,000원, 볶음 포장 10,000원, 올뱅이 찌짐 10,000원입니다. 적당한 가격입니다.

올뱅이 까먹기 삼매경에 빠진 모습에 '배시시'

배시시 웃음이 납니다. 세상살이 알만큼 아는, 아쉬울 거 없는, 다 큰 어른 세 분이, 먹어보겠다고, 작디작은 올뱅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이쑤시개로 까먹는 폼이, 너무 진지합니다. 그나마 지인 부부의 웃음 띤 얼굴이 없었다면 며칠 굶은 사람으로 보였을 겁니다. 더 놀라웠던 건, 입이 짧은 지인이, 마치 목숨 걸고 먹는 것처럼, 올뱅이 까먹기 삼매경에 빠졌다는 점입니다. 올뱅이, 이토록 매력 있었나 싶습니다.

올뱅이 찌짐과 막걸리가 나옵니다. 저온 발효 비법으로 빚은 '천덕 막걸리'. 따르시오! 막걸리 한 잔에 올뱅이 안주, 꽤 괜찮은 궁합입니다. 무 채, 콩나물, 배추김치 등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이어 메인이벤트 올뱅이 국밥입니다. 이건 처음입니다. 거짓말 좀 보태 "이게 먹고 싶어 상주에 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면, 맛이 보통 이상일 거란 짐작은 합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싶습니다.

올뱅이 까먹는 삼매경에 빠진 일행들.
 올뱅이 까먹는 삼매경에 빠진 일행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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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뱅이, 인생맛 중 하나였습니다.
 올뱅이, 인생맛 중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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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뱅이 요리입니다. 올뱅이 국밥이 나오기 전, 입가심이지요.
 올뱅이 요리입니다. 올뱅이 국밥이 나오기 전, 입가심이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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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뱅이 국밥 비주얼은 일반 국밥과 엇비슷합니다. 올뱅이 등을 삶은 육수에, 손으로 일일이 깐 탱글탱글한 올뱅이를 넣고, 배추와 수제비, 올뱅이, 부추 등을 추가해 된장을 풀었습니다. 다 아는 음식재료들이지요. 하여, '제깟 게 맛을 내면 얼마나 나겠어?' 했지요. 근데, 일행들은 이미 국밥에 빠져 퍼먹느라 정신없습니다.

알고 보니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다슬기가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소개되어 있답니다. 또 "이끼 등 녹조류를 먹어 청녹색을 띠는 다슬기는 클로로필이 있어 해독하고 정화하는 능력이 탁월해, 간에 좋은 효능 때문에 '물속의 웅담'으로 부르기도 한다"네요. 그렇다 해도, 곰쓸개가 그렇게 흔한 것도 아닌데, "물속의 웅담"이라니, 이게 어디 가당키나 합니까.

어쭈구리~, 쌉쓰름한 게 개운한 맛은 아닙니다!

올뱅이 국밥 밑반찬입니다.
 올뱅이 국밥 밑반찬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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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뱅이 국밥입니다.
 올뱅이 국밥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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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뱅이 국밥입니다. 쌉쓰름한 맛이, 추억의 맛으로 기억 되었습니다.
 올뱅이 국밥입니다. 쌉쓰름한 맛이, 추억의 맛으로 기억 되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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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뱅이 국밥, 국물 한 입 떠 넣습니다. 와인 첫 모금 마실 때처럼, 입안에서 국물을 굴려 음미합니다. 생전 처음입니다. 이런 맛을 뭐라 표현해야 하나? 아리송하니 생소한 맛입니다. 한번으로 맛을 평가하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다시 한 술 뜹니다. 어쭈구리~^^. 뒤끝 있는, 묘한 맛입니다. 씁쓰름한 게 개운한 맛은 아닙니다.

무튼, 여운이 엄청 깊습니다. 세 번, 네 번 국물을 맛봅니다. 입맛 당기게 하는, 매력이 철철 넘칩니다. 국밥에 밥 말아먹는 걸, 선호하지 않음에도 불구, 기어이 아니 결국, 국물에 밥 말아먹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그 힘이 어느 정도였나 하면, 뒤에 집에 와서, 지인께 이렇게 문자 보낼 정도였습니다.

"영동 올뱅이 국밥이 가끔 생각납니다. 얼갈이배추와 올뱅이 조화가 아직도 떠오른다는. 조만간 각시랑 올뱅이 국밥 먹으러 다녀와야겠다는…."

실은 이건 약과입니다. 머릿속에서 맛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전화해서 택배 되냐? 묻고 싶습니다. 또 수소문해 주변에 올뱅이 국밥집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쫓아가고픈 심정입니다. 올뱅이 국밥, 단언컨대 한 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맛에 대한 기억은 '추억의 맛'이라고 평생 잊히질 않지요. 올뱅이 국밥, 대박입니다!

아내에게 올뱅이 국밥 먹으러 가자했더니...

아내와 함께 갔던, 다슬기 전문점이 내놓은, 다슬기 해중국입니다. 아내는 다슬기 수제비를 먹었더랬지요.
 아내와 함께 갔던, 다슬기 전문점이 내놓은, 다슬기 해중국입니다. 아내는 다슬기 수제비를 먹었더랬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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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맛집 후기를 쓰다니…. 하여튼 아내에게 사정조로, 부부는 맛있는 것도 함께 해야 한다는 투로 너스레 떨었습니다.

"언제 때 되면 충북 영동에 올뱅이 국밥 먹으러 가세. 너무 맛있어 꿈속에서도 먹을 거 같아."

아내, 역시 한 수 위입니다. "다슬기 거기보다 더 잘하는데 아는데!"라고 거드름입니다. 그런 집이 있을 수 없지요. 먹어보지 않은 자의 퉁으로 여겼습지요. 한 술 더 뜹니다. "내가 갔던 거기는 여고 동창생들과 구례에서 만나 점심 먹었는데, 친구들 사이에서 난리 났던 맛집이다. 다슬기는 섬진강이 최곤 거 몰라?"라고 말합니다. 대체 어떤 집이길래? 고만 기가 팍 죽었습지요.

그 맛집이 어디면 어떻습니까. 가서 먹어보고, 입맛을 만족시키며, 행복을 느끼면 그게 장땡이지요. 구례 맛집,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헌데, 지금 당장 '올뱅이 국밥' 먹고 싶은 마음이 급한지라, 다음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내 왈, "우리 집 주변에서 다슬기 전문점이 있다"지 뭡니까. 빨리 검색해 봐라 재촉했지요. 그렇게 찾아 찾아 갔습지요. 거기서 본 시, 마음에 쏙 와 닿았습디다.

세상이 손바닥 안에 있다고? '다슬기 해장국'

올뱅이 국밥을 대신한, 다슬기 해장국도 맛있대요!!!
 올뱅이 국밥을 대신한, 다슬기 해장국도 맛있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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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슬기 해장국
                야송 오승희

  어젯밤,
  술잔을 맞대며
  인생사 구구절절 늘어놓고
  맞장구를 친 막역한 사람한테
  할 수 있는 말
  '해장국 먹자'

  알음알음 입소문 난
  다슬기 해장국이 설설 끓고 있다
  담백한 국물에 밥 한 술 말아내면
  몸이 스스로 기억해내는 다슬기 향기
  후루룩 우적우적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어이, 퇴근하고 한잔 어때?
  느낌 아니까

  세상이 손바닥 안에 있다

여기서도, 다슬기 해장국, 국물까지, 탈탈 털어, 뚝딱, 마셨습니다. 지금껏, 뭘 먹고,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적 없는, 아니 오히려 자기가 돈 내면서도, 늘 "같이 먹어줘 고맙다"다는 말은, 아내 몫이었는데, 이번만은, 달랐더랬지요. 뚝배기 그릇을, 놓자마자, 배를, 툭툭, 두드리며, 아내에게 그랬지요.

"덕분에 너무 잘 먹었네."

올뱅이라고도 불리는 다슬기, 길거리에서 까먹던 추억도 있지요.
 올뱅이라고도 불리는 다슬기, 길거리에서 까먹던 추억도 있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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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올뱅이 국밥, #충북 영동 맛집, #동해식당, #다슬기 해장국, #인생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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